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비자의 백화점 사랑
소비문화론에서는 다양한 소비문화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분석하고 딴지를 걸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옷값은 비싸다. 의류업에 종사하는 나도 정가를 지불하고 옷을 구입해본 적이 없다. 수입 브랜드의 경우 관세를 지불하고 직구를 하는 편이 오히려 저렴할 정도다. 임대료와 인건비가 우리보다 높은 해외 보다도 비싼 이유는 뭘까? 물론 우리나라 옷값이 유독 비싼 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백화점의 복잡한 유통구조에 있다. 그리고 백화점의 편리함과 서비스만을 고집하는 우리의 소비문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 소비자의 백화점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는 신세계 센텀시티점부터 지방의 중소형 백화점까지 세일 기간만 되면 어김없이 차량행렬로 붐빈다. 2015년 한국섬유신문에서 조사한 패션 제품 구매 장소 비중에서도 당당하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타임스퀘어, IFC몰, 코엑스 등의 도심형 몰이 생겨났지만, 아직까지 편리함과 서비스로 무장한 백화점의 충성도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백화점은 특약매입(위탁매입)이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입점 브랜드가 재고부담을 하고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내는 방식으로, 일본을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든 유통모델이다. 또한 각 브랜드마다 매장 점장과 점원을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 매출의 30~40%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10% 이상을 인건비로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매입을 통해 소수의 점원이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는 해외 백화점 수준의 소비자가를 책정하기란 힘들다.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는 당연하게 간주되는 서비스도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도시의 백화점에는 주차장이 없다. 런던 해롯백화점의 경우 발레파킹을 제공하지만 기본요금이 20파운드(33,000원)에 달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쇼핑천국이라 불리는 홍콩에서는 환불이 불가능하다. 결제를 하고 5분 뒤에 찾아가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작은 차이점들이 비용으로 녹아들어 우리나라 옷값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옷값이 저렴해지려면 백화점 위주의 소비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유명 백화점들이 하나 둘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반면, 가성비를 앞세운 편집매장의 수는 꾸준히 성장세이다. 편집매장은 건물 안에서 모든 소비가 이루어지는 백화점과 달리 상권 전체를 돌아보며 소비를 한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는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구입해서 좋고, 지역상권의 활성화까지 불러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제 소비자들이 백화점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소비문화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