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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 Jun 22. 2016

10.
청주

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10

청주 

아침에 진천을 출발하여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갔다. 
오늘은 최종 목적지가 대전인데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시간이 없었다. 

오전 내내 달려서 점심때쯤에는 겨우 청주 시내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내가 얼른 먼저 건너서 사진을 찍었다. 플래시가 터지는 바람에 자전거 앞이 반사되어 불이 켜진 것 처럼 나왔다. 



지나가다 보니 "점포정리! 완전 세일!"이라고 써붙인 화장품 가게가 있었다. 그때까지 맨 얼굴로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탔었다. 얼굴과 팔, 다리 등이 햇볕에 타서 따끔따끔해도 그냥 견디었는데 이 기회에 '선크림'을 하나 사기로 마음먹고 저렴한 가격에 하나를 구입했다. 이것만 있으면 예쁘게 살을 태울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우리는 가게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길에 서서 얼굴과 목, 팔등에 선크림을 발랐다.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밥을 먹어야 하는데 아직도 청주시내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으니, 우리는 특별히 가게 음식을 사 먹기로 하고 "다전국수"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앞에다 자전거 4대를 세워놓고 자물쇠로 꽁꽁 묶어놓고, 그래도 누가 집어가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창밖을 살피며 밥을 먹었다.


어디 잠 잘 곳이 없나, 마을을 찾으려고 국도를 벗어나 길을 따라 올라왔는데 개 한마리와 버려진 공장만 있었다. 다시 큰 길로 내려갔다. 



청주 시내를 벗어나서 대전으로 향하던 중 날씨가 너무 뜨거워 조금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국도 옆으로 조그만 갓길이 있고 큰 나무가 서 있는 곳을 발견하고 나무 아래 그림자에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 옆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낮잠을 자는 건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위험한 행동이었을 텐데 정말 피곤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편안하게 잘 수 있었다.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이 이렇게 편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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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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