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의 자격과 품격을 갖춰라.
스쿠버 다이빙을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6P 법칙을 아시나요? ‘Prior Proper Planning Prevents Poor Performance’ 즉, 시간을 들여 올바르게 계획한 후 실행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2015년, 스쿠버 다이빙의 장인이자 제 멘토였던 Claude에게서 다이브마스터 트레이닝을 받을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입니다.
다이빙에선 ‘준비’라는 말을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아요. 오랜 레크리에이션 다이빙 강사 경험을 하며, 또 테크니컬 다이빙/케이브 다이빙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늘 스스로 다짐하는 건 ‘준비, 준비, 또 준비’입니다.
스쿠버 다이빙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해야 할 것
다이빙 자격증과 로그북
유자격 다이버의 애티튜드와 마인드셋을 알 수 있는 좋은 증거입니다. 대부분 다이빙 센터에서 펀 다이빙이나 코스 다이빙을 할 때 자격증과 로그북을 요구해요. 요즘은 대부분의 다이빙 단체가 플라스틱 자격증 카드가 아닌 e 카드를 제공하고, 다이빙 로그도 앱을 통해 할 수 있어요. 또한, 유자격 다이버가 펀 다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대부분의 다이빙 단체가 마지막 다이빙을 한 지 6개월 이상 지나면 ‘스쿠버 리뷰’를 권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의 마지막 다이빙 날짜와 장소를 증명할 수 있는 다이브 로그를 꼭 하길 바랍니다.
다이빙에 적합한 컨디션
다이빙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건강 검진을 받아 다이빙에 적합한지 신체적 컨디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아요. 일반적으로 체력이 좋고 건강하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다이빙 전, 반드시 의료 진술서에 서명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불안하다면 다이빙 센터나 강사에 연락을 취해 진술서의 건강 관련 질문을 미리 확인해 보세요. 다이빙 여행 도중에도 100%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다이빙을 피하세요. 특히 다이빙 여행을 위해 해외로 가시는 분들은 전날 숙취에도 불구하고 다이빙을 가시는데 저는 그런 분들과는 절대 다이빙하지 않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어도 다이빙을 피하세요. 이퀄라이징 문제로 더 크게 고생할 수 있어요. 특히 다이빙 전날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고, 가벼운 식사를 하세요. 과도한 음주, 약물 남용, 심각한 파티는 다이빙과는 상극입니다.
다이빙 장비
스쿠버 다이빙에 필요한 모든 장비를 다이빙 센터가 제공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장비를 본인이 미리 준비해 가야 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피세요. 그리고 개인 다이빙 컴퓨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반드시 다이빙 컴퓨터를 제공하는 다이빙 센터에서 다이빙하길 바랍니다. 절대 다이빙 컴퓨터 없이 다이빙하거나 버디의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지 마세요. 노출 보호 슈트 역시 다이빙 경험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장비예요. 예를 들어 제가 오랜 시간 강사 활동을 했던 꼬따오는 12월이 우기인데 수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도 다이빙 마치고 보트에 올라오면 바람이 많이 불어 꽤 춥거든요. 하지만 꼬따오 대부분 다이빙 센터는 3mm 쇼티 웻수트만 제공해요. 그러니 추위를 많이 타는 다이버라면 풀 웻수트나 후드, 후디 베스트를 챙겨가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꼬따오는 지역법에 의해 장갑 착용은 금지(하도 다이버들이 장갑 끼고 수중 생명체를 만져대서요)이니 이런 점도 알아두면 좋아요. 본인이 다이빙하려는 지역의 다이빙 센터나 강사에게 미리 물어보고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버디와 커뮤니케이션 제대로 하기
다이빙 여행은 혼자 가셔도 좋아요. 다이빙 센터에 다이빙을 신청하면 알아서 비슷한 레벨과 경험의 버디, 혹은 그룹을 만들어주거든요. 이런 경우, 반드시 다이빙 전 미리 버디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정보를 얻으세요. 버디가 다이빙을 주로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 다이빙 경험은 얼마나 되는지, 평소에 이퀄라이징에 문제는 없었는지, 부력 문제는 없었는지 등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버디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스쿠버 다이빙 책임 안전 보험
스쿠버 다이빙 활동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보험으로 육지와 수중 모두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이 보험은 다이버 개인적으로 드는 게 가장 좋지만, 제가 일했던 다이빙 센터에서는 다이빙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이빙 책임 안전 보험이 30일간 무조건 보장됐습니다. 여행자 보험 조항에 스쿠버 다이빙이 적용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 역시 확인해 보면 좋아요.
비상 연락처
특히 해외 다이빙 여행을 떠난다면 보험 증권 번호나 의료 정보, 비상 연락처를 항상 휴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외선 차단제
자외선 차단제가 바닷속의 수많은 산호초를 파괴하는 주범이란 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거라 믿어요. 호주와 하와이 일부 해변에선 이미 자외선 차단제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최근엔 이러한 경각심 때문에 리프 보호 선스크린 제품이 많이 나와 있어요. 하지만 이 또한 과대광고나 허위광고가 많아 조금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어요. 자외선 차단제는 물속에 들어가기 바로 전에 바르면 바로 씻겨나가 전혀 효과가 없습니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 적어도 30분 전에 미리 마르고, 눈가에는 바르지 마세요.
멀미약 준비
다이빙을 하러 사이트로 이동하는 길에 멀미를 너무 심하게 해서 다이빙 자체의 좋은 경험마저 망쳐버린 분들도 많을 거예요. 멀미약은 다이빙 보트에 오르기 30분 전에 미리 먹어두는 게 좋아요. 보트에서 멀미가 심한 분들은 보트의 정중앙에 머무르고 저 멀리 수평선을 응시하면 좋습니다. 혹시라도 구토를 해야 한다면 보트 뒤쪽으로 가세요.
다이빙 강사 혹은 가이드와 함께 다이빙 계획하기
다이빙 강사 또는 가이드, 버디와 함께 전반적인 다이빙 계획을 검토하세요. 어떻게 입수하고 하강하고 어떤 경로로 이동해 상승할 건지, 다이빙 환경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최대 수심, 다이빙 시간, 잠재적 위험 요소, 비상 상황 대응 방법 등 많은 것들이 다이브 브리핑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다른 곳에서 펀 다이빙을 많이 했던 분들이 오셨는데, 제 다이브 브리핑을 듣고 “태어나 처음 듣는 완벽한 다이브 브리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의아했죠. 다이빙 강사가 브리핑에서 제공해야 하는 정보들의 체크 리스트 그대로 따른 거거든요. 그때 생각했죠. ‘아, 이렇게 해야 할걸 제대로 안 하는 곳이 생각보다 꽤 많구나.’
다이빙 전 긴장되고 불안하다면
심호흡을 하면서 수중에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장소를 상상하며 시각화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세요. 익숙지 않은 다이빙 환경이나 위험 요소 때문에 불안하다면 혼자 속앓이 하지 말고 담당 강사나 가이드에게 반드시 상담을 청하세요. 심리적 문제도 언제든 다이빙의 커다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요. 작은 문제나 불안을 무시하면 스쿠버 다이빙에서는 특히, 눈을 굴려 점점 커지듯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발 아무것도 만지지 마세요
바닷속에선 정말, 아무것도, 아무것도 만지지 않습니다. 바닥에 닿아도 안 되고요. 몇 년 전 태국 안다만 해상 국립공원에서 한국인 다이버들이 산호에 칼로 자신들의 이름을 써놓고 가서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다이버들이 쿠션 불가사리로 가지고 배구하듯 놀고, 복어를 일부러 부풀려 풍선처럼 가지고 놉니다. 그걸 비디오로 찍어 자랑스럽게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좋아요가 붙습니다. 거북이나 고래상어에 올라타는 다이버도 많이 봤고요. 한국은 다이빙 관련 법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해양 생물 관련 법도 부실하니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국가에선 스쿠버 다이버가 해양 생물을 만지거나 죽이거나 채집하는 경우, 수중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 다이버 커뮤니티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행동이고요. 아쿠아리움에서 다이빙을 하며 사진을 찍고, 어네모니 피시(니모)와 말미잘을 탐침봉으로 콕콕 찌르며 이들의 방어 행동을 재미로 관찰하고, 부력을 제대로 못 맞춰 산호를 밟고 올라서고, 거북이를 만지고 물고기를 괴롭히면서 바다를 사랑하네, 어쩌네 하는 양반들은 다이버가 아닙니다. 다이버의 자세와 품격, 바닷속을 탐험할 자격을 스스로 가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