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2015년 9월 22일
유럽은 동방의 향신료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이 커피는 어느 누구의 피를 기억할까?' 생각하게 된다.
17세기 유럽은 인도, 동남아에서 수입되는 후추와 향신료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동방 무역을 선점했던 포르투갈이 쇠퇴하자 네덜란드가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며 해상무역의 강자로 떠올랐다. 네덜란드와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설립하며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두나라 사이에 해상무역으로 인한 충돌이 계속되었다.
1605년 네덜란드가 포르투갈 세력을 몰아내자 영국도 상관을 설치하여 양국 세력은 이 지역에서 대립하게 되었다. 1623년 네덜란드는 영국 측이 네덜란드가 개발한 향신료 재배지역인 암본 섬을 습격하려 한다는 핑계로 영국인과 일본 용병들을 붙잡아 처형하였는데 이 사건을 암보이나 사건이라 한다.
이 사건은 네덜란드가 영국을 배제하고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고자 일으킨 조작 사건이었다. 네덜란드와 영국의 대립은 격화되고 양국 간의 협정은 무효가 되었다. 네덜란드가 향신료 무역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지만 이 사건으로 1652년 네덜란드와 영국 간 전쟁이 시작되었고 네덜란드가 패배하며 해상 왕국의 깃발을 내려야 했다.
다윈에서 가장 저렴한 비행기를 검색하다가 발리로 넘어왔다. 인근 섬의 화산재로 인해 비행기의 이착륙이 자주 취소되며 항공권이 저렴해졌다. 석양이 아름답고 파도가 좋은 곳이다. 서핑을 처음 배우기에 좋은 곳이라고 한다. '아시아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이 곳은 오세아니아이다. 인도네시아는 두 대륙에 걸쳐 있는 섬나라이다. 섬이 18,000개가 넘다 보니 섬에 따라 다른 문화를 갖고 있다.
무슬림이 많은 나라라고 들었는데 이 섬의 분위기는 힌두이다. 동남아를 거쳐 인도에서 힌두 문화를 보고 떠난 지 9개월 만에 만나는 것들이다. 힌두 사원이 반갑다니... 사람들의 모습이 나와 비슷하니 조금은 더 편한 기분이다.
인도네시아는 커피 생산이 유명한 나라이다. 생산량을 기준으로 세계 4위의 커피 생산국이다. 하지만 발리의 중심가는 이미 로컬 커피 전문점을 대신해서 별다방, 콩다방이 거의 점령한 듯하다. 로컬 커피점을 찾아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었다.
이곳에 왔으니 이곳의 커피도 한 잔 즐겨야 했지만 루왁을 마셔 보려다 그만둔다. 루왁은 사향고양이의 대변에서 소화되지 않은 커피를 골라 만드는 것이다. 사향고양이가 잘 익은 커피를 골라 먹고 소화 도중에 특유의 향이 추가된다. 하지만 지금은 조그만 틀에 사향고양이를 가두고 인간이 주는 커피를 먹고 지낸다.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포스터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커피는 자연적으로 전파된 것이 아니라 유럽의 식민지에서 강제 경작된 것들이다.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포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식민지의 향신료, 담배, 사탕수수 등을 수입하여 자본을 축적하였고 그것들에 만족하지 않고 커피, 포도 등을 재배하였다. 그것들의 강제 경작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죽고, 학살당하거나 강제 이주되었다.
인도네시아 이 땅이 어쩌면 그 정도가 가장 심했던 곳일 것이다. 황금보다 비쌌다는 육두구라는 향신료 때문에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가 끝없는 전쟁을 벌린 곳이다.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영국인 상인들을 고문, 학살했던 암보이나 사건이 일어난 곳도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 하나이다.
커피를 즐기는 편이지만 가끔은 커피를 마시며 '이 커피는 어느 누구의 피를 기억할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