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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려놓기 Aug 02. 2016

와인과 행복한 소고기

멘도사 2015년 8월 15일

폭설로 고산 지대인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이 닫혔다.

와인과 행복한 소고기로 여유로움이라는 색깔을 칠해 본다.


아르헨티나 서부 안데스 산맥의 기슭에 위치하며, 스페인 원정대를 이끌었던 페드로 데 멘도사의 이름을 따 '멘도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평균 고도 746.5m의 고지대에 위치한 데다 강수량이 적은 건조 기후를 갖고 있다.


멘도사는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도시이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인데 300여 개의 와이너리가 멘도사에 있다. 아르헨티나 총생산량의 65%에 달하는 와인을 생산하며, 품질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명품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품종이 있지만 대표하는 품종은 말벡이다. 곰팡이와 병에 약해 프랑스에서 밀려난 말벡이 건조한 안데스 고지대에서 잘 적응한 것이다. 극단적인 기후 변화나 폭우가 없고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큰 사막성 기후가 포도의 당도와 산도를 모두 높여 주었다.


600m ~ 1,000m에 이르는 인근의 고원 지대에 포도밭이 펼쳐진다. 유명한 포도 수확 축제인 벤디미아 축제도 열려 와인 투어가 발달했다. 하지만 와인투어를 많이 가는 마이푸의 100여 개 와이너리 중 아르헨티나인이 소유한 와이너리는 8개에 불과하다. 2001년의 경제 위기 때 현지인들은 외국인에게 와이러니를 싼 값에 팔아야 했다.


또 이 나라는 소고기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곳이다. 이 나라는 남한의 거의 3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그 땅의 삼분의 일은 초원이다. 그 초원에 인구보다 많은 수의 소들이 사는 곳이다. 인구 1인당 두 마리의 소가 있다. 그리고 그 소들은 닫힌 공간에서 지방을 늘려가는 한국의 소들이 아니라 초원을 뛰어노는 행복한 소들이다.


폭설로 고산 지대인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국경이 닫혔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칠레의 산티아고로 직행하는 버스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국경에 가까운 멘도사에 가면 방법이 있겠지'하며 무작정 출발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칠레행 버스를 타는 예정이었지만 원치 않게 멈추었다.


삶이 그렇듯 여행에서도 가끔은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더 오래가기 위해서이다. 서두르지 말고 쉬엄쉬엄 가라는 뜻인가 보다. 살타에서 마지막 일행과 헤어지고 다시 혼자 하는 여행이 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꾸 서두르게 되고 자신을 학대한다. 무리하며 서두르니 여행이 나에게 휴식을 강제한다. 부에노스에서 옮아 온 감기 덕분에 정말 쉬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인지 하지 못한 것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이다.


국경이 닫히지 않았다면 아픈 몸을 끌고 또 다른 도시에 넘어가 있을 것이다. 무엇인가 끝없이 해야 하고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이성은 감각들 날조다. 감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성이 그런 감각들의 외침을 끝내 외면하게 한다. 필요 없는 당위성을 만들고 이유 없는 목적을 만들어 낸다.


감정은 우리를 현재에 살 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생각(이성)은 우리를 미래에 살게 한다. 도 언젠가는 현재로 다가온다. 그렇게 우리는 이미 현재가 된 미래에 또 다른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 것이다.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두고현재를 부정하는 삶의 끝은 바로 죽음이다. 이것이 유한한 삶의 진실이다.


이성에 구속된 감정을 구원해야 할 듯하다. 감정을 다스리려는 칸트의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긍정하고 지혜롭게 발휘하는 스피노자의 이성이 필요하다. 사회가 구속한 것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 기어 들어간 감옥인지는 모르겠다. 허상에 싸여 내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예정에 없던 10일간의 강제 휴식이 힘들다. 적응되지 않는 게으름이 어색하다. 아픈 몸과 갑자기 늘어난 시간은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게 한다. 여행이 1년을 넘기며 사람들에게 잊히고 생활하는 시간도 그들과 달라졌다. 올 곳 없는 연락을 기다리는 내 모습이 오랜만이다.


양질의 소고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가난한 여행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곳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하다는 장작불에 천천히 구운 소고기인 아사도는 아닐지라도 즐길 방법은 많다. 그냥 프라이팬에 구워 소스 없이 먹는 스테이크라도 이 곳의 와인과 함께라면 고급 음식이 된다. 매일 저녁 2~3천 원짜리 와인과 3~4천 원의 소고기로 나만의 행복한 밥상을 즐긴다. 강제적인 멈춤에 대한 당황에게 여유로움이라는 색깔을 칠해 본다.


아픈 몸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호사다. 다행히 햇살이 그리 눈부시지는 않았다.


사실 멘도사는 장기 여행에 지친 여행자들이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다. 와인 투어가 있고 공예품 시장이 서는 인디펜덴시아 광장, 수많은 바와 레스토랑이 줄지어 있는 아리스티데스 거리가 있다. 페루에서부터 끝없이 들어온 이름인 남미 독립 영웅 산 마르틴을 기념하는 커다란 공원도 있다. 또 인근의 스키장은 세계 최고의 설질을 자랑한다. 래프팅, 플라이 낚시, 등산, 패러글라이딩 등도 가능하다.


인디펜덴시아(독립) 광장 - 도시의 이름은 스페인 원정대의 이름이고 중앙 광장은 독립 광장으로 부른다.
산 마르틴 공원 - 남미는 한 개 국가의 독립 전쟁이 아닌 남미 전체가 독립 전쟁의 장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공원이다. 여의도 정도의 규모
바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거리
칠레 공원
남미는 어디든 그래피티가 도시를 장식한다.
길이 열리면 바로 출발하려고 터미널 앞의 숙소에 머물다 나중에 옮겼던 숙소 - 조용하다가도 밤 늦은 시간이면 남미 특유의 흥 많은 술자리들이 만들어진다.
저녁식단 -  하루 와인 한 병씩. 와인도 괜찮네. 맥주에 비해서. 소주가 그립다.
도로 곳곳에 숨어있는 상가들 - 2천 원이 되지 않는 속옷들이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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