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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피플 Aug 18. 2017

혼자서 TV를 켜는 심리.

어쩌면 오늘은,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TV를 보다보면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도대체 왜 이 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있는 걸까?



시사예능 '썰전'을 틀고선, 무언가 의미있게 생각을 정리하고 싶거나,



버라이어티 '무한도전'을 보며, 무작정 재밌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거나,



jtbc '뉴스룸'을 보며, 내용 자체는 재미가 없지만

손석희 앵커가 풀어나가는 논조 자체가 나에게 꽤나 유의미하게 공감대를 만들어 내거나,



드라마 '품위있는 여자'를 보며,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싶거나,



관찰예능 '나 혼자 산다'를 보며,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묘한 동질감을 느끼거나,,,



뭐, 그런거 아닐까.


우리가 TV를 보는 이유는 어찌보면 현실세계와 꽤나 맞물려 있다.


아주 반대로 말이다.
꽤나 아이러니한 방향으로,,



우린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즐거운 척'을 한다.

재미없는 얘기에도 호응해 주며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레포트임에도 '위에서 시키니 여지없이'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가끔은 '보고 싶지 않은데도' 친구가 보자는 영화를 의리상 따라서 봐야 한다.

지인이란 이유로 '무리한 형식에 얽매인 사람을 관습상' 맞춰줘야 한다.



이러한 현실세계의 '심리적 부적응자'가 된 나의 모습..


겉으론 따르고 있지만,

속으론 따르지 않고 있고,


얼굴은 웃고 있지만,

내 마음 속은 공허하기만 하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것이었을까.

그래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던 걸까.


누군가를 지킨다는 '명분'하에,

경제적인 이유를 해결해야 한다는'어설픈 자본주의 논리' 속에,

낡아빠진 '보수적 권위와 허울' 하에,



우린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무언가 힘없이 내버려두고 있는 게 아닐까.


무언가 맞춰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의 말을 내 입으로 끄집어 내는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멋진 건,

세상에 없는 유일한 사람이 되어 보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내 인생이니까..



죽으면 다시 오지 않는 내 인생이니까,

살거나 죽는 시기는 정할 수 없지만,

살아가는 attitude는 내가 정할 수 있으니까,

전부는 아니어도 최소한 그 비율만큼은 끌어올려볼 수 있으니까.


우리가 하루를 살면서 접하는 건 거의 네 가지 범주 안에 있다.


가족을 비롯한 혈연관계,

사회를 위시한 직장생활,

과거와 현재의 친분이 드러나는 개인적 관계,

그리고 내가 들여다보는 내 마음과의 심리적 관계,,,



다른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마지막에 얘기한,

'내 마음과의 심리적 관계'만큼은 놓칠 수 없다.


내 마음이 흘러가는 것만큼은 최대한 지켜보고 싶다.


시선을 멀리하고 싶지 않다.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우리가 평생을 살면서 고민하는 건 수만가지 같지만 결국,

또 다른 네 가지 틀 안에 갖혀 있다.


경제적인 것,

인간관계에 관한 것,

살면서 처리하고 해내야만 한다고 강요받고 때론 스스로 설정하는 온갖 학업과 사회적 과제들,

마음 속에 있는 온갖 욕망과 더불어 대립하는 내 진짜 마음,,,



다른 건 될 대로 되라 싶다가도,

마지막에 얘기한,

'내 진짜 마음'만은 가장 나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이 모든 여덟가지를 조합해 보면,


우린 결국,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밖에 없음을 조용히 깨닫는다.


내 진짜 마음, 그 안에 존재하는 무수한 심리,,

그리고 다시 내 마음..


아주 심플하게 생각해서,

내가 하루 중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

혼자서 생각해 보려 해도, 어떤 계기가 없다면 어제 했던 생각을 되풀이 하고,

마음을 다잡고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걸 하려 해도, 연초에 세웠던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럴 때,,


난 TV를 본다.



그리고 혼자서 내 던지듯 틀어 놓는 TV를 바라보는,

내 마음을 다시 한 번 모아 본다.


그 마음의 조각들을 어렵지만 끌어모으고 가만히 응시한다.



꽤나 나의 지금 마음에 가까운 순수한 욕망이,

아주 헐벗은 모습으로,

하지만 아주 또렷하게,

핏기도 가시지 않은 생기발랄함으로 자리잡아,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에게 한 마디 던진다.
'늘 네 옆에 있으니,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꺼내 봐 주지 않을래?'



그래서 지나가는 시간은 소중한 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언제 어디로

숨어버릴 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난 TV를 켠다.


그리고 내가 어떤 프로그램의 어떤 장면과,

어떤 코멘트에 관심을 가지는 지를 또 다른 관찰일기를 쓰듯 풀어간다.


그 tv 속에서 관심이 가는 주제와
컨텐츠와 프로그램의 본질을 통해,
내 마음이 정말 향하는 방향을
무의식적으로 알게 되는 건 아닐까.



TV는 어설픈 어른들이 얘기하듯,

바보상자가 아니다.



나는 오늘도 무심코 TV를 켠다.





(이미지 출처: printpattern.blogspot.co.uk/ nkassiredraws.tumblr.com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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