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이 모양으로 출근했는지
타이 샐러드가 나를 위로해줄 거야
서른이 넘으면 솟구치는 감정을 어른스러운 말로 잘 정리할 줄 알았다.
상대가 시비를 걸더라도 원펀치를 바로 날리는 것이 아닌 의연함으로 대처하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는 미소천사가 될 줄 알았다.
샌드위치 휴일인 월요일 아침.
출근한 나는 심술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업무시간은 왜 이리 느리게 가는지
나를 부르며 업무를 주는 사람은 왜 이리도 많은지.
"아, 출근했었어? 우리 00 준비 말이야..."
출근하지 않았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출근을 선택한 이 바보 똥 멍청이야 하며 다음엔 이러지 말자라고 다짐한다.
나는 일중독도 아닌데 오래 쉬면 쫌 불안하다.
중간이라도 나와서 진행 사항을 확인해야 한다.
까먹은 부분이 있지 않은지 업무를 리뷰하고 싶다.
휴일로 길게 쉬었다가 돌아오면
바로 해야 하는 일들을 준비해놓고 긴장하고 싶다.
늘어지면 늘어질수록 적응 안 되는 게 인간이다.
그리고 난 뭔가가 무서워서 나왔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그나마 표현하면 직장인의 비애인 것 같다.
5월의 빨간 날은 정말 긴 꿀과 같았다.
다음 달부터 이 꿀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남들은 있는 연차 끌어다 푹 쉬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출근하면 같이 연차를 쓰지 않은 나의 동지.
김 부장을 만날 수 있다. 그도 내가 반가웠는지
한 시간 주기로 업무를 던지며 나를 신나게(반어법) 한다.
속에서 열불이 나고 뭔가 좀 따지고 싶다.
나 좀 억울하다.
방학 때 학교에 자습하러 나온 기분이랄까.
<부장님. 휴일 전날인데 좀 살살 다뤄주시면 안 되나요.>
<부장님. 일 좀 그만 주세요!>
<아이. 짜증 난다!!! 내가 왜 나왔지>
아마 김 부장도 내 얼굴을 보고 속마음이 다 들렸을 것이다.
난 눈으로도 일하기 싫음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업무 하러 출근한 놈이 왜 이리 짜증이냐라고 하면
나도 할 말이 없다. 조용히 나와 조용히 사라지려 했는데,
내 얼굴을 보고 나를 찾는 이가 너무 많다.
저녁 약속을 잡고 타이 샐러드를 먹으며
이 못된 감정을 잡고 말리라.
샐러드를 씹으며 김 부장을 씹으리라.
오후가 넘으니 일찍 업무 종료하라는 말에
순식간에 내 못난 감정이 사그라든다.
그리고 휴가로 업무가 일에 집중이 안된다며 먼저 퇴근한 김 부장을 신나게 배웅하며.
타이 샐러드가 나를 잘 버텼다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