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이 좋다. 이때 아동문학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문학을 말한다. 그럼 성인문학은? 어린이가 쓴 문학작품이 웬만해서 어른을 감동시키기 쉽지 않다. 반대로, 어른이 쓴 아동문학을 아동들이 얼마나 감동을 받을지 그건 잘 모르지만 종종 아동을 대상으로 쓴 것 같은 문학이 다 큰 어른들을 감동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렇다고 굳이 여기서 경계를 나눠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누려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아동문학의 범위는 아주 넓다. 아동부터 청소년을 거쳐 다 큰 어른까지.
성인이 쓴 문학을 굳이 성인문학이라고 구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미묘한 건 성인영화하면 이게 좀 내용이 달라진다. 성인영화가 성을 다루는 영화는 아니어도 대게 어른이 만든 영화는 성을 다룬 것도 많으니. 굳이 이렇게 전제를 다는 이유는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올 한 해 가장 감동 깊은 소설을 꼽으라면 거마인하트(2021)가 쓴 소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이었다. 아직 올해가 많이 남아 단정 짓는 것이 우습지만, 셸리 리드(2024)가 쓴 '흐르는 강물'처럼 이나 에르난 디아스(2023)의 '트러스트' 보다 더 좋았다. 클레어 키건이나 윌리엄 트레버도 있지만. 굳이 이렇게 비교를 한 건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이 아동문학이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이건 아동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는.
그렇다고 외국 소설만 그랬을까? 루리의 긴긴밤(2021)이 준 감동은 거마인하트의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과 쌍벽이었다. 전작은 그림 동화책이란 차이가 있을 뿐. 결국, 감동에 대한 얘기인 것 같다. 어른을 위한 책이건 아동을 위한 책이건. 그럼 이 책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까? 누군가 이 책이 성장소설이라고 하던데, 어른인 내가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아서 감동을 받는다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미숙한 데다 어리숙하기도 하니까. 더 성장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 같기도 하다. 더 바랄 것이 없는 어른이라? 매력이 확 떨어진다.
선천적인 기형이 될 확률을 뚫었으니 날 때부터 특별한 어거스트(어기)가 받은 수술만 27번이라고 했나?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려 모두에게 상처를 주지만,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이야 당연히 어기이다. 어디를 가든 주목받는 얼굴에 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주저할 때 엄마의 주장을 따라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얼굴이 남과 너무 달라, 그로 인한 상처는 콤플렉스 이상의 두려움으로 어릴 때 쓰고 다닌 우주 헬멧 안에 숨지만, 그러면 어기는 여전히 세상을 받아들이지 못할 터. 영화 스타워즈는 그래봤자 영화 아니던가. 물론, 이건 소설이지만.
다행히 어기에겐 어기를 언제라도 사랑하는 부모와 항상 어기에게 관심이 감에 잠시 소원하기도 했던,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은 누나 비아처럼 굳건히 울타리가 되어줄 가족들이 있다는 것이, 누나 친구 미란다에겐 그 조차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섬세한 인물 설정에서. 어기에겐 잭과 서머가 역시나 어기를 사회와 소통하도록 도와주는데. 그렇다고 갈등 없이 그냥 해피엔딩으로 정주행 하겠는가? 핼러윈 데이 때 분장 때문에 어기를 알아보지 못한 잭의 언행들이 어기와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하지만,
어기가 분장을 다르게 함으로써, 분장 안에 어기가 있음을 모른 체 어기의 천적 줄리안에게 어쩔 수 없이 어기와 친하게 지내는 거라는 말은 어기에게 엄청 상처가 되고. 이로 인해 어기는 잭을 가까이할 수 없지만. 학교에서 단체로 간 수련회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인해 어기가 주목받게 되고. 이로 인해 어기 또한 편견을 갖던 친구들에 대한 편견을 서로 깨게 되면서 어기는 성공적으로 그 학년을 마치게 된다.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유일하게 태도가 변하지 않는 등장인물은 서머인데, 서머가 어기에 대한 말을 들어보면 우린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가는지 반성하게 된다.
"어거스트는 그냥 아이일 뿐이다.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이상하게 생긴 아이. 하지만 그냥 아이." 이런 말을 하는 서머는 정말 다 큰 어른 같고. 잭이 자기를 멀리하는 어기가 왜 그렇게 변했는지 아리송할 때, "잭, 꼭 나쁜 마음을 먹어야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게 아냐"라고 말할 때는 중늙은이 같은 서머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작가가 어른이니까 할 수 있는, 어른의 관점이 게재될 수밖에 없더라도. 말 하나하나 누구든 다치지 않게 배려하는 대화들은 이 책을 쓴 작 팔라시오가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어기를 2년 동안 가둬둔, 스타워즈 때문에, 우주 헬맷을 벗게 만든 건 역시나 작가 팔라시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주인공을 탄생시킨 팔라시오야 말로,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도록 이끄는지를 보면, 역시나 이 책은 이 책을 쓴 작가에게 찬사를 마구마구 던져도 부족하지 않은 찬사가 되겠지만, 세상을 살면서 이리저리 상처받은 당신이라면, 나를 포함해서 과감하게 우주 헬맷을 벗어던지고 사회로 나아감은 어떨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성인소설이 되겠다. 아동문학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