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근육이라는데
마케팅 회사, 4년 차.
처음에는 전화를 받는 것도, 거는 것도 무서웠다.
'전화를 받았다가 잘못 말하면 어쩌지?', '전화를 걸었다가 거절당하면 어쩌지?'
몇 번 하고 보니 걱정이 덜하고, 보다 능숙해졌다. 모르겠으면 '확인해보겠습니다.', 거절이 돌아오더라도 '네, 좋은 기회로 다시 뵙겠습니다.' 라고 말할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알고 있는 내용은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모르는 내용은 잘 우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학생 때보다 더 말이 늘고, 잘 설득하게 되었다.
학생 때와는 다른 글을 쓰게 되었다. 명사가 늘었고, 한자어가 늘었다.
'~했음' 보다는 '~한 결과 확인', '~하려고 함' 보다는 '~예정' 으로 문장을 끝내려 애썼고, 객관적인 수치를 들어 가며 명확히 표현하기를 연습했다.
말하는 스킬이 늘고, 글쓰는 방식이 변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말이 늘면서, 글이 줄어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기장, 레포트, 시험지 처럼 내 생각을 표현하던 글보다는
남을 설득하고, 머리에 그림을 그려주기 위한 제안서, 운영안, 결과보고와 같은 글만 적다 보니
글의 목적은 명확한 대신에 그만큼 딱딱해졌다.
글쓰는 것도 근육이라는데,
기름칠 좀 하고 굳은살도 깎아내면 다시 말랑말랑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