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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언수프 Dec 13. 2023

증기이유식 - 밥태기 대응 중

밥솥이유식으로 전환하기


한 일주일 쯤 전부터 슬슬 먹여주는 밥숟가락을 밀어내고 눈을 비비기 시작하더니, 밥태기가 찾아온 것 같은 우리집 8개월 아기.


앗,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한 첫 며칠 간은 무, 당근, 애호박 등을 길게 잘라 삶아서 핑거푸드로 쥐어 주며 기나긴 식사 시간을 극복했다. 좋은 방법이지만 문제는 채소를 얼추 잇몸으로 으깨고 좀 먹기도 하고 던지기도 한 후... 식판에 남은 채소가 거의 남지 않게 되면 다시 입을 꾹 닫고 딴청을 부리는 것.


분유빵, 밥전 같은 것을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이건 채소 핑거푸드보다 훨씬 제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엄마인 내가 귀찮음을 이기지 못할 것 같다. 특히 요즘 아기는 칭얼거림과 짜증이 많아져서, 오랫동안 부엌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동생이 사다 준 과일 퓨레가 집에 몇 가지 있다. 과일 큐브를 만들기 싫을 때 퓨레로 때우곤 했는데, 딱 하나 남은 100% 사과 퓨레를 꺼냈다. 마치 케첩 소스처럼 이유식에 살짝씩 발라 먹여 보니 입을 아기새마냥 잘 벌린다. 하지만 과일퓨레를 이렇게 계속 주면 내가 걱정하는 과일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밥솥이유식으로 제조 방법도 바꿔 봤다. 일단 프로토타입이니까... 하며 육수는 채수팩 담**  쓰고, 쌀을 불리고 만들어뒀던 채소와 고기 큐브를 아무렇게나 조합해서 넣었다.

밥솥칸막이도 미리 사 뒀는데, 칸이 3 칸이다. 불린쌀 80g에 고기 60g, 채소 큐브는 적당히 3개 조합해서 45g을 넣고, 채수팩으로 우린 채수는 불린쌀의 3배죽이 조금 안 되는 듯 눈대중으로 넣었다. 일단 묽게 되는 것보다는 꾸덕하게 죽이 되어야 회생하기가 쉬우니까.

밥솥마다 방법이 다르다지만 나는 영양죽 모드로 1번 돌렸는데 9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프로토타입이라고 시작했는데 결과는 비주얼도 성공, 맛도 성공. 그러나 아기의 반응은 토핑식으로 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엄마는 맛있던데... 넌 이 정도로는 안 되니)

색이 붉은 건 단호박검은콩연근소고기죽,

노란 건 배추고구마닭고기죽,

파란 건 대구살연근아욱죽 이었을 것이다.


엄마표 이유식을 포기하는 순간 주문하려고 미리 알아봐 뒀던 시판이유식(F로 시작하는 브랜드)도  주문했다. 딱 1일치, 중기이유식 150g 2병을 주문했다. 가격은 배송비 포함 만3천원대... 비싸다... 엄마표 이유식을 아직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오늘 도착해서 핑거푸드와 함께 저녁 이유식으로 먹여 봤는데 웬걸,  먹는다...ㅠㅠ

내가 만든 죽이유식이랑 뭐가 다르지? 하고 육수 첨가물을 봤는데 채수팩에는 없는 마늘과 다시마가 들어 있다. 다시마를 넣고 채수를 우려 볼까?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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