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s Toy Workshop
지난주에 K-팝 데몬 헌터즈를 봤습니다.
오락 영화가 뇌리에 콱 박히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 재미있었다는 기분만 남았죠.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인기로 등장인물들이 온라인에 자주 노출되는데 그중에서
이 호랑이는 너무 귀여워요.
이름이 더피(Derpy)라는데 너무 가지고 싶더라고요. 우리 민화에 호랑이가 원래 좀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지만 더피는 그 특징을 너무 잘 살렸습니다.
봉제 인형을 파는 것 같은데 별로 맘에 들지 않습니다. 없으면 만들면 되니까 그냥 만들기로 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Makerworld.com에서 도면을 발견했습니다. 어딘지 덜 귀여워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원작에 충실해요.
원래 크기가 상당히 커서 저는 50%로 축소해서 출력했습니다.
이제는 FDM 프린터 출력 품질이 워낙 뛰어나서 크게 다듬을 곳은 없습니다. 그래도 이빨은 날카로워야 하니까 스케일링 정도는 해 줍니다.
원래 설계는 벽걸이 장식으로 고정 부품이 따로 있어요. 저는 고정 부품 대신 자석을 붙여주었습니다.
혀끝에는 자석을 끼울 자리가 있었는데 50%로 축소하고는 자석을 넣을 공간이 너무 작아졌습니다. 차라리 뒤쪽에 크게 자리를 내고 커다란 자석을 넣어줍니다.
이빨을 빼고 나면 부품이 몇 가지 되지 않습니다. 부분을 나눠 색을 칠해야 해서 비장에 무기가 필요했어요.
얼마 전 구입한 아크릴 마커 팬입니다. 끝이 뾰족하지만 부드러워서 세밀한 곳과 넓은 곳 모두 칠할 수 있습니다. 마커 팬이라지만 아크릴 물감이라 차폐력도 뛰어나서 붓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색을 보여줍니다. 그 차폐력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밑 색을 완전히 감춰 그라데이션 표현이 안됩니다. 칠하자마자 물로 지워도 기대한 효과는 얻지 못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많은 색으로 마련할걸 조금 후회했습니다. 물감 살 여유는 있는 겁니다.
그라데이션 표현이 되지 않는 부분은 에어브러시로 칠합니다. 다이소에서 구매한 아크릴 물감을 다이소에서 구매한 창문 세정제에 희석해서 칠해줍니다. 아크릴 물감 세트 3,000원, 창문 세정제 1,000원입니다. 그러고 보니 마커 펜이 훨씬 비싸네요.
눈과 가슴은 밝은색으로 칠해주고,
나머지 파란색을 칠하기 전에 빨갛게 칠한 입안에 물감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 주었습니다.
부분 부분 아크릴 마커를 사용했습니다. 색을 바꿀 때마다 물감을 짜고 붓을 헹구는 수고를 생각하면 정말 편리한 도구입니다. 이렇게 좋은 그림 도구가 있다니 칠하면서도 너무 신났습니다.
호랑이 무늬도 넣어주고, 밝게 표현하고 싶은 부분도 칠하면서 즐거웠지만
붓 펜처럼 생긴 팁 덕분에 넓은 면적도 편하게 칠할 수 있습니다. 붓 자국도 남지 않고요. 세상에 이렇게 좋은 그림 도구가 있다니 칠하는 내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마치 내 실력이 늘어난 거 같아서요.
이제 귀를 붙여줍니다.
다른 부분은 유광 표현을 합니다. 눈과 코 그리고 혀는 촉촉하게 빛나야 하니까요. UV 코팅을 엷게 펴 바르고 자외선을 쬡니다. 투명하고 단단하게 경화됩니다. 네일 젤과 같은 재료에요.
에어브러시로 표현하지 못한 부분은 파스텔로 그라데이션을 더해줍니다. 밑 색 때문에 채도가 높은 표현은 어렵지만 마커로 표현한 부분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는 충분합니다.
만들기 가장 어렵던 이빨을 하나씩 심어주고 UV 코팅을 입술과 입안에 펴 발라 줍니다. 너무 많이 넣어 옆으로 흘러 어쩔 줄 몰라 하다가 AI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냥 알코올로 닦으면 된다네요. 이제 UV 코팅도 잘 사용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눈과 귀여움의 핵심인 혀를 붙여 주면 완성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무서운데 아래서 바라보면 무척 귀엽습니다. 얼굴이 예뻐 보이는 각도는 호랑이에게도 해당합니다.
뒤에 심은 자석으로 판에 단단히 고정됩니다.
그리고 자동차 키를 혀에 밀어 넣으면 착 하고 붙습니다.
더피를 만들려고 준비한 건 아니지만 방에서 에어브러시를 쓸 수 있게 새로 스프레이 부스도 만들었어요. 아크릴 마커도 처음 써봤고요. UV 코팅제도 잘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이제 집에서 네일 아트를 해줄 수 있다고 했더니
그건 가서 하면 안 되겠니?
라며 거절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