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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 Jul 07. 2016

12.
비빔면

스무 살 꼬질꼬질 자전거 여행기  vol. 12

비빔면 

텐트를 둘러서서 우리를 구경하는 호기심 어린 학생들과, 못마땅한 선생님들의 시선을 받으며 얼른 텐트를 철수하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 게다가 아침식사를 할 분위기가 아니라는 걸 쉽게 눈치채고, 학교를 나와 교문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빵과 우유로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오늘의 목표는 시원한 계곡이 있는 무주구천동이다. 
난 무주구천동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아무리 더운 날에도 물에 들어가면 너무 추워서 버티질 못한단다. 아~ 얼른 그곳에 가서 계곡물에 들어가 더위를 없애고, 시원하게 푹 쉬어야지. 

빨리 무주구천동 계곡이 보고 싶다. 


자전거를 타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 

우리는 며칠 전부터 먹고 싶어 하던 팔도 비빔면을 먹기로 하고, 몇 개를 사서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지금 그 초등학교 이름이 생각나진 않지만, 국도 변에 작은 마을과 함께 있던 작은 학교였다. 마을도 규모가 굉장히 작았고 동네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놀고 있었다. 학교를 둘러보고 수돗가 옆에 자리를 잡고 버너를 꺼내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자전거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타이머 맞춰놓고 찍은 사진. 두 형은 피곤해서 그런지 카메라를 못 찾고 두리번 거리고, 그 모습을 보고 박진수는 웃고있다. 마음에 드는 사진중 하나.



물을 끓이고 있는데, 학교 건물 안에서 교장 선생님처럼 보이는 할아버지가 나오셨다. 

할아버지 선생님은 우리에게 오셔서 무뚝뚝한 말투로 

"남의 집에 들어왔으면 인사를 해야지.. " 


라고 하셨는데 선생님의 한마디는 아직도 목소리가 기억에 또렷할 정도로 엄청나게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말투였다!! 
우리는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왔는데 배가 고파서 라면만 끓여먹고 다시 떠날 거라고 설명을 했고, 우리의 이야기를 들으신 선생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시더니 잠시 후에 손에 무엇을 들고 다시 나오셨다. 
우리에게 오신 선생님이 들고 계신 건 조그만 접시에 담긴 깍두기였다!!! 

(정확히는 접시가 아니라 찻잔 받침이었다) 

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우리는 맛있게 깍두기와 비빔면을 먹고 접시를 깨끗하게 씻어서 선생님에게 돌려드렸다. 

그때 그 깍두기 한 접시에 지금의 우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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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4살에 운영하던 홈페이지에 썼던 글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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