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ING 101 Ep04
지난번 글에서는 아날로그 아웃보드 장비가 좋은 사운드를 위해서 꼭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디지털 플러그인에 비해서 사용하기 불편한 점이 있고, 하드웨어 장비가 없다고해서 좋은 믹스를 못한다거나, 반드시 꼭 아날로그로 해야만 소리가 좋은건 아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래도 아날로그 장비는 특유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십수년간 쓰여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난 꼭 아날로그 아웃보드 장비를 갖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개인 작업실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웃보드 장비 하나를 추천해볼까 한다.
컴프레서의 경우, 녹음할 때 사용할 아웃보드 컴프레서가 있으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물론 이 부분도 플러그인으로 대체 가능하긴하지만 녹음할 때는 플러그인을 사용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로세싱 딜레이(플러그인을 거치면서 발생되는 인풋 시그널과 아웃풋 시그널 간의 시간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웃보드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녹음할 때는 알맞은 Gain Staging 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한데, 다이나믹레인지가 큰 보컬의 경우 프리앰프의 게인을 소리가 작은 쪽에 맞춰서 크게 셋팅을 하면 큰 소리로 노래하는 구간에서는 적정 레벨을 넘어가게 되어 클리핑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소리가 큰 쪽에 맞춰서 게인을 작게하면 소리가 작은 부분은 충분한 레벨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다. 이럴 경우 컴프레서를 사용하면 레코딩을 할 때 적절한 Gain Staging 을 확보하는데 도움을 준다.
레코딩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컴프레서는 LA2A, CL1B와 같은 옵티컬 컴프레서, 1176과 같은 FET 컴프레서가 있는데 물론 이런 컴프레서들을 모두 갖춰놓고 상황에 맞는걸 골라서 사용하면 제일 이상적인 상황이겠지만 그렇게하기에는 결국 늘어나는 예산이 부담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앞에 언급한 컴프레서들의 성향을 하나의 유닛에서 구현 가능한 장비가 있는데 바로 Empirical Labs 에서 만든 Distressor(디스트레서)이다. 특정 셋팅값에 따라 LA2A 와 같은 옵티컬 컴프레서의 성향을 내주기도 하고, 1176의 빠른 어택/릴리즈 타임을 가진 FET 컴프레서의 성향도 낼 수 있으며, 버튼 하나로 Tube/Tape 타입의 새추레이션 효과도 더할 수 있는, 정말 다재다능한 올인원 컴프레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LA2A, 1176 과 똑같은 사운드를 내주진 않지만 그 컴프레서들의 ‘특성‘을 상당히 높은 퀄리티로 에뮬레이션해서 들려준다. 그리고 디스트레서는 클래식 컴프레서들의 에뮬레이션 기능말고도 그 자체로도 좋은 퀄리티의 사운드를 만들어주는, 사용하기 어렵지 않은 컴프레서라는 점에서 하나의 외장 컴프레서를 장만하고자 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비이다.
힙합/알앤비 작업을 많이하는 뉴욕 엔진룸오디오에서 일할 때에도 대부분 랩 레코딩 세션에서는 디스트레서를 걸고 보컬 트래킹을 했으며 지금 블랙키스튜디오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최근에 함께 작업한 AJ Tracey의 보컬 녹음에서도 디스트레서를 사용했는데 (물론 후반 믹싱 작업에서는 다른 컴프가 더해졌을 수도 있다) 그 사운드가 궁금하다면 NSW yoon의 ‘Flip Flap (feat. AJ Tracey & 행주)’에서 AJT의 피쳐링 파트를 들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