지난 수요일부터 걷는데 발목이 이상했다. 항상 다치는 약한 오른쪽 발목이 이번에도 말썽이었다. 심지어 이번엔 넘어지거나 발을 헛디딘 것도 아닌데, 오른 발목에 힘을 주고 내딛을 때마다 익숙한 통증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통증이 느껴져서 잠깐은 엄살인가 싶었는데, 웬걸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인대를 다쳤나 싶어, 우선 임시방편으로 반깁스 발목보호대를 차고 다녔다. 평범한 일상에 발목보호대 하나가 더 들어왔을 뿐인데 할 수 없는 게 많았다. 요가에 가서 한 발로 균형을 잡을 수도 없었고, 잠깐 비가 그친 사이 달리기도 역시나 무리였으며, 친구와 공원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당연히 어려웠다!
갑작스럽게 걷는다는 기본적인 동작이 어려워지니 두려운 마음까지 들곤 했다. 이러다 원래의 상태를 되찾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오른 발목에 제대로 힘을 주지 못하니 오른 무릎까지 통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이렇게 고질적인 발목 부상이 생기면 앞으로 마라톤 완주 등을 준비하는 것이 무리인가 생각하면 아주 섬뜩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다칠 때 들리는 파열음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엄청난 부상도 아닌데, 겨우 이 정도 부상만으로도 원망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 원래는 튼튼하기만 했던 오른쪽 발목이 처음 다친 것은 이십 대 후반에 스윙 댄스를 출 때였다. 나는 그 당시 재즈 음악이 깔리는 댄스홀에서 반스 운동화를 신고 몸을 놀리는데 진심이었다. 좁고 복작이는 그곳에서 누군가 내 발을 밟았고, 발목을 접질렸다. 그 이후로는 운동을 하거나, 무리하게 걸으면 오른쪽 발목이 아팠다. 그때의 기억까지 떠오르다니 정말 사람의 마음은 나약하다.
억울하거나 무언가를 후회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살기는 참으로 쉽다. 하지만 그 마음에 휩쓸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통증이 좀 사그라들면 발목 강화 운동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골밀도를 높일 방법도 찾아보면 좋겠다. 우선은 발목보호대를 차고 한 걸음씩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