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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vu Mar 26. 2019

습작

가부터 하까지 사용해서 글쓰기


"가까이 오지 마요!"

나의 외침에도 아랑곳없이 그는 성큼 걸어 내 쪽으로 다가왔다. 으아아아! 나는 소리를 지르고 팔을 휘두르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며칠 굶은 나와는 다르게 그는 힘이 넘쳤다. 어느덧 숨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곧 그가 팔을 뻗어왔다. 
그래....... 하나..... 둘...... 앗!

다행히 함정이 제대로 작동했다. 그는 승리에 취해 내가 뛰어넘은 구덩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퍽하고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내가 승리에 취할 차례였다.

라이터를 꺼내 어두운 구덩이 안을 확인하니 얼핏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피투성이가 된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 라이터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바닥에 대고 물었다.
"다치진 않았죠?"
죄책감에서 도망치기 위한 질문이라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가 대답하지 않기를, 대답하기를 바랐다. 수십 일 동안 자신을 죽이려 애써온 사람을 대하는 방식으로는 너무 무른 것은 분명했다.

바닥은 깊었다.

사람이라면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고요를 향해 귀를 기울였다. 낮게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아아아....... 법이지........ 그래. 그런 법이지."
"아직 살아있군요."
그는 다시 구덩이의 어둠처럼 낮게 깔린 목소리를 읊조려 내 질문에 대답했다.

"자식은 아버지를 죽이고 세상으로 나가는 법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몽롱한 목소리로 계속 내게 말했다. 
"들어라. 너는 내 아들이 아니냐. 이 섬에서 보물을 찾는 100일 동안 숨어서 나를 관찰하며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않았느냐. 작은 동물을 잡는 법을, 낚시하는 법을, 그리고 마침내 적과 싸워 이기는 법을 배워갔으니, 너는 내 아들이 아니냐."

차가운 물이 등줄기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분노에 차 소리쳤다.
"아들이라고요! 어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려 칼을 들고 달려오지요? 목을 매달려고 하지요? 바다에 던지려고 하지요?"
그가 소리쳤다.

"카인의 아들들이 그렇다. 모두가 그렇다!"
"........"
"타인들이 관계를 맺는 법이란 그런 것이지. 특히 이런 보물 앞에서는 말이야. 잘 들어. 보물이란 건 말이야."
더 들어줄 수가 없었다. 
"너라고 별 수가 있을 것 같으냐!"
그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함소리를 뒤로 하고 섬을 가로질러 보물을 찾아 뗏목에 실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몸과 마음 모두가 지쳐버렸다. 바다에 뗏목을 띄우고 몸을 뉘었다.

파도에 뗏목이 흔들렸다. 몸을 고정시키고 싶었다. 보물 속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로 곧 잠이 들었다.

하얗게 반사된 빛이 눈을 어지럽혔다. 고개를 들자, 내 쪽으로 다가오는 고깃배가 보였다. 선원이 적어도 셋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보물을 바라보았다. 준비하지 않으면 곧 아버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날카로운 물건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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