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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u Apr 02. 2024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스쿠버 다이빙


저는 다이빙을 가르칠 때 항상 스쿠버 다이빙을 ‘스포츠’가 아닌 ‘액티비티’라 소개합니다. 러닝이나 사이클링처럼 육상에서 움직이는 것과 달리 전신이 물속에 잠기는 스쿠버 다이빙은 신체적 영향만큼이나 정신적 영향이 크게 작용하죠. 


저는 스쿠버 다이빙을 ‘블루 마인드, 물속에서 하는 명상’이라고 해요. 명상의 기본은 바로 ‘알아차림’이에요. 물밖에서든 물속에서든 오롯이 스스로에 집중하고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며, 무엇보다 자신의 현재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스쿠버 다이빙을 얕잡아봤다가 물속에서 허둥지둥 대다 결국 패닉에 빠져 다시는 물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트라우마를 얻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다이빙은 언제나 제 이기심과 거만함을 가만히, 그리고 지긋이 누그러뜨리는 고마운 마음 훈련입니다. 


어떻게 보면, 태어나기 전까지 모든 인간은 수중동물과도 같아요. 실제로 태아 때 우리는 아가미 같은 구조를 이용해 엄마의 자궁에 있는 액체로부터 산소를 추출하는 물고기 같은 수중생물이었다가 태어나는 순간, 공기를 호흡하는 동물로 변하죠.(존 콜라핀토 <보이스: 목소리는 어떻게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가?> 中에서) 지구는 70%가 바다인 행성입니다. 거대한 자연, 대양 속에서 작고 작은 인간으로서 한 공간을 내어 받으려면, 태초의 나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스쿠버 다이빙은 저에게 체력을 단련하는 운동일뿐 아니라 마음 근육을 키우는 훈련이기도 해요. 


일본 이시가키섬 바닷속 정원 ⓒ 작가 HARU



바쁜 도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은 다이빙을 배우면서 자신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반추하게 됩니다. 저 또한 그렀고요. 다이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다이빙, 까짓 거 그냥 하는 거 아닌가’ 했어요.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 있는 게 뭐, 어려울까, 하고요. 처음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 듯한 생경함과 고요함, 평화로움이 너무 좋아 다이빙을 진지하게 배우기로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다이빙 훈련은 쉽지 않았습니다. 바쁜 도시 생활로 운동도 않고, 식습관도 별로였던 제 몸은 왼쪽과 오른쪽이 비대칭에 코어도 없고, 힘도 없었거든요. 처음엔 탱크 하나 메고 잘 일어서지도 못했으니 말 다 했죠.  


충격을 받은 저는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우고,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어요. 다이빙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함께 다이빙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습니다. 신체적, 정신적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공기도 많이 쓰고 부력 컨트롤도 잘 못해서 우당탕탕 다이버가 되어 다른 이들의 다이빙 경험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이빙 때문에 평생 않던 정기적인 운동을 시작하게 된 거죠. 다이빙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좋은 다이버가 되기 위해선 건강한 몸뿐 아니라 건강한 마음도 중요하다는 걸 더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멕시코 정글에서 여러 개의 탱크를 번쩍번쩍 들고 수백 미터를 걸어 다니고, 레스큐 코스를 가르칠 땐 저보다 덩치가 훨씬 큰 다이버를 보트 위로 끌어올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저는 다이빙으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고, 자연에 기대어 하다 보니 내가 모든 걸 컨트롤할 수도 없고, 알만 하면 모르겠고, 모르겠다 하면 알겠고. 다이빙은 인생 같아요. 앞으로 더 시간을 갖고 오래, 꾸준히, 긴 호흡으로 다이빙을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작가 HARU





많은 분들이 다이빙을 ‘레크리에이션’ 영역이나 ‘스포츠’로만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는데, 최근 스쿠버 다이빙의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뒷받침하는 논문 결과가 발표되어 이번 기회에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건강에 좋다, 좋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지, 그리고 스쿠버 다이버로서 꾸준히 하면 좋은 운동에 대해서도 알려드릴게요. 



멕시코 세노테, 수중 동굴 ⓒ 작가 HARU




몸에 좋은 스쿠버 다이빙


스쿠버 다이빙은 신체의 근력과 유연성, 지구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전신 운동이에요. 우리가 사는 공기 세상에 비해 물속 세상은 밀도가 높고 물의 저항이 크기 때문에 운동량이 훨씬 큽니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아쿠아로빅처럼요. 그만큼 물속에서 다이빙을 하면 육상 운동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죠. 수중에서 수영을 할 때 다이버는 등과 엉덩이, 허벅지, 코어, 팔 등 전신 근육 대부분을 써요.  


또한, 스쿠버 다이빙을 꾸준히 하며 올바른 스쿠버 다이빙 호흡법을 지속하면 심박수를 낮추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출 수 있죠. 사실 저는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까지 제가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 한 번도 주의를 기울여 본 적이 없어요.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호흡법을 알게 됐고, 요가와 명상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저란 사람의 내면까지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화려한 도시의 패션지 에디터가 맨 얼굴로 수중에서 마주한 나 자신은 처참했어요. 의식적으로 호흡을 정리하고 제 몸과 마음을 관찰하니 도시인의 고질병인 편두통과 불면증, 불안, 강박이 서서히 사라졌죠. 다이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다이빙을 통해 바닷속에서 의미 깊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쌓으며 작년엔 브런치 특별상으로 <서울에서 도망칠 용기>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블루 테라피’로 마음을 치유하는 스쿠버 다이빙


최근 해외에서는 ‘스쿠버 테라피’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이 신체 재활 운동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데요. 실제 호주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큰 부상으로 고통받는 참전 군인이나 신체적 장애를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물속에서 스쿠버 장비로 호흡하며 움직이게 하는 치료가 진행 중입니다.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통증을 줄이거나 더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신체적 장애로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강화하는 거예요. 스쿠버 테라피는 재활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 방식으로 다이버가 무중력 환경을 경험하며 수중에서 신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스쿠버 다이빙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으로도 쓰이고 있어요. PTSD뿐 아니라 사회적 기능 장애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역시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호전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몇 년 전 시행된 176명의 다이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단 두 번의 스쿠버 다이빙 세션 이후 다이버들의 정신 건강이 개선되고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나타났습니다. 제가 몇 년 전 다이빙 강사 과정을 가르친 미국 친구는 현재 플로리다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쿠버 다이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스쿠버 다이빙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거나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등 사회적 기능을 향상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발표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온 친구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쳤답니다 :) ⓒ 작가 HARU





수중 환경 보호에 대한 경각심 교육에도 좋은 다이빙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바닷속 환경 변화를 눈으로 직접 보기 때문에 기후 변화나 환경오염, 과도한 남획과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기를 수 있어요. 대부분의 스쿠버 다이빙 단체들이 만 8세부터 가능한 다이빙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다이빙 전문가가 함께 아주 얕은 수심의 산호초 지대를 유영하며 실제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바다 수온 상승으로 얼마나 많은 산호들이 백색화되고 있는지, 이런 문제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바다와 지구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보여주고 아이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이미 다이버인 부모가 열 살짜리 아이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쳐 함께 다이빙 트립을 즐기는 건 정말 부러운 문화 중 하나예요. 


저는 태국 남동부 작은 외딴섬, 꼬따오라는 곳에서 오랫동안 다이빙 강사로 활동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다이빙 센터 크루와 다이빙 코스를 교육받고 있는 학생 다이버들과 함께 해변 쓰레기 줍기 활동이나 담배꽁초 수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했어요. 다이빙을 시작한 이후, 플라스틱 사용량을 현저히 줄이고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옷은 (필요한 경우) 한 시즌에 한 벌씩 사기로 한 다짐을 지금까지도 잘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쳐야 하는 고래상어(웨일샤크)나 돌고래를 바닷속에서 다이빙을 하며 직접 보니, 이들을 평생 작은 수조에 가두는 아쿠아리움 불매 운동도 하게 되고, 관광객들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위해 이들을 먹이로 유인해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나쁜 관광 비즈니스 업체를 고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리뷰했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처럼 바다를 사랑하고 고래를 꿈꾸며 해변에 떠밀려온 쓰레기를 청소하고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플라스틱 백 대신 에코 백을, 플라스틱 물병 대신 재사용 물병을 쓰는 우리는 바다의 황폐화를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아는 것은 그렇지 못한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다이버가 되어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세상이 어떻게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지 직접 목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더 늦지 않게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저는 늦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요. 





물속의 발레, 스쿠버 다이빙 


스쿠버 다이빙은 물속에서 하는 발레와도 같아요. 유연성과 근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죠. 또한, 다이버가 심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면 다이빙을 할 때 보다 효율적으로 공기를 사용할 수 있고, 질소를 더 효율적으로 배출해 감압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어요.


다이버는 특히 코어 근육이 단단하고 몸의 중심이 잘 잡혀야 부력 컨트롤이나 트림 자세를 탁월하게 잡을 수 있어요. 요가와 명상은 다이빙 호흡법과 닮아 있어 다이빙의 공기량 사용도 줄일 수 있고, 보다 평안하고 차분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좋은 다이버가 되고 싶다면, 앞으로 다이빙을 배우고 싶다면, 수영, 사이클링, 러닝 같은 유산소 운동과 스쿼트, 런지, 플랭크 같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관절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요가, 호흡법과 마음을 수련하는 명상을 꾸준히 병행하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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