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의 대단한 점부터 말해야겠다. 흐릿하면서도 분명한 이 영화는 결국 윤가은 감독의 세계를 더욱 견고하고 강하게 만들어가는 두 번째 작품이 되었다. 단순히 '우리'라는 제목이 동일하게 붙은 <우리들>의 연장선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안 될 정도로, <우리집>은 윤가은 감독의 분명한 세계가 더 넓어진 같은 작품이 되었다.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감상을 나누는 것이 조금 힘들 정도로, 나는 <우리집>을 너무 재밌게 봤다. '재밌다'라는 표현에는 정말 많은 감정과 감상이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우리집>은 집에 대한 고민을 한가득 품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 하나의 집 걱정과 가족 걱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걱정'이라는 쉬운 단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5학년 하나에게는 이보다 더 인생에서 무거운 것은 없을 것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 아빠, 그 틈 사이에서 힘겨운 숨을 내쉬며 살아가는 오빠, 그리고 하나. 위태롭기는 하지만, 하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다시 '즐거운 우리집'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에서 '유미'라는 친구를 사귀게 되고, 자기의 환경과는 달리 이혼의 위태로움이 없는 유미의 가정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유미 역시도 집에 대한 고민을 나름대로 가지고 있는데 밥먹듯이 해왔던 이사에 대한 불안감이 그것이다. 하나는 유미의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도, 그런 집안의 분위기를 부러워한다. 한편으로는 심리적인 박탈감이 들어 예민해진 마음에 차가운 벽을 꼿꼿이 세우기도 한다. 하나와 유미는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매우 일상적이면서도, 절대 어른의 시선이 닿지 못한 아이들의 감정의 틈새를 섬세하게 파고드는 윤가은 감독의 터치는 <우리집>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이 영화의 대단함을 논하기 전에, 나는 윤가은 감독의 지독한 관찰과 상상력과 꼼꼼함에 먼저 더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러니까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전, 수 없이 많은 조사와 관찰을 했을 윤가은 감독의 시간들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 그런데 그 이해라는 지평이 바로 그 타인의 진짜 지평에 닿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살아왔고 거쳐왔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어른이 된 우리는 절대 어린이의 세계에 닿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가은 감독은 그 대단한 작업을 벌써 두 번이나 해낸 셈이 되었다. 이건 영화를 봐야만 알 수 있다. 다른 말은 딱히 필요 없을 정도이다.
나는 '어린 시절' 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소와 웃음이 이유 없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터뜨리는 아이의 울음은 그 조차도 너무 아름답고 빛이 나니까. 사실 이 영화는 어떤 순간들 때문에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 웃음의 영화에 가깝기는 하지만, 하나와 비슷한 고민이 있었던 나의 어린 시절 때문에 울음이 날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