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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Oct 29. 2024

BTS|방탄소년단은 ‘힙합’이다!


3년을 준비해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3년을 연습해 무대에 오르는 아이돌도 있다. 특히나 진정성의 차원에서 아이돌과 인디가 극명하게 갈리는 ‘힙합’이란 장르를 겁도 없이 택한 이들이 데뷔했다. 날아오는 총알도 막는다는, 방탄소년단이다. 


EDITOR 조하나 PHOTOGRAPHY 박정민 






랩몬스터는 항상 선글라스를 낀다. 콘셉트인가?

랩몬스터: 잘 모르겠다. 그동안 화보 찍을 때 선글라스를 벗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늘 벗고 찍으려고 마음의 준비 다 하고 왔는데 스태프 분들이 씌워주셔서. 


‘힙합’ 이미지를 지켜주고 싶었나 보다.

랩몬스터: 굳이 안 지켜주셔도 되는데(웃음).


힙합 뮤지션으로서 카리스마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슈가: 무대에선 무지 세 보이는데 무대 아래선 그냥 또래 애들 같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더라. 그래서 팬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고.


데뷔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무대 위에서의 자신감이 장난이 아니더라. 자연스러운 건가, 트레이닝받았나?

슈가: 자연스러운 거다. 인생이 힙합이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에 비해 아이돌로 데뷔한 친구들을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알고 있나?

슈가: 물론이다. 힙합의 ‘스웩’이라는 건 자신감의 표현이다. 우리는 거짓말 안 한다. 싫은 거 억지로 좋은 척도 안 하고. 지금, 우리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자신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 마니아들은 아직 우릴 좋게 보는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진정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걸 안다.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게 공격의 대상이 되는 거 같다. 연습생 기간 동안 합숙실과 연습실, 학교가 전부였을 친구들이 힙합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하는 삐딱한 시선.

랩몬스터: 맞다. 그게 사실이다. 


제작자 방시혁은 멤버들이 연애도 제대로 못해봤을 거라고 생각하던데.

랩몬스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사장님의 짐작일 뿐. 아무리 연습생이어도 할 건 다 하는데. (웃음) 나 역시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이자 마니아로 시작했다. 홍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었다. 그래서 언더그라운드 힙합 신과 메인 스트림 둘 다 잘 안다. 우리에 대해 걱정하는 부분이 뭔지도 잘 알고. 

슈가: 우리가 음악을 해온 시간만 따져도 햇수로 7년이 넘어간다. 아이돌이라서 사랑을 많이 받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아이돌이기 때문에 무조건 평가절하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우리가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 사실 우리도 아이돌 될 줄 모르고 왔다. 원타임 같은 팀 시켜준다고 해서 왔는데.


원타임도 데뷔 때 아이돌이었지. 

슈가: 맞다. 뮤지션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거다. 


다시, 안팎으로 힙합의 전성시대다. 타이밍이 좋다. 느끼나?

슈가: 물론. 거의 10년 전 분위기가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팬들이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더라. 멤버들이 로그(작업일지)도 직접 찍어서 올리고, 트위터나 유튜브 활동도 팬들과 밀착되어 있다. 

슈가: 지금 10대 후반, 20대 초반 소년들이 할 법한 것들이다. 재밌을 거 같아서 시작했다.


원래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성격들인가?

랩몬스터: 방탄소년단이 또 그런 매력이 있다. (웃음) 

슈가: 트위터나 유튜브는 우리가 직접 운영한다. 회사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한다. 랩몬스터는 음악 리뷰도 자유롭게 하고, 나는 장비 리뷰도 하고. 어느 기획사 연습생이 이런 걸 할 수 있겠나. 


일곱 멤버가 지금 다 같이 지내나? 방은 나눠 쓰고?

랩몬스터: 아니, 다 한 방에서 잔다. 신인다운 모습이다. 일곱 명이 이렇게 지낸 지 1년 좀 넘었다. 슈가 형과 제이홉은 나랑 3년 같이 살았고.


함께 활동하고 생활까지 하는데 안 싸우나?

지민: 처음에 모인 지 얼마 안 됐을 땐 누가 코를 고니, 누가 물건을 안 치우니 해서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서로 알아서들 잘한다. 


가족이나 마찬가진데 엄마 역할을 하는 친구가 있을 거다. 

랩몬스터: 우리 팀에 엄마가 두 분 계신다. 진 형이 부엌을 담당하고 있고 제이홉이 침실을 전문으로 한다. 








힙합 하는 아이돌이 심심치 않게 나오더라. 다른 팀과 구별될 수 있는 방탄소년단만의 차별점은 뭔가?

랩몬스터: 우리는 정말 충실하게 우리 얘기를 한다는 것.


모든 래퍼들은 원래 충실하게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 

랩몬스터: 개인의 이야기로 또래와 공감을 쌓고 그걸 사회로 표출하고 싶다. 10대와 20대를 대변할 수 있는 힙합을 하고 싶은 거지.


‘No More Dream’에 쓴 가사처럼 10대, 20대 젊은이들이 꿈이 없나?

랩몬스터: 친구들 대부분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이다. ‘대학은 걱정 마 멀리라도 갈 거니까’ 같은 가사가 우리 또래의 현실이다. 


‘노래를 못해서 래퍼를 당한’이라는 표현도 있더라. 아이돌을 디스하는 아이돌이라니.

슈가: 디스를 위한 디스가 아니다. 특정한 누구를 비난하기보다 내 자신감을 표현한 거다. 만약 이걸 듣고 찔리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거지.


보컬라인이 네 명에 래퍼가 셋이다.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허용하는 트랙 하나의 러닝 타임은 4분이 채 안 된다. 멤버들에게 한 파트씩 돌아가기에도 벅차겠다. 

랩몬스터: 곡 안에 퍼포먼스가 들어가야 하다 보니 분명 멜로디도 있어야 하고 브릿지도 있어야 한다. 모든 구성이 퍼즐처럼 치밀하게 짜여있으니까. 현재 K-팝 시장에선 아이돌 음악도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생각한다. 방송 활동을 해야 하는 아이돌이라는 장르의 한계에서 생각할 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힙합’과 ‘아이돌’의 교집합이 되고 싶은 건가? 

슈가: 메인 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 신의 연결고리가 되고 싶은 거다. 


그거 정말 힘든 일이다. 

슈가: 앨범 구성이나 음악적인 부분에선 힙합을 표방하지만 무대 위의 퍼포먼스는 아이돌의 모습도 취하고 있다. 힙합은 우리 본연의 뿌리인 거고, 아이돌은 그걸 좀 더 대중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인 거다. 앞으로 앨범을 내면서 우리 음악의 뿌리가 점차 비중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확신도 있고 자신도 있다.

랩몬스터: 다들 힙합 음악으로 아이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다. 힙합 시작했을 때부터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려고 마음을 먹고 활동하다 언터쳐블 형들 눈에 띄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힙합이 아니었으면 난 방탄소년단 자체를 시작 안 했을 거다. 내가 항상 꿈꿨던 건 내 노래를, 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뿐이었다. 소프트웨어는 분명 힙합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전제 하에서 아이돌이라는 하드웨어를 가져간다는 약속이 처음부터 있었기 때문에 언더그라운드 생활을 접고 3년 동안 연습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아이돌 활동에서 오는 음악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블로그에 믹스테잎을 공개하는 건가?

슈가: 그런 부분을 통해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해소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받을 땐 어떻게 푸나?

슈가: 음악 했다. 비공개 곡이 쌓여있다. 분노와 외로움, 이런저런 감정들을 다 거기에 풀었다. ‘1 Day 1 Verse’라고 우리끼리 1년 가까이 하루에 한곡을 꼬박꼬박 썼다.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의 작업량은 상당하다.


나중에 팀에 합류한 친구들은 어떻게 들어왔나?

뷔: 방탄소년단이 비공식적으로 공개한 곡 중에 ‘팔도강산’이랑 ‘훅가요’가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라온 걸 듣고 ‘꼭 저 팀에 들어가야지’ 했다.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친구가 지민인가?

지민: 팀이 거의 자리가 잡힌 상태에서 저 형들 참 멋있다, 하고 옆에 있다가 합류하게 됐다. 

랩몬스터: 지민이가 가장 늦게 합류했는데, 지금은 다크호스다. 저 친구 없으면 퍼포먼스가 완성이 안 된다. 


멤버들 등 밟고 달리는 거 말하는 건가? 그거 보고 팬 된 친구들이 내 주변에도 몇 명 있다. 보컬 라인이나 퍼포먼스를 맡는 친구들도 힙합이 좋아 팀에 들어온 건가?

랩몬스터: 멤버들을 구성하는 과정 자체에서 오랜 시간 많은 경쟁을 거쳐서 끝까지 힙합을 즐기고 할 수 있는 친구들만 남은 거다. 


격한 퍼포먼스에 라이브 하는 건 안 힘드나?

지민: 우리 본업은 가수다. 아이돌도 결국 가수인데 라이브는 당연한 거다. 

슈가: 핸즈프리도 안 한다. 래퍼건 보컬이건 무조건 다 마이크로 한다. 퍼포먼스와 라이브, 둘 중 하나를 버리면 우리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지는 것 같다. 

뷔: 그렇지, 그건 힙합이 아니다. 

슈가: 저게 방탄소년단 보컬 라인의 태도다. 아주 좋아!

뷔: 우리들에게 최고의 찬사는 ‘힙합’이다.


데뷔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 오랜 시간 합숙하며 연습하는 기간은 끝이 안 보이는 혼자만의 싸움이었을 텐데. 외로웠겠다.

슈가: 많이 외로웠다. 대구에서 살다 올라왔는데 연습생이다 보니 서울 친구들이랑 친해질 수가 없었다. 멤버들이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회사에선 작업실 하나 만들어주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 해서 버틴 거다. 거기서 맨날 작곡가 형들이랑 밤을 새웠다. 

랩몬스터: 데뷔하고 정신없고 힘들지만 사실 행복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하루에 한두 시간 자면서 활동하고 연습하고 레슨 받고 하는데 그 와중에 틈이 나면 가사를 쓰고 핸드폰으로 가이드를 떠서 프로듀서 형에게 보내고, 안무를 하다가도 도중에 녹음을 하고 그런다. 그런데도 행복하다. 가끔씩 너무너무 졸리고 힘들면 까먹지만 금세 깨닫는다. 우리가 3년 동안 결국 바랐던 게 이거였으니까. 








ARENA HOMME+, September 2013

이 콘텐츠의 모든 저작권은 아레나 옴므 플러스와 조하나 에디터에게 있습니다.




Behind Story

나는 ‘한국형 아이돌’ 산업계에 거부감을 가져왔고, 지금도 여전하다. 어른들은 돈이 벌고 싶고, 아이들은 스타가 되고 싶다. 한창 부딪히고 깨지고 경험하고 배울 나이인 십 대 아이들을 모아놓고 몇 년씩 합숙하고 훈련하고 사생활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너무 비인간적이고 거북하다. 아이돌 세상이 달콤하지만은 않다. 갑자기 얻은 인기로 붕 떴다가 가라앉고 마는 롤러코스터 같은 루틴 속에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불안정해진 친구들을 가까이에서 너무 많이 봤다. 

    

나는 꽤 오랫동안 한국 인디음악 씬에 있었기에 ‘인디’와 ‘메인스트림’ 사이에서도 굳이 고르라면 음악을 직접 만들어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와 인터뷰하는 게 훨씬 재밌었다. 문화 씬이 단단하고 건강해지려면 그런 친구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더 잘 돼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믿음이 있었다.    

   

편집장과 옥신각신하다 아이돌 인터뷰를 하나 하고 그 대신 인디 뮤지션 인터뷰를 하나 하기로 합의한다. 아이돌 인터뷰야 그들이 데뷔 전부터 열심히 좇아왔을 페르소나나 퍼포먼스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되겠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매니저가 옆에 앉아 기사에 쓸 말, 안 쓸 말 실시간으로 편집해 줄 때도 많고, 완성된 기사를 기획사에 컨펌을 받아야 할 때가 대부분이다. 뻔한 질문 말고 진짜 궁금한 게 있어도 묻지 못할 때가 많았고, 묻더라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여다본 그들의 속내와 아이돌 산업의 세계는 어른인 나조차도 무서울 정도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게 무서운 건지조차 몰랐다. 에디터 시절 만났던 아이돌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구석이 짠하다.   

   

2013년 6월, 방탄소년단의 <2 COOL 4 SKOOL> 데뷔 싱글을 들었다. 그때 방탄소년단은 BTS가 아니었고 랩몬스터는 RM이 아니었다. 이미 대형 3사 아이돌 기획사 팬덤이 강력했던 때라 방탄소년단은 ‘믹스 테잎 만드는 힙합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나왔는데 당시 인디 힙합 씬에서도, 아이돌 음악 시장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나에겐 이들의 데뷔 싱글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나는 내가 누군지 잘 알고, 뭘 하고 싶은지도 분명히 아는데, 힙합 한다고 해서 꼭 한국 인디 씬에서, 언더그라운드에서 할 이유가 없으니 아이돌의 ‘형식’을 빌려 힙합이라는 ‘메시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자신감과 힘이 느껴지는 트랙이었다. 자기가 직접 곡을 쓰는 아이돌을 만난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기회였다. 당시 ‘아이돌’과 ‘인디’ 씬이 극명하게 양분된 상황에서 아이돌 시장 못지않게 인디 힙합 씬도 텃새가 꽤 강했던 시기였다. 이들의 데뷔 무대를 보며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화려한 의상, 흑인 힙합 뮤지션의 클리셰인 ‘블링블링’을 주렁주렁 단 모습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지만, 지민의 독보적인 춤선만큼은 확실히 내 맘을 사로잡았다. 나는 편집장님을 조르고 졸라 갓 데뷔한 방탄소년단을 인터뷰했다. “뭐? 이름이 뭐라고?” 편집장님의 첫 반응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11년 전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자신들만의 방법을 해보겠다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엄마처럼 걱정이 넘치는 오지랖을 부리고 있다. 그들이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고, 없는 얘기 꾸며내지 않고, 끝까지 직접 곡을 쓰며, 그 높고 외로운 정상까지 멍석 없이, 빽과 연줄 없이 스스로 올라가 우뚝 선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마음에 병들고 겉 멋든 아이들이 아닌 이런 친구들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서 고맙다.      



2013년 6월 방탄소년단 데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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