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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나씨 Aug 10. 2022

회식이 너무 가기 싫은 너에게

주인공도 아닌데 부르긴 왜 불러? 그냥 늬들끼리 놀아!

3주간의 말도 많고 탈도 저~~~엉말 많았던 교육과정 하나가 끝났지?

어쨌든 뭐 사내교육의 꽃이라고 까지 하는 신입사원 과정이니 중요도가 큰 건 맞지.

사실 근데 그게 너한테 무슨 의미가 있겠니, 그냥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인 것을.

그리고 끝난 지금 보람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인간에 대한 실망, 가식에 몸부림 치는 작태에 대한 역거움,  어떻게든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는 누군가들 덕분에 결국 상처받은 네 마음....등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뱅뱅 돌고 있는데 보람은 개뿔 그냥 모든 사람들이 적으로 보이기만 할 뿐인데 보람은 개뿔.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 알고 있다.


그래도 일은 일이니까 뭐 회식을 한다고 하니까 가기는 가야겠지. 앞으로 23분 후,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너는 지금 두렵다. 가서 대체 무슨 표정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건지. 몇 시간 전의 그 불편한 워크숍 자리에서 충분히 겪었을 일들, 그리고 충분히 들었을 법한 말들이 다시 한번 반복될 거라는 생각에, 그 두려움에 지금 온 몸이 반응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 정말이지 네가 안쓰럽다. 지독히도 피하고 싶은 이 상황을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빠질수가 없는 이 상황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다가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잘 알고 있다.


가만 보면 실제 너는 주인공도 아니다. 주인공은 너의 그 상사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담당자인 네가 아니라, 그리고 그 담당자를 도왔던 다른 직원들이 아니라, 옆에있는 부서 그리고 다른 집단의 누군가들에게 성공적인 마무리에 대한 공로를 돌리는 것을 듣고 깨달았다. 주인공은 네가 아니더라. 아니 그 상황에서 고생했다 내지는 아니 적어도 우리 누구누구를 도와주셔서 고맙다정도는 해줘야 주인공으로서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너는 그 자리에 왜 앉아있었던 건데? 그리고 왜 또 그 짓거리를 하러 업무시간도 아닌 이 꿀같은 저녁시간을 기꺼이 내주어야 하는건데? 하.. 18분 남았다. 정말 가기 싫을 것 같다.


코로나19다 뭐다해서 모이기도 힘드니 어케든 모이기는 모여야 겠고, 적정한 건수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정말이지 소중한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대장놀이를 또 할 수 있으니까. 근데 거기에 왜 동조를 해줘야 하는 거지? 그만 소리쳐. 다 알고 있어. 가기 싫다고, 근데 가야한다고,  가서도 좋은 표정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가식적인 행태들에 썩소만 미친듯이 짓다가 음식도 소화가 잘 안될 것 같다고, 대체 왜 그런 시간낭비를 해야되는거냐고?  맛있는 음식도 없고 편안한 사람도 없고 진정으로 너에게 고생했다 얘기하는 사람도 없을거라고? 그럼 가지마! 못간다고? 네가 담당자니까 주인공이라고?뭐? 주인공? 주인공????? 주인공???????? 이왕 주인공일 시킬거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동화의 주인공을 시켜주던가. 그냥 시킬꺼는 다 시켜먹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게 만들어놓고 걔네들은 대체들 왜 그러는건데? 온갖 붉어진 갈등요소들은 터질때마다 네가 다 봉합하도록 만들어 놓고 지금와서 뭐? 통합? 융합? 싸우지 말라고? 협력하면서 잘 지내면 된다고? 그런 소리들을 한다고? 네가 나서서 문제점을 제기할때 그들은 뭘 하고 있었는데? 별것도 아닌데 열낸다고 손가락질 하고 있지 않았냐고. 그러면서 지금 그걸 해결해준답시고 두 부서의 화합을 핑계로 회식자리를 만들었다고? 개뿔딱지ㅋㅋ웃기지말라 그래. 9분 남았다. 마음 정리할 시간이 이제 많이 남지 않았어. 어서 솔루션을 달라고? 그래 알았어.


솔직히 나도 모르겠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말을 해야하는 건지. 막상 가면 분위기가 좋으려나? 아니 그런 기대는 일단 하지 않는게 좋겠다. 그냥 그거 딱 하나밖에 없다. 어차피 나중되면 안 볼 사람들. 몇 달 후면 영원히 내 기억에서도 사라질 수도 있을 의미없는 존재들. 그래 늬들은 떠들어라. 나는 비웃을란다. 모드로 지켜보는 수밖에. 빠질수가 없는 상황임은 확실하니까 가지 말라고는 못하겠다. 그래서 이게 최선인 것 같다. 평생 볼 사람들도 아니고 당장에라도 그만 둘수도 있는 너에게 그 뭇사람들과의 관계가 뭐가 그렇게 중요하니? 그냥 네 마음가는 대로 해. 마음 편하게 해. 네가 정한 메뉴라 맛있게 먹어줘야 하겠지만, 이미 입맛이 확 떨어져버린 지금 굳이 맛있게 먹으라고도 안하겠어. 그냥 하고싶은 말 하고, 그러다가 말 섞기 싫으면 말도 하지 말고. 한마디로 중심에 서서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포기해. 아니 뭐 어차피 시켜주지도 않을거니까ㅋㅋ기대하지마. 그냥 평범한 직원12번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다가 오자. 맘대로 해.  화를 내고 싶으면 그냥 화를 내도 좋고,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도 좋아. 그러다가 웃고 싶어지면 그냥 좀 웃어도 되. 뭐라고 하지 않을게. 2분 남았다. 여튼 별 영양가도 없는 사람들 눈치본다고 네가 다치는 일은 제발 안 했으면 좋겠어. 거짓웃음? 개나 주라고 해.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억지로 대화에 끼려고도 하지마. 2차 간다고 하면 집에 가기. 적당히 네가 할 만큼만 맞춰주다가 오는거야 그냥. 힘들게 생각하지 말자. 1분 남았다. 다시한번 얘기할게. 편하게 하자. 네 도리만 하는 척 하면서 하고싶은대로 하고 편하게 집에가! 약속해! 힘내라.



202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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