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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som Feb 05. 2023

다시 브런치

작심N일을 꿈꾸며

16년 12월 이후 첫 브런치다. 정말 6년이 지났다고? 설마 메모장에라도 끄적거린 글이 있겠지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없다. 몇 가지 키워드 - 사랑스러운 호들갑, 콩자반, 친한 남매, 자유지성 - 들은 있는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의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그나마 완전한 문장으로 쓰여진 건 다 '다짐'이다.


21년 2월 1일 작성한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 택시 타지 않기

- 10분 일찍 도착하기

- 기분 안 좋은 척 돈 쓰지 않기

- 면허 따기 (엄마랑 차 타고 놀러 가기, 김콩 마중 가기)

- 유연해지기

- 잘 보이려고 하지 않기


놀랍게도 23년 2월의 내가 어떤 계기로 마음을 먹고, 메모를 적는다면 똑같은 내용일 거다. 여전히 나는 아침잠에 쉽게 지고, 계획 없이 돈을 쓰고, 바퀴 달린 건 자전거 밖에 타지 못하고, 몸을 굽혀 발가락을 잡지 못하며,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하루를 보낸다.


보통 나는 퇴근길에 제일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 된다. 아까 이렇게 말해볼걸, 별 거 아닌 일에 열 내지 말걸, 일찍 퇴근하고 공부해야지, 내일은 아침 운동을 해볼까. 그리고 허둥지둥 출근과 함께 Reset. 올해는 무한반복의 루프에서 튀어나와 보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브런치를 시작한다.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멋진 하루를 보낸 척 자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내 하루는 어땠는지, 오늘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래서 진짜 나는 더 비싼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지 잊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부러움과 저주는 조금 덜어내야 하니 100%의 진심을 남길 수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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