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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Dec 29. 2016

2016년 우리를 떠난 록&팝 스타들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2016년에 들어섰을 때, 내가 태어난 원숭이 해를 12년 만에 다시 맞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충만했던 기억이 난다. 병신년이라는 이름도 '참 재미있었지'하고 넘길 수 있는, 그리고 이름은 이상하지만 '그 해는 참 괜찮았어'라고 추억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랬었다. 다행히 개인적으로는 별 탈 없이 잘 넘어갔지만, 국내외 사정은 그렇지 않았다. 예상치 못했던 브렉시트 통과,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그리고 국정농단 사건까지. 많은 일들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리고 그중에는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도 있었다.

나는 록 음악을 좋아한다. 중학교 3학년 때 Travis라는 영국 밴드의 내한공연을 처음 간 이후 다른 밴드들의 공연들도 많이 갔었고, 대학교 1, 2학년 때는 밴드 동아리도 했고, 평소에는 밴드들의 공연 실황을 담은 부틀렉을 자주 듣는다. 2016년 가을학기에는 학교에서 열리는 [Music Industry in the Visual Age]라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해당 수업은 봄학기에는 [Rock Music, Culture and Society]라는 이름으로 열려서 40~60년대 재즈부터 록 음악의 태동기까지, 그리고 2학기 수업에서는 70~90년대 하드록부터 팝 씬까지 유명했던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업적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브릿 록에 집중되어 있던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보다 다양하게 변했고, 레드 제플린부터 비지스와 마이클 잭슨까지 넓은 세대를 담게 되었다. (기말고사 중 단답형 문제의 답 중 하나는 Daft Punk였다. 내가 대학을 다니면서 기말고사 시험에 다프트 펑크를 적게 되는 날이 오다니...) 명성으로만 알고 있던 아티스트들이 실제로 왜 유명하고 그들의 음악이 무슨 이유로 높이 평가받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유독 이 수업에서 배운 아티스트 중에서 올해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들이 많았다. 1월 데이비드 보위부터 시작해서 가장 최근,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난 조지 마이클까지.

개인적으로라도 이들을 기리고 싶어서 각각의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수업시간에 이들에 대해 배운 에피소드를 공유하려 한다. 아티스트들의 소개 순위는 개인적 취향을 반영했다.


PRINCE (1958-2016)

음악적 천재라고 할 수 있는 프린스. 프린스는 마이클 잭슨과 비슷한 80년대 중후반에 활동한 아티스트다. 당시에는 마이클 잭슨이 세계를 집어삼킬 때여서 프린스의 음악이 가려진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마이클 잭슨이 훌륭한 엔터테이너였다면, 프린스는 골수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간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탑밴드]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의 '로맨틱 펀치'라는 밴드가 그의 'Purple Rain'이라는 곡을 커버하는 걸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Purple Rain' 한 곡만 듣다가, 이번에 수업을 들으면서 'When Doves Cry'나 'Darling Nikky'같은 곡들도 알게 되었다.

'Purple Rain'은 6분이 넘는 대곡으로, 중간에서부터 2~3분 정도 이어지는 기타 솔로가 압권이다. 이 곡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자 유튜브에 검색을 해도 제대로 된 영상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업에서 들은 바로는 프린스는 저작권에 극도로 민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아티스트들은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만들고 뮤직 비디오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하지만, 프린스는 오히려 유튜브에서도 그의 정식 곡들을 듣지 못하게 했다. 그만큼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음악 장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많이 보이는 이 Parental Advisory 로고. 바로 이 로고가 프린스에 의해 생겨났다. 그의 노래 중 'Darling Nikki'라는 곡은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봤을 때 외설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곡이 발표되었을 당시 정치인 엘 고어(Al Gore)의 아내 티퍼 고어(Tipper Gore)는 자신의 딸이 이 노래를 듣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다른 정치인들의 아내들과 함께 PMRC(Parental Music Resource Center)라는 기관을 세운다. 

그 기관에서 한 일은 대중가요 중 자녀들에게 해가 될 수 있는 노래들을 선정해서 저 딱지를 붙이는 것이었는데, 최초로 선정된 15곡 중에 프린스의 'Darling Nikki'는 당당히 1위를 차지한다. 이후에도 PMRC는 저 딱지를 붙이는 작업을 하는데, 힙합 아티스트나 기득권에 반항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Parental Advisory가 붙는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DAVID BOWIE (1947-2016)

데이비드 보위, 혹은 지기 스타더스트(Ziggy Stardust)는 음악만큼이나 무대의상과 패션에 있어서도 후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독특한 분장과 의상은 후대 아트록과 글램록에 영향을 주었고, 음악 스펙트럼도 아트록과 프로그레시브부터 디스코, 댄스까지 다양했다. 데이비드 보위는 마지막 앨범 <Black Star>가 발표된 지 며칠 되지 않아 사망해서 그의 죽음은 더욱 극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다른 아티스트들은 사망이라고 느껴지지만, 데이비드 보위만은 그가 데이비드 보위로서의 삶을 끝내고 저 멀리 우주 어딘가에서 Ziggy Stardust로 새로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지만, 데이비드 보위는 꽃중년으로도 유명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멋지게' 나이 들어간 데이비드 보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정체성을 뚜렷이 했다.

Ziggy Stardust는 그의 또 다른 자아이자 페르소나인데, 그는 <The Rise and Fall of Ziggy Stardust and the Spiders from Mars>에서 자기 자신을 지기 스타더스트라는 새로운 자아를 만들고 우주를 유영하는 존재로 설정했다. 

데이비드 보위는 브릿 록의 거장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밴드들과의 일화도 많다. 내년 내한을 앞두고 있는 Coldplay의 크리스 마틴은 데이비드 보위에게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했다가 보위가 '맘에 들지 않는다'라고 거절했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또 다른 브릿 록 밴드인 Placebo와는 그들의 'Without You I'm Nothing'이라는 곡에서 피처링을 했다. 들어보면 알겠지만, 보위는 플라시보의 사운드에 훨씬 잘 어울린다.  

보위는 오드아이로도 유명하다. 그는 양 눈의 색이 다른데, 사실 오드아이가 된 이유는 어릴 때 친구와 싸움을 하다가 눈에 주먹을 맞아서 질병을 얻게 되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안 좋은 사건이 나중에는 그의 신비감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밖에.

보위의 음악 중에서는 'Starman', 'Space Oddity', 그리고 Queen과 함께한 'Under Pressure'을 추천한다. 'Under Pressure'은 현대카드의 광고 음악으로도 사용되었고, 애니메이션 영화 [해피 피트 2], 그리고 최근 개봉한 [씽!]에도 사운드 트랙으로 들어가 있다.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보위는 1984년 영국의 아티스트들이 조직한 자선 운동 Band Aid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라는 곡에도 참여했다. 유튜브에서 Extended Version을 검색하면 뮤지션들이 메시지를 전하는 부분이 있는데, 거기서 데이비드 보위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GEORGE MICHAEL (1963-2016)

그의 유명한 노래 'Last Christmas'처럼 12월 25일에 세상을 떠난 조지 마이클. 그와 Wham!에 대해서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더욱 충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조지 마이클을 Wham!의 멤버로만, 그리고 히트곡 중에서는 'Last Christmas'만 생각하지만, Wham!은 라스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많은 명곡들을 가지고 있고, 조지 마이클의 개인 커리어 또한 엄청나다. 내로라하는 뮤지션들만 섰다던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 한 무대를 장식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입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Last Christmas'만 생각하면 귀여운 보이밴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지 마이클은 그보다는 섹시 가이에 가깝고 음악 역시 Blue-eyed soul이라고 하는, 백인이 하는 소울로 분류할 수 있다. 최근 본 영화 [라라랜드]에서도 그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극 중 세바스찬 역의 라이언 고슬링과 미아 역의 엠마 스톤이 낮에 파티에서 만나는 장면에서, 세바스찬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미아가 'George Michael!!'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다. 재즈를 하는 세바스찬을 조지 마이클에 비유한 것. 위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가죽 재킷을 입고 통기타를 치는 아티스트였다. 영화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데드풀]에서는 Wham!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데드풀이 여자 친구에게 이런 대사를 날린다. '왬은 그냥 왬이라고 하면 안 돼. 느낌표가 들어가잖아. 왬!이라고 힘줘서 발음해야 해'

'Careless Whisper'라는 노래는 제목을 생소할지라도 들어보면, 중간에 색소폰이 나오는 부분은 누구나 아는 곡이다. 또 사실 Wham!은 조지 마이클이 거의 이끌어가다시피 한 듀오인데, 음악적으로 욕심이 많았던 조지 마이클은 Wham!으로 활동하던 중간에 앤드루 리즐리의 이름을 빼고 자신의 이름만 크레딧에 넣기도 했다. 그리고 Wham! 활동이 끝나고는 솔로 앨범 [Faith]를 발표해서 1987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타이틀곡 'Faith'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조지가 얼마나 섹시한 아티스트였는지 볼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조지 마이클은 소울의 전설 아레사 플랭클린과 'I Knew You Were Waiting(For Me)'을 같이 부르기도 한다. 엘튼 존과 함께한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 역시 후배 아티스트들이 많이 커버하는 곡이다.


GEORGE MARTIN (1926-2016)

The Fifth Beatle(제 5의 비틀즈 멤버), 비틀즈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도 2016년 별세했다. 조지 마틴은 비틀즈를 발견하고 데뷔시킨 장본인이자 비틀즈의 앨범 여러 장의 프로듀싱을 맡고 그 외에도 엘튼 존이나 제프 백 같은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싱을 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에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위의 사진은 라스베이거스를 여행할 당시 보았던 태양의 서커스에서 제작한 비틀즈 쇼 [LOVE]의 무대 사진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노래들은 비틀즈의 원곡을 리믹스하거나 조금씩 수정한 버전인데, 이 작업을 조지 마틴이 맡았다. 1시간 30분 동안 20곡이 넘는 비틀즈의 노래들이 나오고 무대에서는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데, 각각의 노래마다 뮤직 비디오를 보는 기분이었다. 올해 비틀즈의 노래가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면서 [LOVE]에 쓰인 버전도 추가된 것을 확인했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비틀즈의 노래. 그리고 그 비틀즈를 있게 한 일등 공신 조지 마틴.

비틀즈 최고의 명곡으로 꼽히는 곡 중 하나인 'Yesterday'는 조지 마틴의 현악을 넣자는 아이디어가 반영된 곡이다. 멤버들은 심플한 기타 소리만으로 어쿠스틱하게 가자고 했지만 조지 마틴은 현악기 소리를 넣자고 했고, 그 결과 'Yesterday'가 빛을 볼 수 있었다. 이 곡은 2015년 4월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 당시 라이브로도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GLENN FREY (1948-2016)

글렌 프레이는 미국의 전설적인 밴드 The Eagles의 멤버다. 기타와 보컬을 맡았고, 이글스의 해산 이후에는 솔로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글스는 그야말로 미국인들의 자존심이다. 영국에서 비틀즈를 내세운다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미국 밴드가 바로 이글스다. 이글스의 불후의 명곡 'Hotel California'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팝송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노래이기도 하다.(하지만 이 노래는 이글스의 드러머이자 보컬인 돈 헨리가 거의 다 부른다) 'Desperado'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글스 이후에는 솔로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영화 [버버리 힐즈 캅]의 사운드트랙 'The Heat Is On'을 작업하기도 했다.


KEITH EMERSON (1944-2016)

키스 에머슨은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EL&P의 키보디스트다. EL&P는 Emerson Lake & Palmer의 약자로, 세 멤버의 이름 첫자를 딴 밴드명이다. 2016년에는 다음에 언급할 그렉 레이크도 타계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실 EL&P는 제네시스, 킹 크림슨, YES!, ASIA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을 배우면서 함께 배웠는데, 이들의 노래는 10분이 넘는 대곡이고 듣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서 딱히 인상에 남는 곡은 없다. 하지만 로버트 무그 박사가 개발한 신디사이저를 활발하게 활용한 아티스트다.


GREG LAKE (1947-2016)

키스 에머슨과 함께 EL&P의 멤버이자 프로그레시브 록의 시작을 알렸던 King Crimson에서도 활동했던 그렉 레이크. 킹 크림슨의 곡 중에 '21st Century Schizoid Man'이라는 곡이 있는데, 칸예 웨스트의 명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에 있는 'Power'라는 노래에서 이 곡을 샘플링했다. 내 경우 칸예의 노래를 먼저 들었기 때문에 샘플링인 줄 몰랐다가 '21st Century Schizoid Man'을 듣고 나서야 샘플링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LEONARD COHEN (1934-2016)

여기에 나오는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락앤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아티스트들이다. 레너드 코헨도 예외는 아닌데, 레너드 코헨은 단 세명밖에 없는 캐나다 출신 HoF 등재 아티스트다. (다른 두 명은 Neil Young과 Joni Mitchell)

'캐나다의 밥 딜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I’m Your Man'이라는 곡이 유명하다. 



Paul Kantner (1941-2016)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기타리스트였던 폴 칸트너도 1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아쉽게도 제퍼슨 에어플레인은 제대로 들어보질 못했다. 



Carrie Fisher (1956-2016)

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아 공주, 캐리 피셔가 12월 27일에 세상을 떠났다. 캐리 피셔의 경우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Bridge Over Troubled Water'로 유명한 Simon & Garfunkel의 Paul Simon과 결혼했었고, 폴 사이먼은 캐리 피셔에 대한 노래 'She Moves On'이라는 곡을 쓰기도 했기 때문에 넣었다. 


많은 록스타와 팝스타들이 타계했다. 

특히나 시대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던 프린스와 데이비드 보위는 큰 충격이었다. 

그들은 떠났지만 음악은 남는다.

여러 아티스트들이 남긴 작품을 듣는 것이 남은 우리의 몫이 아닐까.

아울러 내년 이맘때에는 일 년을 되돌아보며 '괜찮은 한 해였다'라고 말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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