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irut 'St. Apollonia'
'St. Apollonia'는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 잭 콘돈이 이끄는 밴드 베이루트가 2007년 발매한 정규 2집 앨범 <The Flying Club Cup>의 12번째 트랙이다.
데뷔 앨범에서 발칸반도의 집시 브라스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이 앨범을 통해 1900년대 초반 파리의 풍경과 자크 브렐의 음악적 극작술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형태의 팝을 선보였다.
곡을 주도하는 것은 스페인 플라멩코 기타의 라스게아도 주법처럼 격렬하게 긁어내리는 우쿨렐레의 스트로크다. 단순한 코드 진행 위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현악기의 리듬, 잭 콘돈 특유의 묵직하고 서늘한 바리톤 보컬, 그리고 애잔한 관악기 세션이 어우러져 베이루트만의 이국적인 왈츠풍 사운드가 완성된다. 악기 구성은 경쾌하게 질주하지만, 보컬이 머금은 정조는 한없이 쓸쓸하여 기묘한 청각적 대비를 이룬다.
제목과 가사에 쓰인 문학적 은유도 흥미롭다. 곡의 모티브가 된 '성 아폴로니아(St. Apollonia)'는 가톨릭에서 치통을 앓는 이들이 기도를 올리는 치과와 치통의 수호성인이다. 화자는 "어떤 멜로디가 내 연인을 침대에서 데려올까"라며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고, 자신이 남겨두고 온 성인들의 이름을 끊임없이 읊조린다. 치통처럼 예고 없이 찾아와 집요하게 괴롭히는 상실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수호성인을 부르짖는 처절한 내면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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