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남긴 동해시
회사는 매년 가장 무덥고 물가가 비싼 성수기에 휴가를 준다.
제일 사람이 많을 때인 8월 초 휴가는 어디를 가든 끔찍하다.
이때는 숙박, 먹을 것, 교통 모든 것이 연중 최고로 비싸다.
휴가를 떠나려면 최소 몇 개월 전부터 준비가 되어있어야 그나마 교통과 숙박을 싸게 할 수 있다.
8월 초, 나는 계획이 없는 터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휴가를 보낼 생각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휴가를 떠나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 사진을 보니까, 휴가를 가야 하는 의무감이 생겼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의미 있는 휴가를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계속 밀려왔다.
무작정 왔다.
동해시에는 친구가 살고 있다. 숙박을 허락받고 바로 버스를 예매했다.
바다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매년 바다를 보러 다니지만, 볼 때마다 설렌다.
날씨는 완벽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요즘 같이 물질적 가치보다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시대에 비용 타령이나 하는 내가 구시대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움찔했다.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쓰면 된다.
그리고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즐기면 된다.
묵호항의 늦은 저녁, 우리는 돔 한 마리 끝내고 부둣가에 돗자리를 펼쳤다.
맥주와 육포만으로도 완벽했다.
동해의 밤은 낭만적이었다.
누워서 파도 소리와 함께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을 때, 가슴에 묵혀둔 모든 걱정이 사졌다.
올해 가장 뜨겁고 파란 여름이었다.
나에게 4일의 낭만적 여름을 선사한 동해에 감사를 보낸다.
Leica minilux, AGFA Vista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