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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로 쓰는 앎Arm Apr 12. 2020

지금은 가장 행복한 순간

물에 들어갈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글과 사람에 대한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최근이 가장 행복한 시기라는 생각을 99퍼센트 하고 있다면 가끔 1퍼센트는 지친다. 지쳐서 나가 떨어지며 환멸도 온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결코 해낼 수 없는 일들이다. 이 일은 당연하지 않다. 도움은 당연하지 않다. 공손해야 하고 고마워 해야 한다. 특권이 아니다.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특권이지만 큰소리로 떵떵거릴 특권은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일을 소중히 대하고 도움주는 이들에겐 고마워 해야 한다. 고마울 일 투성이다.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소수니 그냥 잊고 좋은 이들이 대부분이 잔잔한 상태가 지속된다. 누구도 하찮지 않고 누구도 가볍지 않다. 그걸 아는 사람들과의 교류만 떠올리고 그걸 알고 있으면 대개 힘들어도 나는 버텨낼 수 있다.


다만 이 일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등은 '존버'해서 다뤄내야 할 대상인지 그렇다고 그만두는 것은 어떨까 등도 잠깐은 농담 섞어 스스로와 생각하다가 나중으로 미룬다. 미룬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지 정말 미룬 건지 알 수 없으되 언젠간 답이 나오리란 걸 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하고 싶던 일을 하고 있고 고군분투할 환경이 있다. 그러니 됐다. 자꾸만 아픈 몸과 떠오르는 과거의 시끄러운 일들, 목소리, 주변의 협잡질은 사실 고민거리도 안 된다. 그냥 일상은 대개 조용히 영위해 나가면 그만이다.


수영을 못하니 죽겠다. 아파도 참고 몸 쓰는 일이라도 하고 싶은데 청소, 걷기, 빨래 따위로는 충족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몸이 아프고 지쳐 시간이 너무 부족하지만 수영 시간은 만들면 또 만들어진다. 시간은 언제나 바쁜 자의 몫. 그것이 내 몸을 닳게 해 조금 아프지만 이 정도는 사실 괜찮다, 별 것 아니니까 앞으로 잘 관리해 나가면 된다. 수영을 좀 하면 나을 것 같다는 확신 아닌 확신이 있는데 그것조차 못하니 죽겠다. 죽겠다는 건 과장이다. 그러니까. 물 속에 들어가 좀 침잠도 하고 명상도 하고 현실과 동떨어질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없으니 인간이 지치지.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같은 소릴 듣고 하는 것도 행복하고 기쁘며 아름다운 일상이지만, 수영을 좀 하고 싶다. 수영하고 싶어서 끄적거리는 일기다. 밤새워 일하고 아프고 병원 갈 시간도 없고 할 것 투성이에 여기저기의 역할도 다해내야 하지만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냥 수영만 좀 하고 싶다고. 곧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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