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기습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고 국가를 전복하려던 윤석열은 친위 쿠데타로 영구집권을 꿈꾸던 내란 수괴답게 45년 전 전두환의 12.12 군사 반란일을 그냥 넘길 수 없었는지 하필이면 오늘, 12월 12일 TV에 나와 “나는 잘못한 게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2분 쇼츠 사과’를 한 지 5일 만이자 내란을 일으킨 지 10일 만이었다.
2024년 12월 12일, 내란에 대해 변명만 늘어놓은 윤석열의 대국민 담화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는 미치광이 내란 수괴가 여전히 군 통수권자인 나라
끝없는 자기변명과 피해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가 여전히 태극기와 대통령실 깃발이 걸린 곳에 서서 국가의 전파를 이용해 마음껏 국민을 조롱하는 모습에 깊은 참담함과 모멸감과 수치심, 무기력감을 느꼈다.
“구국을 위한 애끓는 충정으로 나라를 위해 한 일”이라며 계엄의 정당성을 구구절절 설명하면서도 윤석열은 전 세계에 송출되는 방송으로 이웃 나라 중국을 ‘간첩’이라 칭하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렸다. 중국은 윤석열의 담화가 끝나자마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며 등을 돌렸다. 일본은 이미 대한민국을 여전히 군사독재 시절의 추억을 잊지 못한 미개한 나라 취급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민주주의 시스템 작동을 시대착오적인 마피아식으로 방해하는 윤석열과 그를 옹호하는 국민의힘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 담화가 끝나자마자 환율은 더 치솟았고 주가는 더 떨어졌다.
윤석열의 롤 모델은 트럼프
윤석열은 내란 실패 이후 TV에 나와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라며 극우 세력 결집을 선동하고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배한 트럼프는 오늘 윤석열의 담화와 판박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바이든이 이기면 부정선거, 내가 이기면 공정선거”라는 괴이한 논리로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국회를 점령하고 폭동을 일으키라”라고 선동했다.
2021년 대선 불복으로 지지 세력에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냈던 트럼프가 2024년,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 지지 세력의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은 미국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았으며, 폭도 4명과 국회의사당 소속 경찰관 1명이 사망, 수십 명이 다쳤으며 700여 명이 체포됐다.
2021년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그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그럼에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금까지도 이날을 ‘미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날’이라 찬양하며 자신이 취임하는 첫날 국회의사당 난입 폭도들을 즉각 사면할 거라 선언했다. 내란을 선동한 권력자가 또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윤석열을 충분히 고무시켰다.
ⓒ AFP연합뉴스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열흘이 지난 지금도 윤석열이 “나는 잘못이 없는 진정한 애국자이니 하야하지 않고 탄핵 심판으로 가서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뒤집어 다시 용산으로 돌아오겠다”라고 말하는 건 절대로 그만의 망상이 아니다. 놀랍게도 세계에서 민주주의 시스템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한다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사법부가 지지자들에게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라고 선동한 트럼프에게 미 대선 출마 자격을 인정하며 면죄부를 줬다. 대한민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윤석열 탄핵 후에도 우리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맑아져야 한다.
윤석열이 대선 전부터 TV에 나와 ‘반국가 세력’을 외칠 때마다 극우 유튜버의 목소리와 폭력성은 더욱 강력해졌다. 결국 야당 대표인 이재명이 길거리에서 습격을 당했다. 윤석열이 12.3 내란을 일으킨 이후에도 야당 국회의원들은 “윤석열 탄핵을 중단하라”는 협박 메시지와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 내란이 실패로 돌아간 지금도 여전히 윤석열은 극우 세력에 “지금 당장 뛰쳐나가 폭동을 일으키라”라고 선동한다.
지지자들을 방패막이로 세우고 비겁하게 그 뒤에 숨어 폭력과 혐오를 부추기는 지도자를 뽑은 대가는 온전히 국민의 희생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윤석열이 파괴한 이 나라의 모든 것에 대한 청구서를 앞으로 아무 오랜 기간, 조금씩 조금씩 할부로 갚아야 할 것이다.
12월 3일, 우리가 함께 겨우 넘긴 하룻밤의 밀도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던 12월 3일 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고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아서며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시간을 버는 사이, 이 상황을 파악한 주한 미군이 여차하면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그날 밤, 북한 역시 대한민국의 갑작스러운 계엄선포로 예민해져 있었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한 가까이 병력을 움직였다고 한다. 만약 그날 밤 서울에 눈발이 날리지 않아 특전사를 실은 헬기가 조금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국회의원들이 30분 늦게 도착했더라면,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국회의원이 재적인원 150인 이상을 채우지 못했더라면, 그래서 결국 국회가 계엄 해제 의결에 실패했다면 계엄군과 주한 미군의 충돌로 이어질 수 있었다. 미국은 광주 시민 대학살로 이어진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를 막지 못했던 지난날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만약 계엄군과 미군이 충돌했다면 북한, 중국, 러시아까지 뛰어드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망상에 빠진 미치광이’ 대통령이 동맹인 미국에도 알리지 않고 기습적으로 계엄을 선포하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이, 그리고 국민이 어떻게 될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리는 또다시 국가에 버림받고 덩그러니 남겨졌다.
우리가 꾸역꾸역 넘긴 하룻밤의 밀도는 그렇게 무겁고 처참했다.
“비상 계엄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 행위”라는 내란 수괴 전두환의 변(辯)이 부활했다
12.12 이틀 후인 1979년 12월 14일, 서울 보안사령부 구내에서 기념촬영한 12.12 하나회 주역들.
2024년 12월 12일, 윤석열은 45년 전 오늘, 군사 반란을 일으켜 수많은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이 내란죄로 재판받을 때 펼쳤던 변론을 마치 판결문의 결과인 양 뻔뻔하게 대국민 담화 내내 읊어댔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권은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통치 행위”라는 말은 전두환의 변호인의 주장일 뿐이었다. 사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두환의 내란죄를 인정, 사형을 선고했다.
대한민국이 전두환을 사면한 것이 두고두고 한이다. 국민통합이든 지역감정 해소든 그 어떤 이유로든 그를 용서해선 안 됐다. 그에게 인간다움이나 선의를 기대해선 안 됐다. 여전히 5.18 민주화 항쟁이 북한이 일으킨 음모라 믿으며 군사 독재를 찬양하는 친일·적폐 세력이 지금까지도 날뛰며 마음껏 피해자를 조롱하는 빌미를 줘선 안 됐다.
평생 법을 다루는 검사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은 전 국민을 상대로 엉성한 극우 유튜버 수준 논리의 자기 변론을 펼쳤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30분의 수많은 문장 중 ‘아주 잠시’ ‘불편’했을 거라는 ‘국민’에 대한 ‘사과’는 단 한 줄 뿐이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것 자체가 무슨 죄라도 되는 것 마냥 나는 깊은 참담함으로 끝없이 한숨을 이어 나갔다. 이상하게 분노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저 아래 명치끝이 저리고 아리다.
전두환과 윤석열의 유일한 차이
전두환과 윤석열의 쿠데타의 유일한 차이점은 단 하나.
전두환은 오랜 군사독재 시절, 자신에게 없던 절대 권력을 군과 함께 찬탈한 것이고, 윤석열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국민에 의해 선출되어 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이미 막강한 권력을 가진 상태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모자랐는가?
무엇을 더 가져야 했는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더 가지려 했는가?
그래도 우리에겐 광주가 준 선물이 있다
시뻘건 울화와 서글픔이 밀려오지만, 44년 전 5월의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앞서간 영혼들이 2024년 우리에게 또렷이 남긴 선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광주 정신, 그리고 내란죄와 내란범에 대한 명확한 대법원 판례
<대법원 1997. 4. 17. 선고 96도3376 전원합의체 판결>
(…)
[8] 형법 제91조 제2호에 의하면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의 목적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하는 것은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
[17] 내란죄는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행위로서, 다수인이 결합하여 위와 같은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행·협박행위를 하면 기수가 되고, 그 목적의 달성 여부는 이와 무관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다수인이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을 하였을 때 이미 내란의 구성요건은 완전히 충족된다고 할 것이어서 상태범으로 봄이 상당하다.
(…)
(1)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하여
상관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것이나,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에는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1) 비상계엄 전국확대의 폭동성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의 법률요건 구비 여부는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므로, 이 사건 비상계엄 전국확대조치가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피고인의 변호인들의 주장에 대하여
대통령의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 행위는 고도의 정치적·군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그것이 누구에게도 일견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명백하게 인정될 수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그러하지 아니한 이상 그 계엄선포의 요건 구비 여부나 선포의 당·부당을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할 것이나, 이 사건과 같이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행하여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비상계엄의 전국확대조치가 내란죄에 해당함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2024년 12월 12일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의 ‘시작’이었던 ‘조국 사태’의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의 대법원 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잃었다. 조국은 앞으로 2년 간 수감 생활을 이어가며, 5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제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3년은 너무 길다’ 센세이션은 분명 유의미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와 이재명을 옭아매는 사법 리스크에 민주 진영이 의기소침해져 나머지 3년을 그저 버텨야겠다고 하나, 둘 체념할 때 조국혁신당은 사람들의 멱살을 잡고 끝이 없는 마라톤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수치심과 자존감이다. 그리고 떠나는 뒷모습과 태도이다. 조국은 사법부의 판단에 관해 단 한 단어, ‘유감’이라고만 하고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법과 원칙을 따르는 시민으로서 사법부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연설문 나머지는 모두 ‘희망’과 ‘내일’, ‘연대’로만 채워졌다.
<대법원 선고 후 조국의 입장문 전문>
조국혁신당 전 대표 조국입니다.
오늘 대법원 선고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당 대표로서 여러분과 함께한 모든 시간은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모든 순간을 기억합니다.
창당을 선언하던 날의 뜨거움이, 비를 맞으며 외치던 구호가, 광장에서 맞잡아 주신 손이,
울고 웃으며 나눈 이야기들이, 제 가슴속에 여전히 선명합니다.
모든 얼굴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등불이었습니다.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여러분과 약속했던 염원을 완성하지 못한 채,
잠시 떠나게 되었습니다.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하고 싶은 말은 있으나 접어두겠습니다.
이번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잠깐 멈춥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조국혁신당의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조국혁신당은 허술한 정당이 아닙니다.
창당 때부터 비판과 조롱이 있었지만, 모두 견뎌온 탄탄한 당입니다.
당원 16만 명과 지지자 690만 명, 내란에 투쟁하고 있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은
금강석처럼 단단합니다.
조국혁신당은 초심과 지향 그대로, 굳건한 발걸음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촛불은 타오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선진 경제를 이뤄낸 주권자 국민과 함께라면,
혁신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저 흉측한 내란의 바벨탑을 불태워 무너뜨릴 것입니다.
저는 국회에서 그 불씨에 숨을 불어넣지는 못하더라도,
불씨를 지키는 오천만 국민 중 한 사람으로 남을 것입니다.
조국은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잠시입니다.
더욱 탄탄하고 맑은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습니다.
그때에는 분명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지기로서 여러분 곁에 서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조국혁신당과, 대한민국 국민을 믿습니다.
지치지 말고 행동합시다. 그리고 이루어냅시다.
이만 물러갑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웃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2월 12일
조국 드림
2024년 12월 12일, 대법원 선고 후 국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조국.
2024년 12월 12일, 같은 날 혐오와 폭력으로 가득한 윤석열의 담화와 의연하고 겸손한 조국의 입장문 낭독을 지켜본 나는 수치심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인간이 개돼지와 다를 바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우리는 당신의 총칼에 인간다움과 피로 쓰인 헌법으로 맞선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먼 훗날 또다시 ‘국민통합’이라는 무의미한 정치공학적 명분으로 사면받지 않길 바란다. ‘29만 원밖에 없다’면서 숨겨둔 비자금을 현금 다발로 쌓아놓고, 알츠하이머에 걸려 재판엔 못 나간다면서 골프장에서 타수 계산은 따박따박하며, 카메라에 삿대질하고 소리치는 모습을 또다시 우리 역사에서 보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정치인 사면권을 없애길 바란다.
1980년, 전두환의 총칼 앞에 맨몸으로 선 광주의 영혼들이 훗날 대한민국 역사에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길까 봐 설령 생기더라도 시시비비를 명명백백 가리라고, 대법원 판례와 대한민국 헌법을 우리에게 선물로 줬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어떤 선물을 남길 것인가?
2024년, 우리는 폭도의 총칼에 인간다움과 피로 쓰인 헌법으로 맞선다.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품격을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