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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ckkey Jan 05. 2023

나에게 맞는 마이크 선택하기

MIXING 101 Ep02

오디오인터페이스, 프리앰프, 모니터 환경이 괜찮아졌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게 좋을까? 이것도 마찬가지로 어떤 작업을 많이 하느냐에 따라 순서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에는 마이크에 관한 이야기을 해볼까한다.


지금에 와서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마이크들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있지만 처음에는 한 개, 많아야 두 개 정도의 마이크로 모든 소스들을 녹음했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특히 홈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마이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홈스튜디오에서는 하나만으로도 여러가지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마이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홈레코딩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주위에 있는 나보다 작업을 잘 하는 분들께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 그 분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은 다 좋아보였고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가지고 싶었더랬다. 마이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엔 블러의 그레이엄 콕슨이 사용한다는 Shure Beta 87a 컨덴서 마이크를 구해서 쓰기 시작했다. 87a는 주로 보컬 녹음에 사용했었는데 룸컨디션에 크게 신경쓰지않아도 꽤 괜찮은 사운드를 녹음할 수 있었던게 장점이었다. 컨덴서와 다이나믹 마이크의 어딘가 중간쯤 위치한 성향을 내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87a를 사용하다가 녹음된 사운드의 두께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시점이 왔고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마이크는 지인이었던 프로듀서 분이 사용하고 있던 Neumann TLM103 컨덴서 마이크였다. 그 프로듀서 분은 TLM103과 API 512c 프리앰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소리가 너무 좋게 들려서 국내외 중고 장터를 돌아다니다가 결국 그 두가지 장비를 홈스튜디오로 들여놓게 되었다. 


TLM103은 보컬이면 보컬, 기타면 기타, 대부분의 소스를 고퀄리티로 녹음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두께감도 적절히 있으면서 소스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그런 마이크였다. 본격적으로 스튜디오를 만들기 전까지, 홈레코딩 시절에는 더 이상 마이크 업그레이드에 대한 생각이 나지 않게 만들어줬다. 그런데 TLM103을 쓰기 시작한 뒤부터 작업하는 공간의 어쿠스틱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기존에는 신경쓰지 못했던 노이즈들이 같이 녹음되기 시작했고 방의 울림이나 이런 것들이 녹음 소스에 함께 묻어있어서 후반 작업을 할 수록 그 단점들이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 도움을 준 것은 리플렉션필터라고 불리는 장비였다. 지금도 홈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다가 룸사운드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리플렉션필터를 한 번 사용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이크 주변을 흡음 소재로 둘러싸서 보컬의 소리가 필터링 돼서 나가면서 룸에서 생기는 반사를 줄여주고, 또 그렇게 필터링 된 소리가 룸에서 만들어내는 리플렉션을 막아주는 기능도 하는데 완벽하진 않았지만 어느정도 고민을 해결할 수 있었다. 


룸 어쿠스틱스는 모니터 스피커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언급했지만 어떤 마이크를 사용하느냐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프로페셔널 스튜디오에서도 보컬이 노래를 하는 라이브룸은 컨트롤룸만큼 데드한 공간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컬 녹음 셋업을 할 때 큰 소리의 보컬을 녹음할 때는 마이크 주변에 고보(Gobo)를 설치해서 룸 리플렉션를 컨트롤해주곤 한다. 녹음된 원본 소스를 들으면 잘 들리지 않던 룸사운드도 컴프레서를 걸거나하면 거슬리는 소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업실이나 작은 방 안에서 녹음을 하고 있다면 여러가지 다른 위치에서 테스트해보면서 리플렉션이 적은 녹음 스팟을 찾아가는 시도도 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레코딩부스와 컨트롤룸이 구분되어있지 않은 소규모 작업실에서 녹음하고 있다면 무조건 비싸고 좋은 마이크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그 장소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내주는 마이크를 찾아보길 권한다. 스튜디오 스탠다드라고 불리는 Neumann u87 같은 마이크도 컴퓨터가 보컬과 같은 공간에 있는 소규모 작업실에서는 컴퓨터 팬노이즈같은 작은 소리들도 모두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클라이언트를 녹음하는게 아니라 셀프 프로듀싱하는 송라이터 뮤지션의 경우는 자신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마이크를 찾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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