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는 이유

by 조하나


프레임 밖으로 걸어 나간 권력


현재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전속 사진사인 위성환의 카메라는 권력의 정점을 향하는 기존의 문법을 교묘하게 배반한다. 과거 파리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떠돌며 밀롱가(탱고 무도회장)에서 춤추는 이들의 호흡과 리듬을 포착하던 '탱고 사진작가'의 앵글은, 가장 경직되고 권위적이어야 할 권력의 심장부에서도 특유의 유연한 스텝을 밟는다.



XjqJFzFNBts769aeb4ba3c09b1.88539093 (1).jpg




그의 사진 속에서 대통령은 종종 프레임의 중심에서 밀려나거나 아예 지워진다. 구내식당 한가운데 앉은 권력자의 얼굴 대신 그를 바라보며 파소도블레를 추듯 활짝 웃는 식당 노동자들의 표정에 초점이 맞고, 화려한 오찬의 현장 대신 남김없이 싹싹 비워진 낡은 빈 국그릇이 클로즈업된다. 권력자의 우상화를 위해 정교하게 연출되던 과거의 낡은 프로파간다 사진들과는 궤를 완전히 달리하는 것이다.



lMJyEQvDnXjQ684fc79ed3aeb5.35895780.jpeg




회의실이나 타운홀 미팅 현장을 담은 사진들에서도 가장 결정적이고 상징적인 디테일이 눈에 띈다. 권력자를 위해 으레 마련되던 크고 화려한 상석, 혹은 단상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앉은 의자는 마주 앉은 평범한 시민들이나 실무자들의 의자와 완벽하게 똑같은 모양, 똑같은 높이다. 권력의 크기를 의자의 등받이 높이로 과시하던 구시대의 문법이 완전히 폐기된 것이다.



mmtmvPANfWYe685c8f533eb100.00867914.jpeg




비극적인 참사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카메라는 굳은 표정의 정치인을 담는 대신, 그의 시선이 가닿은 적막하고 슬픈 골목길의 질감을 담아낸다. 스스로 프레임의 주인공이 되기를 포기하고 시선의 중심을 현장과 시민에게 넘겨주는 이 앵글의 파격.


이는 거추장스러운 권력의 포장지를 뜯어내고 본질에 집중하려는 현재 대한민국 행정부의 맨얼굴을 가장 정확하게 상징하는 시각적 텍스트다. "대통령은 지배자가 아니라 주권자에게 고용된 머슴"이라는 평소의 철학이, 거창한 연설이 아닌 한 장의 사진 속 텅 빈 중심과 똑같은 눈높이의 의자를 통해 가장 묵직하게 증명되고 있다.




VL9TvGKHNKyk684fca539f6973.61316616.jpeg




이 투명하고 단단한 본질은 즉각적으로 세계의 지표를 뒤흔들고 있다. 2026년 3월 초, 미국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가 발표한 글로벌 지도자 지지율 데이터는 전 세계 정치권에 충격을 안겼다.


끝없는 인플레이션과 치솟는 생활비 위기, 그리고 지정학적 불안정성 속에서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키어 스타머(영국), 프리드리히 메르츠(독일), 그리고 백악관으로 화려하게 귀환한 도널드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서구권의 기라성 같은 현직 리더들이 10~30%대의 처참한 지지율로 줄풍경을 맞고 있었다. 대중은 팍팍해진 삶의 책임을 물어 현직자들을 가차 없이 심판하는 이른바 '현직자의 무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념이나 진영의 논리보다 내 밥상머리의 물가와 생존이 최우선이 된, 전 지구적인 '먹고사니즘의 위기'가 닥친 셈이다.


화면 캡처 2026-03-14 215826.png



그런데 이 진흙탕 속에서 유독 이질적인 지표 하나가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이재명 정부가 60%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지지율로 세계 최상위권에 우뚝 선 것이다. 마치 글로벌 정치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듯한 이 기이한 고공 행진에 대해,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The Diplomat)>은 이를 단순한 정권 초기의 '허니문 효과'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들은 이 현상을 '결과 중심의 정책 일관성', '기성 언론을 우회하는 파격적인 직접 소통',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 거래형 외교', 그리고 자신을 대리인으로 낮추는 '섬기는 공복 철학'이라는 4가지 기둥으로 분석했다. 쇼맨십이나 얄팍한 정치적 연출이 아닌, 오직 압도적인 '행정적 재능'만이 이토록 견고한 지지를 만들어냈다는 냉정한 외부의 평가다.


우리는 오랫동안 무력감에 시달려 왔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기울어진 자본 시장 앞에서,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으로 요동치는 유가 앞에서 우리는 늘 '한국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후진적이다'라며 체념하고 자조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결과들은 그 오랜 자조가 철저히 틀렸음을 폭로한다. 이재명 정부의 해법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 같은 신규 정책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원칙을 세우고, 법대로 국정을 가동했을 뿐이다. 기득권의 배를 불리기 위해 교묘하게 우회로를 파놓았던 매뉴얼들을 폐기하고, 오직 '다수의 평범한 시민'을 종착지로 설정해 궤도를 수정한 결과다.


결론은 명확하다. 한국은 시스템이 '구린' 나라가 아니라, 그 완벽한 시스템을 굴리는 조종사들이 지독하게 썩은 나라였을 뿐이다. 썩은 조종사를 몰아내고 정상적인 매뉴얼대로 조종간을 잡았을 때, 국가 시스템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효율적으로 굴러가는지를 현재 우리는 매일 목도하고 있다. 무능과 부패로 덧칠해졌던 낡은 비행기가, 제대로 된 파일럿을 만나 마침내 본래의 압도적인 성능을 뿜어내며 비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YlRgKAtWasBe68a0136b5bcd00.92508817.jpeg




'사짜' 정보 카르텔의 붕괴와 실질적 효능감


거창한 거시 지표를 걷어내고 당장 매일 아침 마주하는 밥상물가와 스마트폰 주식 창을 들여다보자. 이재명 정부가 가장 먼저 타격한 것은 거대 자본과 시장에 깊게 뿌리내린 '카르텔'이었다.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는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단호한 원칙 하나가 세워지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투자자들이 코스피로 돌아왔다. 거창한 경제 이론을 들이밀 것도 없었다.


제빵·제당 업계가 관행처럼 저질러 온 해묵은 '담합'을 때려잡는 상식적인 법 집행만으로 수년간 꼼짝 않던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내려갔고, 머지않아 달걀 가격까지 제자리를 찾을 예정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닦아놓기만 해도 시장은 스스로 굴러간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조하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나를 위해 쓴 문장이 당신에게 가 닿기를|출간작가, 피처에디터, 문화탐험가, 그리고 국제 스쿠버다이빙 트레이너

2,85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7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