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이 울리다
[이 아침에][미주 중앙일보]
입력 2024.08.11 18:16
방심(放心)
이정아
팬데믹동안 조심조심 살았다. 사람 모이는 곳엔 안 가고 심지어 교회에 가서도 환자실에서 혼자 예배를 드리고 나름 신경을 썼다. 나처럼 장기 이식을 한 환자들은 일반인들에게 특효인 코로나 치료제 Paxlovid 도 제한적이어서 병에 걸리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었다. 주치의가 늘 강조한 발병 이전의 예방수칙을 준수했다. 주치의는 텃밭 가꾸기도 흙에 균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팬데믹이 해제되자 연주회다 강연회다 전시회다 다들 몰려가도 몸을 사리고, 2-3년 발길을 끊다 보니 그게 인생의 큰 몫을 차지하는 게 아닌 듯 생각이 들어 아쉽지 않고 덤덤해졌다. 팬데믹이 가져다준 선물인 ‘혼자 놀기’에 익숙해졌다. 아이패드 하나만 있으면 유튜브로 음악회도 전시회도 영화도 책 읽기도 다 가능한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말이다.
간단한 그로서리도 다 배달을 받고 밀키트 주문하고 배달 음식을 먹으면서 나처럼 환자 모드로 사는 사람에겐 천국이 도래했다며 속으로 기뻐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남편은 콩팥하나를 내게 기증했음에도 청년처럼 팔팔했다. Covid에 안 걸린 내외임을 은근 자랑으로 여겼다.
얼마 전 남편이 볼리비아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는 편도 20 시간 고된 여정의 오지였다. 찍어 보낸 사진을 보니 한국의 일반 고속버스 수준의 국제선 사진이 맘에 걸렸다. 저리 촘촘히 만석이면 코로나에 걸리겠다 싶었다. 고산지대에서 고생하고 돌아왔으나 일행 중 절반이 코로나에 걸렸단다. “나만 멀쩡해! “ 하고 의기양양하던 남편이 하룻만에 테스트결과 양성. 나와 격리되었다. 남편은 회복될 때까지 사무실에서 기거하기로 했다.
정상이던 나는 며칠 뒤 목감기처럼 기침 나고 목이 따갑고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키트로 테스트해 보니 선명한 두줄. 남편은 다 나아가는데 내가 덜컥 걸리고 말았다.
사고는 방심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나에게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과 이제껏 괜찮았기에 앞으로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일을 만든다. 더욱이 휴가철에 방심은 금물이고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갈수록 보호장비를 챙길일이다. 사실 올해 들어 여기저기 음악회, 카지노등 고삐가 풀린 듯 살긴 했다. 다 이유 있는 참석이었지만 대중이 모이는 장소였던 게 걸린다. 점차 마음을 풀어놓으며 산 것에 대한 경종이 아닐까 싶다.
남편의 단기선교 참여로 발발한 코로나 바이러스여서 그래도 떼를 쓸 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나님 나는 몰라요 책임지세요!” 주님의 때에 회복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