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녀노 Apr 18. 2017

COLDPLAY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그들

4월 16일에 있었던 영국 록 밴드 Coldplay의 역사적인 내한공연에 다녀왔습니다. 학생 시절부터 친구들과 콜드플레이를 들었었기 때문에 처음 내한공연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정말 떨렸습니다.

공연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빨리 후기를 쓰려고 합니다. 마음같아서는 어제, 그러니까 공연 당일에 썼어야 했는데 어제는 감동이 쉽사리 가시질 않더라구요.. 


저는 이 공연을 예매하려고 현대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우선 예매와 할인 가격 혜택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더랬죠. 그리고 좋은 위치의 티켓을 잡았습니다. 카드 발급받은 보람이 있었죠.

작년에 목숨 걸고 티켓팅을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공연 날이 다가왔습니다. 원래는 토요일 공연에 갈 예정이었지만 급하게 일이 생겨서 일요일 공연으로 일정을 변경했습니다.


입장은 오후 다섯시부터라기에 네시 반쯤에 종합운동장 역에 도착했습니다. 공연을 보러 잠실에 온 건 재작년 폴 매카트니 이후로 처음이었어요. 현대카드는 대형 공연을 많이 개최하다 보니 관객들의 동선이나 머천다이즈, 락커 등 운영이 매끄러웠습니다. 4만 5천 명이 들어가는 공연이니만큼 입장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겁니다. 티켓 하단 색으로 영역을 구분해서 입장 구역으로 안내하는 아이디어가 직관적이고 좋더라구요.

폴 매카트니때와 같이 메인에 큰 기둥으로 포토존을 만들어놨습니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전 패스했습니다. 혼자 보러 와서 찍어줄 사람도 없었고 뭐...

제가 갔을 때 머천다이즈는 이미 한 종류 빼고는 매진이었어요. 남아있는게 있으면 하나 살까 했는데 남은 티셔츠는 디자인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아서 역시나 패스했습니다.

락커에 짐을 맡기고 줄을 섭니다. 제가 G1 1200번대였는데 4000번까지 있는 번호들과 뒤쪽 스탠딩에 계신 분들을 보니 역시 앞자리 잡는게 장땡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입장 자체는 다섯 시가 되기 조금 전에 시작했습니다. 다만 번호순으로 입장하다 보니 뒤쪽 번호 분들은 조금 더 지나서 입장했어요. G3는 꽤나 늦게 들어오더라구요. 1200번대라서 좋은 자리는 어렵겠거니 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구역 자체도 넓고, 무대도 메인 무대와 센터에 나와있는 무대가 있어서 관객들이 양쪽으로 분산되다 보니 좋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런 대규모 공연에서는 무대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면 완전 땡큐죠. 폴 매카트니 공연 때는 스탠딩이지만 뒤쪽이어서 양 측 스크린으로 거의 봤거든요.


앉아서 기다리는데 6시 20분쯤이었을까요, 갑자기 뒤에서 와~하고 밀어와서 다들 서있게 됐습니다. 다 같이 앉아서 편하게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7시가 되자 오프닝 게스트 Jass Kent가 올라왔습니다. 저는 Jass Kent보다 드럼 치시는 분이 더 멋지더라구요. 열심히 듣진 않았으니 딱히 코멘트할 것도 없네요.


30분을 더 기다리고 드디어 8시!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주곡이 나옵니다. (드디어...) 공연은 시작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시간을 맞춰주면 정말 고맙습니다.

첫 곡 A Head Full of Dreams는 정말 정신없이 봤습니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밀진 않아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네요. 무대에 콜드플레이 멤버들이 보이는 순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습니다. 유튜브로, 사진으로, 음악으로만 듣던 그 밴드가 제 앞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니요. 심지어 악기 데코레이션이나 무대 의상도 그간 보던 무대들이랑 똑같았어요.

하이라이트에서 빵! 하고 무지개색 종이꽃가루가 펑펑 날립니다. 신난다고 와~하고 입을 벌리고 있다가 꽃가루가 입으로 막 들어와서 고생했습니다. (짭짤하더군요) (크리스 마틴은 갱냄 스타일의 hometown이라면서 말 춤을 추기도...)

두 번째 곡은 Yellow였습니다. 4월 16일 공연이라 다들 마음속에 걸리는게 있었을텐데, 콜드플레이는 그들다운 방법으로 세월호를 추모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멤버들의 의상에도 노란 리본 배지가 하나씩 달려있었습니다. 크리스 마틴은 바지에, 윌 챔피언과 가이 베리맨은 티셔츠에, 그리고 조니 버클랜드는 모자에요. (이걸 볼 수 있을 정도로 앞에 있었다니!)


The Scientist는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콜드플레이 곡입니다. Mp3로 음악을 들을 때부터 지금 스마트폰으로 들을 때까지 한 번도 제 플레이리스트에서 빠진 적이 없습니다. 이 곡을 쳐보겠다고 혼자 피아노 악보를 다운받아서 연습한 적도 있어요.

몇 년 전까지는 후렴구에서 크리스 마틴이 '워어어어~~'하고 선창하고 관객들이 따라 부르곤 했는데 최근에는 그걸 잘 하지 않아서 조금 아쉽습니다. 그래도 정말 잘 들었습니다.


Paradise 다음에는 티에스토가 리믹스한 곡으로 이어졌는데요, 이때 기타리스트 조니 버클랜드와 크리스 마틴이 제가 있는 곳 앞에서 기타를 치며 놀더군요. 저는 또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중간에 네다섯 곡은 공연장 중간에 있는 B-Stage에서 진행됐습니다. 제 위치에서는 밴드가 잘 안 보여서 스크린으로만 봤네요.

Everglow때는 세계평화를 외치면서 이 공연장에서의 사랑이 North Korea와 White House in America에도 전해지도록 하자고 하는데 웃음이 ㅋㅋㅋ 안 그래도 4월 15일 북한 태양절과 미국의 항모 배치 때문에 지난주부터 외국 친구들이 제게 한국 안전하냐고, 전쟁 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처음에는 별일 없다 괜찮다 얘기하다가 다들 불안해하길래 '이번 주말에 콜드플레이가 공연을 하고, 콜플이 한국에 있는 동안은 아무도 한국을 못 건드리니까 걱정마라'라고 안심시켰어요. 그러니 다들 응~~하더라구요.


Charlie Brown은 화려한 무대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수만 개 자이로 밴드가 너무나 멋지게 빛났고 알록달록 나오던 레이저도 아름다웠어요.

Charlie Brown부터 Hymn for the Weekend, Fix You, Viva La Vida, Adventure of a Lifetime까지는 끝장이었어요.

Young at Heart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마지막 합창곡으로 Fix you를 부릅니다. 원곡에서처럼 강한 기타리프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노래 소리로만 화면을 채우는데도 그 울림은 정말 컸어요. 미드 Newsroom에서도 주인공들이 언론사가 추구해야 하는 공정성과 자본의 논리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선택하는 순간에서 이 노래가 나옵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그 영상 클립을 보고 뉴스룸을 다 봤어요. 이만큼 Fix you라는 곡이 주는 감동은 대단합니다. Fix you를 부를 때는 저도 뭉클했습니다.

Viva La Vida에서의 떼창은 압권이었죠. 들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따라 하던 후렴구를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부를 때는 전율이 돋았습니다.

Adventure of a Lifetime는 대형 풍선이 기억에 남네요.


잠시 휴식 후에 B-stage보다 가까운 C-stage에서 부른 Warning Sign은 참 반가운 곡이었습니다. 라이브로 만나기 힘든 곡이었거든요. 그 뒤에 부른 Don't Panic, In My Place와 함께 초창기 콜드플레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지금은 쿵짝쿵짝, 뿅뿅뿅 하는 팝 사운드를 많이 도입해서 우울한 브릿락을 하던 예전과는 색이 달라졌지만, 그게 또 콜드플레이가 가진 스펙트럼이 넓다는 거겠죠.

In My Place는 해당 팬들이 콜플에게 듣고 싶은 곡을 요청하면 한 명을 선정해주는 코너에서 선정된 곡이었어요. 저도 해볼걸 그랬네요. Swallowed In The Sea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곡은 2005/6년 투어 이후로 라이브를 안 하거든요...

City of Seoul Song은 크리스 마틴 혼자 무대에 남아서 불렀습니다. 여기서도 강남스타일 드립이랑 처음으로 한국에 와서 좋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저는 이 곡을 즉석에서 만들어서 불러주는 줄 알고 되게 좋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전날에도 불렀더군요. 약간 씁쓸...


Something Just Like This는 Chainsmokers에 콜플이 피처링한 일렉 곡이죠.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곡이기도 하구요.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으응?'한 느낌이 있었는데 들을수록 좋아지더니 라이브로 들으니 화려하고 놀기 좋은 곡이었어요. 다른 무대 영상들도 좋았지만 특히나 이 곡의 무대 영상은 키덜트를 연상케 했어요. 여기서도 꽃가루를 펑펑 날려주더군요.


이어지는 A Sky Full of Stars야 워낙 많이 알려져 있고 명곡이었고, 드디어 마지막 Up&Up이 나왔습니다. 2016 글래스톤베리에서는 실제로 어린이들이 나와서 같이 불렀었죠. 이번엔 그런 이벤트는 없었지만 무대 영상에 푹 빠져서 들었어요. 지하철역을 헤엄치는 거북이, 행성의 띠에서 경주를 펼치는 레이스카, 달리는 자동차에서 접영을 펼치는 수영선수, 세탁기 안에서 싱크로나이즈드같이 가끔 이미지로만 보던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라는 문장을 6분짜리 비디오로 담아냈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너무 행복했어요. 앵콜은 없었지만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쉬지 않고 무대를 꾸며준 멤버들과 크루들, 고맙습니다.


U2, Coldplay, Daft Punk 이렇게 세 아티스트들은 정말 보고 싶었지만 한국에서 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콜드플레이는 일본은 자주 가는데 한국은 한 번도 오질 않아서 '크리스 마틴이 한국을 싫어한다'라는 루머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아니었네요!

U2는 나중에 한국이 통일되면 DMZ에서 축하공연을 하지 않을까요? 다프트 펑크는 투어조차도 잘 하지 않으니 잘 모르겠고요.


아, 이번 밸리 록 페스티벌에 또 다른 희귀 아티스트가 오죠! 바로 Gorillaz에요. 고릴라즈가 한국에 올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데, 대박이예요. (Blur로 왔으면 더 좋겠지만...) 그래서 저는 밸리 록 얼리버드 티켓을 샀습니다! 작년에 RHCP를 눈앞에서 봤고 그 전 해에는 폴 맥카트니를, 미국에서는 앨튼 존과 샘 스미스를 봤는데, 요 몇 년간 많이도 봤네요.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여름에 밸리 록에서 맥주를 마시며 뛰어놀기만을 기다려야겠네요. 얼리버드 티켓을 사느라 탕진한 돈도 다시 채워놓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