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엔딩 크레딧: 7편의 영화로 해부한 트럼프의 미국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한 이란과의 불법적인 분쟁이 전 세계를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2026년 3월, 우리가 매일 아침 뉴스를 통해 목도하는 것은 단순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아니다. 이는 합리성과 견제 장치를 상실한 한 초강대국이 어떻게 제 손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와 국제적 규범을 파괴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세계를 위협하는지에 대한 생중계다.
하지만 이 폭력적이고 무모한 질주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이 아니다. 시대의 공기를 가장 예민하게 포착하는 대중문화, 특히 영화와 드라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파국을 향한 섬뜩한 이정표를 세워두고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알람벨을 울려왔다. 스크린 속에 펼쳐지던 디스토피아는 이제 팝콘을 먹으며 즐기는 허구의 오락거리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참담한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단 한 사람의 비뚤어진 철학이 어떻게 국가의 거대한 시스템을 붕괴시키는지, 외부를 향한 명분 없는 공격성이 어떻게 내부의 분열과 혐오로 번져 결국 여성과 약자의 권리를 짓밟는 인권의 퇴행으로 이어지는지. 이제 다음 7편의 텍스트를 통해 현 미국의 민낯과 그들이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는 파국의 종착지, 그리고 이 기막힌 폐허 속에서도 끝내 우리가 쥐어야 할 연대와 혁명의 불씨를 예리하게 해부해 본다.
모든 비극에는 기원이 있다. 영화 <어프렌티스>는 우리가 아는 '트럼프'라는 인물이 어떻게 빚어졌는지 그 근원을 추적한다. 트럼프가 로이 콘을 만나기 전, 그는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진 완전한 애송이에 햇병아리, 그저 어리숙한 금수저 사업가에 불과했다. 하지만 로이 콘을 만나며 그의 세계관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을 주도했던 피도 눈물도 없는 악명 높은 변호사 로이 콘은 세상 사람들을 단 두 가지 종류, 즉 '살인자' 아니면 '패배자'로 구분했다.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그는, 풋내기 트럼프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자신과 비슷한 무자비한 기질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로이 콘은 오늘날 트럼프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고 사람들을 괴롭힐 때 여전히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악마의 '게임의 법칙'을 전수한다. "첫 번째 규칙, 공격하고, 공격하고, 또 공격할 것. 두 번째 규칙, 절대 아무것도 인정하지 말고, 모든 것을 부인할 것. 세 번째 규칙,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말고, 무조건 승리를 주장할 것." 이 비정한 부동산 업자의 룰이 세계 패권국 대통령의 외교 철학이 되었을 때, 합리적 대화나 국제법, 동맹에 대한 존중이 들어설 자리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현재 이란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며 전 세계를 혼돈으로 몰아넣는 미국의 일방주의는 바로 이 지독한 승자독식의 멘탈리티에서 잉태되었으며, 트럼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로이 콘에게서 배운 이 세 가지 법칙을 철저히 맹신하며 세계를 주무르려 하고 있다.
이들의 관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비극은 권력이 가진 지독한 위선과 배신이다. 로이 콘은 누구보다 악랄하게 성소수자의 권리를 짓밟았던 인물이지만, 정작 본인은 끝까지 커밍아웃하지 않은 채 자신의 동성 연인을 철저히 숨겼다. 심지어 에이즈(AIDS)에 걸려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간암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쓸쓸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토록 콘을 아버지처럼 따르던 트럼프는 그가 병에 걸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자 가차 없이 그를 내쳐버렸다. 트럼프의 재선 출마 전 개봉한 이 작은 독립 영화에 트럼프 캠프가 갖가지 고소와 협박을 남발하며 상영을 방해하고 괴롭힌 이유는 명백하다. 이 작품이 그가 그토록 포장하고 싶어 하는 '위대한 성공 신화'가 아니라, 철저히 감추고 싶었던 그의 지질하고 어설펐던 시절의 밑바닥과 그가 품은 악의 기원을 너무도 깊고 정확하게 후벼 팠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가 이 위험한 붕괴의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14년 전인 2012년 세상에 나온 아론 소킨의 드라마 <뉴스룸>은 곧 도래할 환멸의 시대를 앞두고 미국 사회에 울려 퍼진 마지막 알람벨이자 가장 처절한 경고장이었다. (이 작품이 던진 이상적인 저널리즘의 묵직한 화두는 한국 언론에도 깊은 영감을 주어, 2014년 손석희 앵커가 JTBC 메인 뉴스를 개편하며 <JTBC 뉴스룸>이라는 타이틀을 걸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이 미국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첫 에피소드의 단 5분 남짓한 오프닝 씬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 한 여대생이 패널로 참석한 앵커 윌 맥어보이에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묻는다. "미국이 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다양성, 기회, 자유라는 다른 패널들의 판에 박힌 위선적 대답 속에서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폭발하듯 뼈아픈 진실을 융단폭격처럼 쏟아낸다.
그의 입을 통해 쏟아진 미국의 진짜 성적표는 참담했다. 전 세계 207개 주권 국가 중 180개국이 자유를 누리는 시대에, 미국은 문해력 7위, 수학 27위, 과학 22위, 기대수명 49위, 영아사망률 178위에 불과했다. 그가 지적했듯 미국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분야는 단 세 가지뿐이었다. "인구당 수감자 수, 천사가 진짜라고 믿는 성인의 수, 그리고 다음 순위 26개국을 합친 것보다 많이 쓰는 국방비 지출." 진보와 보수라는 얄팍한 진영 논리에 갇혀 맨날 지기만 하면서도, 여전히 스스로를 별이 빛나듯 위대한 국가라 착각하는 오만한 미국인들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무엇보다 윌 맥어보이의 일갈이 2026년 현재의 우리에게 뼈저리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회고한 '진짜 위대했던 과거'와 지금의 현실이 대비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미국은 옳은 것을 위해 나섰고, 도덕적인 이유로 싸웠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아닌 빈곤 그 자체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허세를 부리기보다 행동으로 증명했고, 지성을 열망하며 어른답게 행동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은 어떠한가. 지성은 반지성주의와 가짜 뉴스에 조롱당하고, 도덕적 대의는 사라진 지 오래며, 오직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란이라는 외부의 적을 타격하는 데 막대한 국방비를 쏟아붓고 있다.
"어떤 문제든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윌 맥어보이는 이렇게 말하며 "미국은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이 날카로운 진단과 알람벨의 전원을 스스로 꺼버렸다. 언론이 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대중이 자극적인 선동과 혐오에 취해 있는 동안, 자신들의 문제를 영원히 인식하지 못한 제국은 결국 명분 없는 전쟁을 기획하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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