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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J Feb 16. 2018

나는 왜 여행에 설레지 않는가

델리에서 마주한 여행의 의미


회사를 다니며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 이것을 실천하려면 큰 결심과 함께 치밀한 계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직업 또는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휴가를 힘들게 쓴다. 그것도 겨우겨우 상사의 눈치를 봐가며 휴가계획서를 제출하고 짧게나마 해외여행을 갔다 온다면 성공이다. 그나마 눈치를 덜 보며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출장을 겸한 짧은 여행이다. 일이 목적이지만 주말을 잘 이용한다면 나름의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타지에 와서 일만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Indigo (인도 국내선 항공기)

어려서부터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는 직업이 부러웠다. 구직 활동 당시 해외출장이 잦은 직업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영어 실력이 그리 신통치 않아서 포기했다. 현실에 맞춰 직업을 선택했고, 지금 하는 일은 출장이 많지 않다. 그저 책상에서 머리만 싸매는 일일뿐. 그런데 정말 특수한 경우로 지금 나는 인도 '첸나이'에 있다. 인도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진짜 인도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엔 기대반 걱정 반으로 출장준비를 했다. 짧게도 아니고 6개월 남짓한 장기출장이 주는 부담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1개월 남짓 살아보니 아무 감흥이 없다. 왜냐하면 생활패턴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단지 장소만 바뀌었을 뿐 직장인의 삶은 달라진 게 없다. 음식이며 교통과 같은 소소한 변화는 있지만  금방 익숙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출장 중에 아무리 일이 먼저라고 생각해도 나에겐 여행이 필요했다. 이러한 반복적인 생활패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공항 입국장에서 숙소로 이동할 때만 낯선 풍경이 좀 여행 온 느낌을 주었다. 일만 하게 되는 억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짧게라도 여행하기로 결심했다.


델리 빠하르간지 거리
델리 빠하르간지 거리의 밤

나보다 먼저 출장을 온 회사 동료와 함께 '델리' 여행을 계획했다. 일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비행기, 숙박 등 모든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델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블로그를 찾으며 여행정보를 물색했다.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디서 어떻게 무엇부터 할지 감이 안 잡혔다. 인도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명소는 타지마할이다. 우선은 타지마할을 가기로 결정하고 나머지는 가서 생각하자는 결론을 냈다.


타지마할

델리 여행은 허무하게 끝났다. 뭔가 찝찝한 것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분명 타지마할과 같이 유명한 건물도 보고 남들이 델리에서 해봤다던 것들을 거의 다 해보았는데 기대했던 감정과는 조금 달랐다. 설레는 마음보다 빨리 이 여정을 마치고 첸나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나보다 먼저 인도 여행을 해본 사람들에게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보면 분명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대부분의 인도 여행 블로그는 마치 어떤 깨달음을 얻은 싯다르타처럼 삶의 큰 부분을 배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여행 가이드 블로그가 더 많았지만..) 좋았다는 것인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았을까. 낯선 곳을 여행하는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 좋았던 것일까.


오토 릭쇼

그 외에 여러 가지 호불호를 결정짓는 이유가 있겠지만, 짧은 기간에 여행지를 관광하는 것과 오래 머물며 여행하는 것은 다른 것 같다. 짧은 기간의 여행은 주요 장소만 보고 이동하며 그 외에 인도 문화에 깊이 관여한 부분이 없다. 겉만 둘러보고 판단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길게 머물며 여행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먹고, 자고, 입고하는 생활적인 부분이 주된 여행이라 낯선 문화에 스며들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다.


아그라센 키 바올리 (계단식 우물)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 오해를 산다. 현지 문화의 명확한 차이를 인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긍정의 제스처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 고개를 좌우로 까닥이는 것이 긍정의 제스처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다. 이와 같이 반대되는 문화 차이로 인해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다. 또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는 팔짱을 끼는 것이 고민하고 있거나 심기가 불편할 때 나오는 방어적인 행동이 크다. 이렇게 부정적인 의미와 다르게 인도에서 팔짱의 의미는 상대방에 대해 집중하며 경청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제스처이다.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는데 팔짱을 꼈다고 해서 건방진 행동을 한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소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다른 낯선 문화 차이를 느끼고 스며드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한다. 여행으로 견문을 넓힌 다는 것은 어딘가에 갔다 와봤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더 나아가 종교적인 차이를 조금이나마 발견하고 낯선 것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이는 것이 견문을 넓힌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타지에 왔으니까 무조건 여행을 어디든 가야 한다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것 같다. 꼭 타지마할과 같이 유명한 곳이 아니더라도 인도의 어디를 가든 인도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니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에 집중하면 더 기억에 오래 남고 흥미로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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