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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tthew Min 민연기 Feb 20. 2024

이케아 원형 의자를 위한 서랍

MAtt's Toy Worksop

이케아에는 전략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있습니다. 작은 의자나 탁자같이 집안 복잡한 살림에 하나 슬쩍 두어도 눈에 띄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에 살짝 하나 사도 지갑에 가뭄을 부르지는 않은 그런 제품입니다. 물론 싸다고 하나둘 사 모으면 거지꼴을 면하기 힘들지만 이런 제품들은 세일까지 더해지기 마련입니다. 50% 세일의 사전적 의미는 이 물건을 살 확률 50%니까요. 


물론 이런 제품은 디자인이 이뻐도 재질은 저렴합니다. 목재 섬유에 접착제를 섞어 압착한 MDF 면 고맙고 그냥 종이 일 때도 많아요. 그래도 예전에는 나무를 쓰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이 FROSTA STOOL처럼요. 아주 옛날에 사서 이런저런 용도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침대에 옆에 협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100kg까지 견딘다고 하니까 나름 튼튼하기도 하죠. 


그렇게 이 FROSTA 의자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던 어느 날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여기 서랍이 있었으면 좋겠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건 의자야. 의자는 서랍이 없어."

아내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여기 서랍이 있었으면 좋겠어!!!"



있던 제품에 무언가 더하기 위해서는 있던 제품의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으니 그려야 합니다.  



넉넉한 서랍이 되려면 다리 사이 폭이 중요하죠. 



높이가 낮기 때문에 서랍을 잡는 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테니 손잡이는 아래 둥글게 디자인합니다. 



서랍을 고정하는 부품도 다리 사이에 꼭 맞게 그려줍니다. 사실 할 일은 그게 다예요. 



3D 프린터가 등장한 후로 설계하는 게 고민이지 만드는 건 쉽죠.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되거든요. 


생각보다 커서 옆으로 눕혀 출력하는 바람에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차라리 반으로 나눠 출력 시간을 줄이고 붙일 걸 그랬나 봐요. 


그렇게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나니 3D 프린터가 일을 마쳤습니다. 



서랍을 고정할 부품 위치를 표시하고  



드릴로 구멍을 만듭니다.  



나사못으로 고정합니다. 이렇게 미리 구멍을 만들면 나사못을 박을 때 나무가 쪼게 지거나 하지 않아요. 



서랍을 넣어 보았습니다. 조금 빡빡해서 고정부를 조금 여유 있게 내려주었습니다.



별다른 수정 없이 꼭 맞습니다. 책 한 권과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넣어둘 공간이 생겼습니다. 



하얀색하고도 잘 어울려서 마치 원래 있던 서랍처럼 보입니다.라고 강하게 아내에게 주장했습니다. 

https://youtu.be/4sg0SQlCDKA


그런데 이 서랍에 든 필라멘트와 전기와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저 의자보다 훨씬 비싸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제 설계 비용도....




상상을 현실로 만드세요 : 3D 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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