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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J Dec 29. 2017

인도 개(犬)

인도에서 개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도의 거리에는 동물이 많다. 소, 개, 닭, 고양이, 독수리, 낙타, 원숭이 기타 이름 모를 동물 등등등... 그중에 가장 많이 보이는 동물은 개다. 마치 우리나라의 길 고양이를 쉽게 거리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인도에는 개가 있는 것 같다. 인도 개들은 대부분 덩치가 크다. 개의 생김새도 비슷하다. 대부분 여러 종이 섞인 모습인 것 같다. 어떤 종이라 칭할 수 없는 생김새다. 



인도에 있는 우리 회사에 이런 종류의 개 두 마리가 살고 있다. 한 마리는 암캐, 또 다른 한 마리는 그녀의 새끼인 수캐. 이름이 없어서 그냥 암캐와 수캐라 부른다. 이 둘은 항상 누워있다. 조금씩 자세를 바꿔가며 눕기도 하고 장소를 바꿔가며 눕기도 한다. 암캐에게 정해진 자리가 있는데, 그곳은 에어컨 실외기가 있다. 실외기 앞에 항상 누워서 바람을 쐬고 있다. 파리가 귀찮게 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위치라 그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암캐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동네 수캐들을 경계한다. 이 동네에는 암캐가 우리 회사 암캐 한 마리뿐이다. 그래서 동네 모든 수캐들이 회사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경비 아저씨가 내쫓기는 하지만 끊임없이 회사 내부로 침입하려고 시도한다. 우리 회사 암캐가 불쌍하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개들 사회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 


반려견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이 인도 개를 보면 신기하게 볼 것이다. 일단 길거리에 야생 개들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하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 늘어져있다. 자세도 비슷하다. 


우리회사 암캐, 실외기 앞에서 낮잠 중


정말 잘 잔다. 옆에 누가 지나가던, 큰소리가 나던, 어떤 일이 생기든지 말든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이들의 활동시간은 배고플 때인 것 같다. 쓰레기장 주변을 어슬렁 거리고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먹을 것을 구걸한다.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고, 주변 가게를 얼쩡거리며 뭐하나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기다린다. 이들의 삶은 먹고 자고 하는 활동뿐이지만, 그 자체로 여유롭다. 하나같이 다들 저 자세로 잠을 자는데 얼마나 편해 보이는지 모른다. 



인도 길거리에 다니는 개들을 야생개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반려견으로써 보살핌 받는 개는 아니지만, 사람들 무리 속에서 같이 공존하는 모든 인도 사람들의 반려견이 아닐까 싶다. 개도 늑대와 같이 야생성을 지니고 있을 텐데 사냥을 한다던가 무리를 지어 자기들만의 영역을 갖는 모습은 없는 듯하다. 그저 사람들과 같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다. 그래서 더욱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이쁨 받는 존재는 아닌 것 같지만 그렇다고 미움받는 존재도 아니다. 옆을 지나가는 개는 그저 지나가는 행인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사람과 공존하는 개들이 마냥 여유롭고 행복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야생개는 야생개다. 사람의 손길 없다면 자연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약한 개는 죽고 강한 개가 살아남는다. 어디가 아프거나 병들면 그저 손 쓸 수도 없이 고통을 안은 채 계속 살아가야 한다. 인도 개를 유심히 보면 피부병에 걸린 개도 많고 다리를 절둑이는 개도 많이 볼 수 있다. 더 심하게는 길에서 로드킬을 당한 개도 자주 보인다. 밤거리에서 본 개는 인간에게 학대를 받기도 한다. 발로 차이고 몰매를 당한다. 인도 개가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기 방어나 생존이 아닌 아무 이유 없이 고통을 받는 것은 인간과 공존하는 동물로서 너무 끔찍 삶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개의 삶이 인도의 문화의 한 부분라고 칭하기에는 그 문화에 속한 개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공존이 필요한 존재라면 최소한의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개가 우리에게 아무 이유 없이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인간도 모든 개를 보살피지는 못해도 적어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같이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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