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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Jul 28. 2016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별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2015년 7월 20일

세계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

밤하늘 가득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박힌 보석들이 빛난다.


세상에서 별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도시를 벗어나 교외로 갈수록 하늘의 별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별은 구름이 없는 날, 공기가 맑은 곳에서 잘 보인다. 그리고 높은 곳일수록, 습기가 없고 건조할수록 더 잘 보인다. 


아타카마 사막보다 더 외진 곳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안데스 산맥의 칠레 쪽으로 1,600㎞에 걸쳐 뻗어 있는 아타카마 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메마른 지역이다. 하늘은 너무 맑아 이 곳 천문대의 학자들은 가장 먼 우주의 은하가 보내는 빛을 볼 수 있다. 

  

이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세로파라날 산의 천문대는 세계에서 별이 가장 잘 보이는 천문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 년에 하루 이틀 있을 정도의 아주아주 맑은 날이 일 년의 78%를 차지한다. ESA(European Space Agency)가 이 곳에 설치한 VLT망원경이 지금까지 가장 먼 곳의 우주를 볼 수 있는 망원경이다. 반사경의 크기가 커서 붙여진 이름이 VLT(Very Large Telescope)이다. 


또 인근의 라스 캄파나스 산 정상(해발 약 2,500m)에는 한국 천문연구원을 비롯한 10개 글로벌 파트너 기관들이 참여하여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인 거대 마젤란 망원경(GMT)을 건설 중이다. GMT는 구경이 약 25m에 달하여 현존하는 가장 큰 광학망원경보다 6배 이상, 그리고 허블 우주망원경(HST) 보다 최대 10배 정도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역사 상 가장 먼 우주를 관찰하여 우주 탄생 초기까지 연구할 수 있게 된다. GMT는 2021년에 첫 관측을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별을 보기 좋은 곳 바로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이 지구 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라고 한 곳이다. 아타카마 사막 내에 위치하는 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해발 2,600m 고원 지대이다. 아타카마 사막 내에 위치하기에 당연히 날씨가 맑고 공기가 깨끗한 데다 구름이 전혀 없어 밤하늘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별 투어를 진행하는 현지 회사는 다섯 군데로 각 회사마다 천문대를 따로 가지고 있다. 천문대라고는 하지만 마을에서 벗어난 공터에 천체망원경 몇 대를 설치해 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설명으로 진행되는 만큼 별과 행성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와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별자리, 행성, 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투어가 진행되는 동안 추위를 달래기 위해 와인과 커피, 차, 다과 등을 제공한다.

 

북반구의 한국과 달리 남반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던 센타우르스 자리, 남십자자리 등의 별자리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알파벳 'W'로 보이는 카시오페아 자리가 아타카마에서는 'M'으로 보이고 오리온자리 아래에 있던 '시리우스'는 오리온자리의 위쪽에서 보인다. 시리우스는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다. 


우리가 참여했던 투어는 스페인어로 설명을 하고 스페인어를 못하는 우리를 위해 영어로 다시 통역해주는 가이드가 붙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스마트폰에 의지한 우리가 영어로 통역하는 처자와 함께 따로 투어를 하고 있었다. 스페인어로 설명하는 별자리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별자리를 찾아주는 앱들(스카이 맵, 별자리표 등)을 설치하고 가는 것이 좋다.


천체망원경으로는 달과 목성, 금성 등의 행성을 보여준다. 달의 표면에 가득한 크레이터들을 보고, 원으로 보이는 비너스(금성)가 초승달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갈릴레이가 확인했던 목성의 위성들을 볼 수 있다. 


작은 천체 망원경으로 볼만한 것들로는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와 고니 자리의 이중성 '알비레오'와 거문고자리의 이중 쌍성 '더블더블'을 추천한다. 알비레오는 오렌지와 남색의 아주 예쁜 이중성이고 '더블더블'은 쌍성이 2개 모여 있는 형태이다.


수소와 일부 헬륨을 제외한 모든 원소는 별의 중심에서 시작했다. 별의 중심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이 수소를 헬륨으로 융합시키고 헬륨이 다시 뭉치며 탄소, 그런 순서로 네온·산소·규소·철까지의 융합이 계속되는 것이 별이다. 철보다 무거운 모든 원소는 별이 죽는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렇게 별들의 잔재가 쌓이고 다시 만들어지는 과정이 반복되며 우리의 태양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인 탄소·수소·산소·인·질소·황 등은 모두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늘에서 빛나던 어떤 별들이 죽었기 때문에 우리가 태어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저 별들의 중심에서 시작되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좋은 인연을 갖었다는 것으로 이미 충분히 좋다. 어느 누구 한 명도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최소한 저 별들보다 큰 가치를 갖고 있다. 우리 모두 그런 존재이다.


남미 여행의 가장 큰 목표를 달성했다. 아니 여행을 처음 출발하면서부터 가장 오고 싶었던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별이 잘 보이는 곳, 이 아타카마 사막이 바로 가장 오고 싶었던 곳이다.


밤하늘 가득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박힌 보석들이 빛난다. 상상하라. 세상의 그 어떤 카메라도 그 광경을 담을 수는 없다.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 소중한 것은 더 안타까워지는 법이다. 밤에 도착해서 아침에 떠난다.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별들로만 기억하고 싶다.


상상하라. 세상 어떤 카메라도 그 광경을 담을 수 없다. 빈 사진이 아니라 은하수, 센타우루스 자리 남십자 자리의 하늘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최대한의 별을 이 안에 채워 보시길.
볼리비아에서 칠레를 넘는 국경지대 - 고지의 아침은 너무 춥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는 작은 시골 마을이다.
황량한 아타카마 사막
이 곳은 거의 항상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다.
아타카마에서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길은 10시간이 넘도록 이런 사막과 협곡의 연속이다.
우기에 내렸던 눈이 녹지 않고 쌓여있다.
사막 한가운데 들어선 장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세로파라날 산 천문대에서의 은하수 사진
최근의 천문 기술은 레이저를 쏘아 대기에 의한 산란을 보정하여 우주 공간의 망원경과 거의 유사한 관측 자료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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