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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J Sep 07. 2017

모네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

에트르타

#2 그림여행 : 모네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 에트르타


여행의 발단은 이러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하면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던 자유분방한 낭만주의 형을 알게 되었고, 낭만이 형의 제안에 혹해 여행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전 재산을 탕진하여 유럽여행의 기회를 얻었다 (낭만이 형은 대학을 자퇴 후 현재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 이후, 나는 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여행을 떠날 수준의 여행 아마추어가 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나의 20대 대부분의 행보를 바꿔놓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미술사에 관심을 갖도록 바람을 불어넣은 것도 낭만이 형이었다. 유럽여행에서 낭만이 형은 나를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 데려다 놓았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하염없이 지루해하던 나를 고흐와 고갱 그림이 전시된 방으로 끌고 가서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계기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의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초등학교 때부터 십여 년간 내내 봐왔지만 평범한 고물 TV로 보던 나의 눈이 바뀌게 되었다.


작년 봄, 나는 파리를 다시 찾았다. 다시 찾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처음 왔을 때 미술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고, 두 번째는 모든 예술가가 사랑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예술가가 아니지만, 나에게도 그만큼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두 번째 방문이라 그런지 새로운 여행의 설렘보다는 익숙한 동네에 왔다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오르세 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나는 모네를 좋아하기 때문에 모네 그림을 집중하여 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모네 작품을 포함하여 쿠르베, 부댕 등의 작품에서 무언가 발견하였다. 「에트르타(Etretat)」에 관한 그림이 눈에 많이 띄게 됐다. 우중충한 날씨와 쌓여만 가는 피로로 인해 여행에 조금 따분해 있던 나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게 된다. 에트르타에 가자.


1) 클로드 오스카 모네, <에트르타, 아발의 수문, 항구를 떠나는 낚싯배>, 19세기경, 캔버스에 유채

「에트르타」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연안에 있는 도시로, 광활한 절벽과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19세기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준 장소다. 이곳에 오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처음엔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고작 따분함을 달래기 위해 오기에 에트르타는 너무 가슴 벅차오르는 장소였다. 게다가 날씨 운도 따랐다. 에트르타의 연중 날씨 70%는 흐리거나 비가 온다. 날씨를 확인할 여지도 없이 갑작스럽게 떠난 여정인데도 날씨가 쾌청하여 에트르타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절벽 위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있고, 청량한 청록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으며, 새하얀 절벽이 해안을 따라 세차게 뻗어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풍경의 온도를 느꼈다. 드넓은 대서양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퇴적층 절벽은 마치 하나의 성채 같았다. 그리고 절벽 중간중간에는 에트르타의 상징인 코끼리 모양의 절벽(‘팔레 다발’과 ‘팔레 다몽’)이 보였다. 절벽 위와 절벽 아래에서 본 풍경은 달랐다. 절벽 위에서는 넓게 펼쳐진 해안에 시선이 집중되었다면, 절벽 밑에서는 시선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여 거대한 절벽과 하늘에 집중이 됐다. 이러한 풍경을 눈에 담기에 하루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왜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2) 클로드 오스카 모네, <에트르타, 만포르트>, 1883-1885, 캔버스에 유채

에트르타의 풍경을 화폭에 모두 담기에 너무 광활한 대자연이다. 하지만 모네는 날씨, 계절, 시간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되는 에트르타의 모든 모습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았다. 모네는 에트르타의 모습을 여러 점에 걸쳐 그렸다. 빛의 화가라는 이름에 걸맞게 빛의 움직임에 따라 아름답게 묘사했다. 거대한 절벽에 비치는 태양 빛, 그 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을 다양한 색조로 표현하였다. 모네 그림의 특징 중 하나인 파스텔 색조의 부드러운 색감은 그 당시의 분위기를 잘 나타냈다. 짧고 굵은 붓 터치로 바다와 육지 그리고 하늘과 같은 공간을 어느 정도 시각화하였지만, 명확하게 분리하지 않았다.


3) 클로드 오스카 모네, <에트르타, 만포르트 물 그림자>, 1885, 캔버스에 유채

모네 이외에도 쿠르베, 마티스, 이자 베이, 부댕, 루소, 들라크루아 등 많은 화가가 에트르타를 화폭에 담았다. 화가뿐만 아니라 알퐁스 카, 모리스 르블랑, 빅토르 위고, 사무엘 베케트, 기 드 모파상 같은 작가들도 사랑한 장소였다. 그림으로 시작한 이번 여행은 미술 감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였다. 미술관에서 화가들이 느낀 감정을 그림을 통하여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면, 이번 여행으로 화가들이 느낀 감정을 직접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파리 여행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수준이었던 내가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한층 성장시켜준 기회였다.


4) 클로드 오스카 모네, <에트르타 : 아몽 항구와 해변>, 1883, 캔버스에 유채


“친구에게 바다를 처음 보여줘야 한다면 서슴없이 에트르타를 권하리라”
프랑스 소설가 - 알퐁스 카



에트르타 엄마코끼리

에트르타 전경

1) Etretat, la porte d'Aval : bateau de pêche sortant du port

Monet Claude (dit), Monet Claude-Oscar (1840-1926)

Dijon, musée des Beaux-Arts


2) La Manneporte (Etreta)

Monet Claude (dit), Monet Claude-Oscar (1840-1926)

Etats-Unis, New-York (NY),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3) Etretat, la Manneporte, reflets sur l'eau

Monet Claude (dit), Monet Claude-Oscar (1840-1926)

Caen, musée des Beaux-Arts


4) Etretat:la plage et la Porte d'Amont

Monet Claude (dit), Monet Claude-Oscar (1840-1926)

Paris, musée d'Orsay


그림 출처 :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RMN)

사진 출처 :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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