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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Jul 05. 2017

이효리는 20년전보다 더 자기다워졌을까.

그녀의 행보와 JTBC '효리네 민박' 성공과의 상관관계


가수 이효리가 방송활동을 재개했다.


4년만에 앨범을 냈다.


98년도에 핑클 1집을 냈으니, 벌써 데뷔 20주년이다.



새로운 앨범을 4년만에 내는가보다라고 무심코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전의 행보와는 조금 달랐다. 늘 화제가 되었던, 심지어 이사 갔다고 어설픈 풍문이 떠돌았던 제주도 집이 그 발자취의 시작이었다. 소길리에 사는 '소길댁'은 어느새 이효리의 별칭이 되었다.


그 집을 이젠 민박 컨셉의 TV 프로로 일반인에게 개방한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화장실에 문도 안 달려 있을 만큼 개방적인 주거형태를 지향했다는 이효리가 일반인에게 집 구석구석을 잠자리로, 또한 생활 공간으로 내어준다니...


그 집의 개방성은 아마 극에 달했을 거다.


그렇게 JTBC의 '효리네 민박'을 보기 시작했다. 시청률도 꽤 잘 나왔다. 지상파 3사와 케이블 업계의 구분이 점점 희미해 지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6.2%를 찍고 있다. (2017/07/02 닐슨 코리아 기준)



다시 사람 얘기로 돌아가자. 솔직히 난 이효리에겐 별로 관심이 없다. 1세대 걸그룹 출신으로 솔로 활동까지 상승세가 계속 되었던 연예인으로서, 늘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는 정도.


언제든 걸그룹 멤버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애시드 재즈 음악으로 감성 언저리에 살랑거리는 바람을 불러일으킨 '롤러코스터'의 음악. 그 그룹의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삶과 요가에도 충실했다. 가끔 곡도 썼다. 그래서 곡들은 점점 이효리의 내면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다. 아마 이상순에게 본격적으로 기타를 배우며, 팔리는 음악을 내려놓고 곡의 구성 등에도 신경쓰며 음악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을 것이다.



이러한 이효리의 행보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하면 좋을까.


나의 짧은 관점으로 보자면, 이효리는 일종의 자기실험을 원했던 것만 같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생활에서 성공을 꿈꾼다. 원하는 직업을 찾으려 애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경제적 효용을 일정 이상 추구한다. 즉, 적절한 보수를 원한다. 직업과 보수의 콜라보로 몇 년 경력을 쌓게 되면, 그 안에 또 자신을 담아내길 원한다. 담아내는 자신이 얼마나 자기스러울 지는 둘째치고 일단 그러한 시도에 의미를 둔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를 내려놓고, 가족과 또 다른 특정 가치를 중요한 듯 설정하고, 스스로 위안한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듯 되뇌인다.



난 잘 하고 있다고..



이효리도 아마 그러한 흐름 속에서 자신을 찾고 싶었는 지 모른다.


언젠가 그녀는 잘 팔리는 소주 광고를 더이상 찍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다. 자신이 즐겨 찾는 소주가 아닌 브랜드의 광고를 찍는 것이 무언가 부자연스럽다고 했다. 몇 억씩 받는 광고 개런티를 마다하고, 자신을 찾는 길을 선택했다.



어찌보면 모두가 가장 부러워하는 선택이다.



세상의 그 무엇이 나를 휘감으려 해도,
결국 나는 나다운 선택을 한다는 것.



조금 비난이 있거나, 사회생활의 흐름이 바뀐다고 해도, 결국 나는 나답고 싶다는 것.


실제로 그녀가 어떤 생각까지 했는 지 우린 알 수 없다. 다만 그녀의 행보를 통해서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속에서 나는 어쩌면 좋을까를 투영하며 고민하고 싶은 거다.


이효리는 그 잘 나가는 남자들을 마다하고, 평범한 기타리스트와 결혼을 했다. 예전부터 꿈꿔왔는 지는 모르나, 자연주의적 제주도 생활을 했다. 걸그룹의 소비성 음악이 아닌, 조금 대중과 거리감을 두더라도 자신의 음악을 하려는 시도를 계속 했다. 요가를 하며 심신을 단련했다.



그리고 손석희와의 jtbc 뉴스룸 인터뷰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었다.


손석희 앵커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리겠습니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다. 어떤 뜻인지 알겠는데, 이거 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아닌가요, 혹시?"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쨌든 저에 대한 욕심은 한도 끝도 없이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냥 그게 제 욕심인 것 같아요."



가수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많은 인기와 부를 얻었다. 대중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리곤 문득 나다워지는 것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잘 나가는 광고를 연장계약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 내 음악에 대해 다시 고민 했다. 그리고, 조용히 지냈다.



그게 지금까지의 이효리였다.


그리고 문득 잊혀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낯선이들 속에서 스스로 실험해 보고 싶었던 걸까.




전혀 일면식도 없는, 게다가 일반인에게 집을 공개하며, '효리네 민박'으로 돌아왔다. 대중적 호기심과 함께 그녀의 행보를 조용히 주시하던 시청자는 이효리를 다시금 응시하시 시작했다. 그리고 원숙한 예능프로의 완성을 떠나, 낯선이들 속에서 다시 자기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 속에 머무르며 자기를 찾아가는 이효리를 반겼다. 이는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을 보면, 비긴어게인(jtbc), 싱글와이프(SBS) 등 낯선 상황과 낯선 사람들 속에서 자기를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당신의 얘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 속에서 내 얘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마음이 지금 그런 게 아닐까.


우리도 지금 사회생활을 하며 여러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효리의 행보를 통해, 우리의 '자기다움'을 조용히 오버랩시켜 본다.


나는 사회생활을 통해 어디까지 왔는가. 누군가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며, 또 어떠한 선택을 했는가. 스쳐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을까.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부분이 있지만, 여러 모로 이효리의 행보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정면으로 던진다.


그 상념의 공에는 날카롭지 않은, 오히려 인간적이고 솔직해서 따뜻함마저 묻어나는 이효리만의 구속과 구질이 있다.



이효리와 캐치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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