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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eynWorks Dec 24. 2020

대기업 그만둔 것 후회되지 않아?

다행스럽게도 아직 후회는 하지 않아.

고등학교 친구들과 랜선 송년회가 시작되었다.

오랜 친구들과의 대화가 그렇듯 대화는 과거를 향했다.

그러다 친구가 말했다. "니는 뭐하러 나왔노?"


2009년에 입사했던 삼성화재에서 나는 대인손해사정을 했다.

대인손해사정이라는 어려운 6글자를 풀어서 말하면,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을 가입한 고객이 사고로 피해를 입힌 사람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었다.

더 쉽게 말하면 합의를 하는 일이었다.


원치 않는 사고로 피해를 입어 마음이 상한 그들에게 나는 달갑지 않은 대상이었다.

가해자에 대한 앙심이 나를 향하기도 했다.

돈을 더 받기 위해서 연기와 작전은 당연했다.

병실에 들어갔을 때 교통사고 당한 아주머니 6명이 누워있으면 숨이 턱 막혔다.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과일과 간식을 나누어 먹다가도,

정장을 입은 26살의 남성이 들어오면 동시에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시간이 지나 그때의 일을 미화하듯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나는 한 달에 50명가량의 사람들과 협상을 했다. 그들과의 평균 합의금은 약 80만 원 대였으며, 병원비는 50만 원이었다. 난 한 달에 6,500만 원을 협상의 결과물로 지출했고, 일 년에 약 8억 비용을 썼다. 600명과 8억의 돈을 협상한 경험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또, 시간이 지나 오늘 저녁이 되니 부끄럽기만 하다.

600명에 8억이라고 꾸미고 가치를 올리기에는 당시에는 난 힘들기만 했으니까.


"뭐하러 나왔노?"라는 친구의 말을 듣지 않는 상황,

만약 내가 나오지 않았다면

내가 앉았던 자리에서 오른쪽 2자리를 옮겨 연봉 1억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의 혜택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퇴직금도 꽤 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아주머니들의 침묵을 받아들이고, 

매년 조금 더 많아지는 피해자와

매년 조금 더 높은 합의금을 지급하고 있었을 것이다.


뭐하러 나왔냐고?


행복하려고!

그러면 지금은 행복하냐고?

조금은 행복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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