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ING 101 Ep01
어떤 장비를 먼저 바꾸는게 좋을까
작업을 하면서 여러 클라이언트들, 동료 엔지니어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어떤 장비를 먼저 바꾸는게 좋을까요?' 인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근본적인 사운드의 퀄리티를 좋아지게 만들 수 있는 방향으로 해주는 경우가 많다.
요즘의 음악 작업은 디지털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오디오인터페이스의 퀄리티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AD/DA 컨버터의 퀄리티라고 할 수 있는데, 아날로그 신호(예를 들면 마이크로 입력되는 보컬 신호)를 디지털로 바꾸어주는 AD컨버터, 그리고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바꿔서 스피커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해주는 DA컨버터가 오디오인터페이스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좋은 퀄리티의 오디오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는 말은 결국 좋은 퀄리티로 녹음을 하고, 모니터링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아서 전체적인 작업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아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미 좋은 퀄리티의 오디오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지만 믹스프린팅/모니터링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특색있는 외장 컨버터를 추가로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믹싱 작업을 하고나면 여러개의 트랙을 하나의 스테레오 파일로 묶어서 마스터링 엔지니어에게 전달하게 되는데 그 때 DAW 내에서 바운스를 해서 최종 파일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외장 컨버터를 거쳐서 믹스프린팅을 하게되면 사운드에 컨버터의 특색을 입힐 수 있게되고 저음이 더 단단하다든지, 고음역대가 좀 더 오픈된 사운드를 얻을 수 있다든지 하는 캐릭터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최종 믹스프린팅을 하게되는 사운드를 들으면서 믹스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오디오인터페이스와 각 컨버터들 사이의 라우팅을 알맞게 셋업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블랙키스튜디오에서는 32채널 Neve Genesys 콘솔과 32채널이 연결되어있는 Apollo x16을 두 개 사용하면서 Cranesong HEDD Quantum 외장 컨버터를 통해 모니터링과 최종 믹스 프린팅을 하고 있다.
디지털 오디오 사운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오디오인터페이스/컨버터가 어느 정도 이상되는 레벨의 장비로 갖추어졌다면 다음 업그레이드 순서는 녹음을 주로 하는 사람/믹싱을 주로 하는 사람에 따라 그 우선 순위가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녹음을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프리앰프의 업그레이드를 추천하고 싶다. 녹음되는 소스는 마이크/라인 인풋을 통해 프리앰프를 거쳐 컨버터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과정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프리앰프를 가지고 있다면 같은 소스를 녹음하더라도 퀄리티가 낮은 프리앰프에 비해 두께감, 질감이 훨씬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내가 처음으로 갖게된 좋은 퀄리티의 프리앰프는 API 512c 였는데 타이트하고 단단한 느낌의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Neve 1073 런치박스 버전을 스테레오로 구매하게 되었고 API와는 다른 성향으로 저음이 풍부하고 두께감있는 소리를 녹음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Neve Genesys 콘솔에 장착되어있는 1073 프리앰프로 거의 모든 녹음을 받는 편인데 녹음할 소스의 성향에 따라 API 512c 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외장 프리를 장만하기 부담스럽다면 UA에서 나오는 플러그인 프리앰프를 유니즌 기능을 통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날로그 하드웨어를 복각한 UA 프리앰프 플러그인들은 하드웨어와 정확히 같은 소리는 아니지만 그 장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색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소스에 입혀준다. 내가 들었을 때 UA 복각 플러그인들은 아날로그 장비의 특색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소리를 만들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녹음보다는 믹싱에 필요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면 음악을 듣는 모니터링 환경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순히 모니터 스피커만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스피커는 그 스피커가 놓여지는 공간과 한 세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스피커도 좋지않은 어쿠스틱스를 가지고 있는 룸에 설치된다면 그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처음부터 스튜디오로 설계되어서 어쿠스틱스에 신경을 쓴 공간이 아니라면 흡음재와 디퓨저 등을 통해 룸어쿠스틱스를 좋게 만들고 그 방사이즈에 맞는 좋은 스피커를 장만하는게 좋을 것이다. 굳이 우선 순위를 따지자면 룸어쿠스틱스를 좋게 만드는게 스피커 업그레이드보다 먼저라고 생각된다.
모니터 스피커를 제대로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헤드폰도 믹싱을 하기에 괜찮은 옵션이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은, 스피커 리스닝을 할 때 우리는 한 쪽 귀로 양 쪽에서 나는 소리를 전부 듣게되는 반면 헤드폰으로 들을 때는 한 쪽 귀로 왼쪽, 오른쪽 중 한 쪽의 소리만 듣게 되기 때문에 센터의 소리가 스피커로 들을 때보다 6dB 작아지는 효과(Missing 6dB Effect)가 발생하게 된다. 헤드폰으로 작업을 할 때는 이러한 현상이 발생된다는 걸 생각하면서 작업을 해야 사운드 밸런스를 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블랙키스튜디오에서는 ATC SCM50, Yamaha NS10M 스피커, 헤드폰은 Beyerdynamic DT880pro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항상 더 나은 모니터링 스피커는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업그레이드를 생각했었는데 지금 스튜디오에 메인으로 셋업되어있는 ATC SCM50을 사용한 이후로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처음 ATC 스피커를 들어본건 뉴욕 일렉트릭레이디스튜디오에서 일할 때 탐 엠허스트, 마이클 브라우어의 룸에서였다. 처음보는 브랜드의 같은 모델 스피커를 두 분 모두 메인으로 쓰고 있었고 그거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언젠가 꼭 가지고 싶은 스피커가 되었다. 블랙키스튜디오를 디자인하기 시작한건 아직 뉴욕에 있을 때였는데 그 때는 지금처럼 스튜디오A 컨트롤룸이 크지 않아서 ATC SCM25A를 구매했었다. 그런데 스튜디오를 만들다보니 컨트롤룸이 처음 디자인보다 커지게 되었고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1년정도 되었을 때 좀 더 큰 스피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때 ATC SCM50으로 변경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만족하며 사용해오고 있다.
자주 작업하는 곡의 장르, 그리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스피커와 헤드폰은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선택을 할 때는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구매하기보다는 정말로 자신에게 필요한 소리를 내주는 장비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서 여러가지 제품들을 들어보고, 또 데모를 해볼 수 있다면 요청해서 직접 사용해보고 결정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