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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J Sep 13. 2017

당일치기 #여수

때는 5월 4일. 이 날은 석가탄신일과 어린이날 가운데 샌드위치로 낀 황금연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전날 밤, 왜 하필 갑작스럽게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었는지, 그게 또 왜 하필 여수였는지.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모했던 짓이었다. 무려 편도 4시간 반, 그러니까 왕복 9시간을 버스와 기차에서 보냈다. 아무튼 표를 예매했다. 그냥 날도 좋고 공휴일이고 하여 들뜬 기분에 카메라만 들고나갔다.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오동도로 향하였다. 터미널에서 오동도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고 내비게이션 앱이 알려 주었고 나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그야말로 초 만원이었다. 게다가 버스기사님은 에어컨도 안 틀어주시니... 백팩을 앞으로 메고 앞뒤 옆사람과 부딪히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나는 땀범벅이 되었다. 설상가상. 극심한 도로 정체로 버스가 움직이지 않았다. 정신이 혼미했다. 아직 여수의 '여'자도 보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당일치기 여행이 끝날 것만 같았다. 급한 마음에 중간에 내려서 오동도 입구까지 걸어갔다. 바다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수많은 인파들을 뚫고 도착했다. 그제야 사진 찍을 여유가 생겼는지, 오동도 오기 전까지 그 어떤 사진도 찍지 않았다.


오동도 가는 길
오동도에서 바라본 여수
선착장


어렵사리 도착한 오동도 한려해상 국립공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여행을 시작했다. 오동도로 가는 길은 방파제로 쌓아 올린 인공 도로로 육지와 연결되어있다.  도로로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고, 관광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오동도에 도착하면 남해안의 절경과 함께 섬 둘레를 산책할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당일 치기 시간의 압박으로 다 둘러보지는 못헀지만, 다시 오면 여유롭게 돌아보고 가리라 다짐했다.


오동도 산책로에서 보이는 바다
오동도 등대

여수 시내는 생각했던 것보다 번화하였고,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택들이 안락한 도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날 이순신 광장에는 어떤 행사 준비로 바빴다. 특히 아이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나는 그 많은 인파를 피해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외곽을 따라 수산물 시장을 걸어 언덕을 올라가니 돌산대교가 보였다.


여수 시내
이순신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선착장에서 바라본 여수 시내
시내 주변
여수 어느 골목
선박 제작 모습
돌산대교

촉박한 하루 일정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바쁘게 이곳저곳 다 돌아보는 것보다는 몇 군대만 느긋하게 구경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돌산공원은 가지 않기로 하고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다. 마침 사람의 왕래가 없을 것 같은 길을 발견하였다. 돌산대교 시작 지점에서 옆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무작정 내려가 보았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그저 여수의 풍취를 느끼며 거닐고 싶었다. 작은 마을을 지나니 수협이 나왔다. 어느 바닷가나 냉동공장이 크게 있는데, 내가 본 냉동공장 중에 가장 커다란 건물이었다. 그 주변으로는 한적하고 바다 마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나름의 여유를 느끼며 돌아다녔다. 물론 뒤에 어떠한 일이 닥칠지 모르고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여수 수협 제빙 냉동공장
수산물 시장


내가 보고 들은 여수는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한 여수는 서울 명동 못지않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이상했다. 여수엑스포까지 가는 버스들은 거기까지 운행을 안 한다고 나를 태워주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염없이 시내를 걸었다. 그 날은 여수에서 매년 열리는 '거북선 대축제'가 있었다. 여수 모든 시내는 차 없는 거리가 되었고 인도는 구경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차 시간은 다가오고  이곳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데, 이 구경거리를 제대로 못 보고 가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생각했다. 당일치기는 무리다.



필름 사진을 찍기 위해 시작한 여수 당일치기 여행은 꾀나 힘든 여정이었지만, 다음 여행을 더 잘할 수 있기 위한 답사라고 생각하며 일정을 마쳤다.



Canon AE-1 Program, 50mm f1.4, Kodak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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