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스카를 뒤흔든 한국적 회복탄력성
2026년 3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 턱시도와 드레스가 수놓은 할리우드의 화려한 무대는 낯선 북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무대 위에는 사물놀이패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사자보이즈’를 연상케 하는 갓을 쓴 무용수들이 등장했다. 이어서 한복을 입은 여성 소리꾼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헌터스 만트라(Hunters Mantra)’의 가사를 판소리 가락으로 뽑아냈다. "어둠을 밝히려 우리 노래 부르리라 /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
긴 장삼을 걸친 무용수들이 무속 신앙의 굿과 탈춤을 결합한 역동적인 춤사위를 선보였고, 그 서슬 퍼런 에너지 끝에 주제곡 ‘골든(Golden)’의 무대가 열렸다. 무대 중심에 선 헌트릭스(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 중 특히 이재의 의상은 압도적이었다. 이 순백의 의상은 조선 황실의 가장 높은 격식인 대례복에서 영감을 받은 실루엣에, 고대 금관 양식의 장식을 더한 형태였다. 화려한 색채들 사이에서 홀로 새하얀 빛을 내뿜으며 가슴과 소맷자락에 금동 무궁화를 새긴 그녀의 모습은, 온갖 침략과 억압 속에서도 끝내 흰옷을 포기하지 않았던 ‘백의민족’의 저항 정신과 한국인의 ‘회복탄력성’을 상징하는 시각적 선언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객석에서 연출되었다. 무대 총괄 디렉터 맨디 무어는 영화 속 설정을 빌려 할리우드 스타들의 손에 K팝 응원봉을 쥐여주었다. 하지만 이 불빛은 한국 관객들에게 단순한 소품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불과 얼마 전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장에서 밝혔던 연대의 빛에 대한 강렬한 기시감이 자아낸, 일종의 사회적 오마주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엠마 스톤, 스티븐 스필버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흔드는 그 생경한 불빛 속에서, 우리는 내란의 어둠을 몰아내며 '혼문'을 닫았던 연대의 힘과 우리 자신의 회복탄력성이 이제는 전 세계의 꺾이지 않는 생명력을 축하하는 빛으로 확장되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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