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과 안타까운 죽음
일요일 밤엔 개그콘서트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곤 한다.
재미있게 보는 코너 중 하나가 ‘넘사벽’인데 아쉽게도 폐지되었다.
이 코너가 폐지되기 전 한참 재미있게 보다가 갑자기 씁쓸해지는 기분이 드는 날이 있었다.
내용을 잠깐 보자.
“깔창아~ 어거 명품 헬멧인데~ 막내 오토바이 탄단다. 갖다 줘라~”
“예 알겠습니다 행님~. 연탄아~ 어거 명품 오토바이 헬멧인데 큰 형님이 막내 주란다.”
“알겠슴다. 멸치야. 이거 명품 오토바이 헬멧인데 큰 형님이 너 주란다.”
명품 헬멧이 공사장 안전모로 바뀌고, 공사장 안전모가 수박껍질을 깎아 만든 헬멧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웃으며 보던 이 코너가 갑자기 씁쓸해진 것은 왜일까?
그날따라 이 코너를 보면서 ‘도급’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던 것이다.
‘저게 도급이지... 도급의 문제점이지...’
보통 수 차례의 도급이 이루어지는 경우,
그러니깐 한 업체가 하청업체에 도급을 주고 그 업체가 또 도급을 주고, 도급을 주는 등 여러 번의 도급을 주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어떤 일을 하는데 도급비용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였으면, 이 업체가 다시 도급을 줄 경우 70만 원만 도급비용을 지급하고, 다시 도급을 줄 때는 50만 원에, 40만 원에 30만 원에 도급을 주게 된다.
그러면 철근 10개가 들어가야 할 곳에 7개만, 5개만 4개만 들어가게 되고, 부실공사가 되고 결국 사고가 터진다.
안전장비도 제대로 못 갖춘다. 적은 돈으로 도급받은 일을 하려다 보니 인건비도 턱없이 모자라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출 여력이 없다. 도급업체 직원들이 산재를 당하면 큰 사고인 경우가 많은데 이런 이유도 한몫한다.
구의역에서,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조선소에서 도급업체 직원들의 사망사고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 적이 있다. 이런 안타까운 죽음과 고통은 그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도급의 부조리와 불합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관행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하지 말자.
잘못된 것은 관행이 아니라 그 할아버지라도 고쳐야 한다.
메인 사진출처 : KBS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