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들과 1박 2일로 자연특별시 괴산에 다녀왔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린 날이었다. 출발하는 시점부터 더위는 예사롭지 않았다. 잠깐 햇빛 아래서 걷고 나면 온몸이 그대로 땀범벅. 더위가 끝없이 가운데 우리가 묵게 될 숙소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아파트였다.
그게 왜 뭐가 어때서? 나는 더위를 잘 견뎠다. 회사 사택에서 거주할 때는 2018년의 여름을 선풍기도 없이 견뎌내기도 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 번거로울지언정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는 것이 찝찝할지언정 싫지 않았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니까, 여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더위를 나는 이미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괴산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서 장부터 봤다. 마침 전통시장이 장날이어서 시장 초입에서 통닭도 사고, 마트에서 술을 샀다. 맥주에서부터 괴산 막걸리, 연태고량주, 소주, 토닉 워터까지 종류별로 담았다. 사람은 넷이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조합은 무궁무진하니까. 그리고 택시를 잡아 우리가 약 20시간 머물게 될 집에 도착했다.
한 동 짜리 복도형 아파트 6층이었다. 내가 간과한 점은 그날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원하다는 태백시에도 폭염특보가 내려진 남다른 날이라는 것과 긴 여름밤 내내 우리는 그곳에서 술을 마실 예정이라는 점이었다.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온몸에 열이 올랐다. 선풍기는 부지런히 돌아갔지만 그럼에도 머리끝부터 발 끝까지 몸속에서 내뿜는 열기를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열을 내뿜는 네 명의 태양이 아파트 안에서 쉼 없이 연료를 태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름이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얼음과 주기적인 찬물 샤워로 열기를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술을 마시며 우리는 다음 날을 맞아냈다. 아파트를 나오며 다시 마주한 괴산의 풍경은 어젯밤의 우리가 겪은 사투를 전혀 모르는 양 여전히 맑고, 푸르고, 아름다웠다. 찝찝함이나 불쾌함, 짜증, 찐득거림이라는 단어는 전혀 끼어들 수 없는 아름다움이었다.
더위는 괴로웠지만 여전히 여름은 좋았다. 태양 빛 아래 구름을 머금고 반짝이는 호수와 통통한 나뭇잎들, 결코 지칠 일 없다는 듯 태양을 머금고 이글거리는 도로, 더위를 품은 나의 몸이 서늘하게 식는 순간, 그리고 그때 마시는 물 한잔의 시원함이란. 아 그래 이래야 여름이지! 싶은, 여름이 주는 에너지를 나는 좋아한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기로 결심했기에 어쩌면 이 더위를 견뎌낼 의지가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더 많은 것을 좋아해 보기로, 그러면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