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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Apr 21. 2017

무엇이 예능 프로의 성공을 결정하는가.

프로그램의 확장에 따른 시청자의 심리 변화.


예능프로그램의 범위가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원래 예능의 의미는, 연극, 무용, 가요, 대중연예, 영화, 민속놀이 등을 총칭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대중예술을 예능이라고 보아도 큰 지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예능은 조금 종류가 다르다. '코미디와 꽁트의 외연이 최대한 확장되어 나타나는 모든 재미와 웃음의 코드'를 포괄하는 것만 같다. 이러한 코드가 접목된 프로그램을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예능의 스펙트럼이 전방위적으로 넓어지게 된 것은 아마도 개그맨의 전유물이었던, 코미디장르가 그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일 것이다.


 

개그콘서트, 웃찾사 등과 같은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동하는 게 '정석'이었던 개그맨이,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 상황과 의미를 좀 더 편하게 부여한 형태의 꽁트를 하고, 진행능력까지 겸비한 몇몇 스타급 개그맨을 꿈꾸며 MC자리를 차지하는 '포멧으로 확대'되면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슈퍼 선데이와 같은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 재생산되었다.


'버라이어티'라는 의미와 같이, 한 장르로 포괄하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코너가 한 프로그램 안에 등장하면서 그 예능의 장은 어찌보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의 한계는 없다고 해도 무방한데, 분명 주목받거나 외면 받는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여기서 ‘프로그램의 주도권’의 이슈가 발생한다.


그 주도권의 공간에서 무엇에 무게중심을 가져가야 하는 지 생각해 보자.

 

첫째, 지금까지의 예능은 기본적으로
주도권을 개그맨이 쥐고 있었다.


연기나 간략한 진행도 가능하면서도 웃음코드에 관해 가장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갖고 있는 개그맨을 아이돌, 배우, 아나운서 출신의 프리랜서엠씨가 따라잡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능도 결국은 '일정한 형태의 웃음코드'를 갖고 프로그램 포멧을 구성한다. 재미를 유발하는 코드를 프로그램 곳곳에 배치하고, 그것이 진행자와 패널, 당일의 특집 컨셉에 따라 시너지가 극대화하면 말 그대로 빵빵터지는 방송 분량이 확보된다. 



 그리고 예능에 첫 출연하는 배우나 아이돌이 있으면 박명수와 같은 개그맨이 터줏대감처럼, 예능은 이런 거야 라면서 꽤나 텃새를 뽐내려고 한다. 어쨌든 그러한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개그맨이 이경규가 아닌가 한다. 2015년말 무한도전 예능총회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며, 시종일관 프로그램을 들었다 놨다 한 활약으로 마리텔 개인방송으로 본인의 외연을 확장하고,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곧잘 해내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소재 자체를 누가 풀어가도 재밌기만 하다면야 좋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일은 아주 드물기 때문에, 개그맨이 어디에서 웃음이 터질지를 간파하고 즉흥적인 애드립이나 개인기 등으로 프로그램의 흐름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꼭 개그맨을 예능 프로에 섭외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해당 프로의 컨셉을 잘 이해하고 웃음코드를 주변과 관계없이 먼저 끌어내고 주도할 수 있는 진행자나 출연진이 꼭 존재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패널의 조합이 꽤나 중요해졌다.


예전의 주병진, 고현정, 김승우, 박중훈, 이홍렬 등 진행 잘 하고 입담이 좋은 개그맨이나 배우를 원탑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는 어찌보면 시청자의 시각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할 수 있는데, 단순히 진솔한 얘기만을 듣거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기만 하며 남는 게 없는 방송은 더 이상 선호하는 방송포멧이 아니다.



예전 예능은 그 시간을 '웃는 것으로 소비하게 해 준다면 OK'였지만, 지금은 1시간 짜리 짤막한 예능을 봐도, 출연자의 진솔한 이야기, 생활의 팁과 같은 유용한 정보, 출연자들의 조합에 따른 웃음 캐미, 평소에 잘 보지 못한 출연자의 개인기 등 다양한 형태로 구미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채널을 돌리게 된다.


 

그러한 '종합적 시청욕구'에 가장 잘 부합하고 있는 것이 ‘라디오스타’이다. 다소 어눌한 듯하지만, 출연자를 연령대에 관계없이 포용할 수 있는 김국진,, 가수, 작곡가, 연예기획사 사장으로서 다양한 음악 및 예술분야에 식견을 갖고있으면서도 감칠맛 나는 멘트를 곧 잘 해내는 윤종신,, 출연자가 다소 움찔하끔 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B급 코멘트를 적절히 버무려 가는 잡학다식 독설가 김구라,, 젊은 세대의 취향에 관한 얘기가 나와도 다방면 백업이 가능한 아이돌 규현에 이르기 까지.



출연자도 서너명을 기본으로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출연해도 질문에 거침이 없고 시청자가 원하는 다양한 별책부록(토크, 노래, 진솔한 입담 등)을 한 프로 안에서 꾸러미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오히려, 동일한 컨셉으로 한 오마주 프로그램 '비디오 스타'나 '해피투게더' 같은 방송이 꽤나 식상해진 것을 보면, 패널의 조합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수 있다.



특히, 해피투게더는 여러 모로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같은 출연자가 나와도 라디오스타에 나가면 진짜 사람들이 웃겨서 웃는 분위기가 있는데, 해피투게더에 가면 모두가 유재석이란 ‘좋은 사람’ 앞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어색한 가족사진 찍듯 연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재미 있지 않아도 모두가 하하호호 배려하는 웃음코드의 분위기'는 시청자가 단번에 알아 차린다. 그래서 출연자에 따라, ‘해피투게더’의 성패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셋째, 억지 설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최근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면 알 수 있다. 예전이야 사람들 사이에 웃어 넘길 수 있는 분위기와 정이 오가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이경규가 ‘몰래카메라’를 잘 이끌어왔지만, ‘몰래카메라’를 오마주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선 전혀 그러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일단 설정 자체가 아주 허술하다. 얼마전 방영된 김원준 편을 보면, 결혼식 축가를 부르러 왔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애매한 설정, 그리고 EXID 하니가 미션을 수행하며 호프집을 멤버들과 여는데, 갑자기 중년의소개팅 남자의 가발이 벗겨지는 등 개연성이란 찾아볼 수 없는 설정이 가득하다.



물론, 과거 ‘몰래카메라’에서도 황당한 설정은 존재했다. 다만, 철저하게 보조출연자와 합을 맞추고 리허설을 하거나 예상치 못한 행동에서의 백업 설정이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 합을 맞추는 사람들끼리도 속이는 설정을 촬영 당일 물어보며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미래는 꽤나 어둡다고 하겠다. 누가 누군가를 믿지 못하게 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극대화 된 요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것을
짚어낼수 있어야 한다.


어찌보면 가장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명제이지만 그것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가장 잘 찾아낸 것이, 나영석 PD식 예능이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윤식당에 이르기까지 관찰 예능을 나영석 군단의 기가막힌 웰메이드 편집으로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보기엔 아직 좀 더 숨어 있는 노하우가 있다는 생각이다.



시청자는 TV를 보며,
무엇을 갈망했던 것일까.


소소한 하루의 일과, 연예인의 일상적인 이면을 가감없이 보는 소박한 재미, 친구끼리 키득거리며 노는 것을 지켜보며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는 기분의 대리만족 욕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영석 PD식 예능'을 보는 시청자의 기분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연예인도 우리처럼 한적한 곳에 가서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고, 베낭여행도 떠나고, 인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더 나아가 우리 이름을 걸고 가게도 내 보고 하는 소소하면서도 쉽게 현실화 시키지 못한 우리네 삶의 아쉬움, 그리움 같은 것을 특별하게 일상화 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는 여유’.


그러한 여유를 예능 프로를 통해 대리만족 하고 싶었던 것인 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막 텍스트의 적절한 편집은 대부분 사소한 일상에 대한 특별한 발견의 힘에서 탄생'한다. 늘 똑같은 것만 같은 일상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그 역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연예인들의 사소한 바램이었다는 것.. 그 접점을 같이 찾아보고 싶었던 욕구의 재발견을 프로그램화 시킨 것이 자연스레 성공으로 귀결된 것이라 보여진다.

 

요리를 배우고, 토크를 하고, 이를 위해 회식까지 하고, 개인기를 뽐내고,,, 예능은 이제 뉴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광고 이외에 TV 화면에 방영되는 모든 것을 말할 정도로, 그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소재나 프로그램 컨셉, 출연자만으로 인기를 끌던 시대도 지났다. 이젠 말 그대로 현 시점의 트랜드를 반영하면서도 시청자가 경험하고 싶은 간접체험의 모든 것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일을 프로그램컨셉 구상에서부터 진행자, 패널, 출연자, 특집 기획 등 전방위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디어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은 PD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그 방영분에 출연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기투합과 아이디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일례로 무한도전이란 프로그램이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한국을대표하는 예능이 된 것은, 그 전방위적인 프로그램의 방향이 시청자의 구미에 아주 적절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젠 무한도전이 예능을 하는 시대가 아니라,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무한도전을 해야 할 시대’가 찾아왔다.





그 전방위적 도전,

쉽지 않겠지만 시청자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프로그램을 다시금 맞닥뜨릴 때만큼은

두 팔 벌려 진심으로 호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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