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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코끼리 Mar 08. 2021

위태로운 날

이윽고 지나가고야 만다

이윽고 지나가고야 만다


괜찮다고 마음을 다잡아도

자꾸만 무너질 듯

위태로운


한숨으로 버티던 나의 입이

아무것도 아닌 일에

가시 같은 말을 쏟아낸다


아무리 내뱉어도

시원치 않은 가슴을 안고

터벅터벅

밤 내음 맡으며

하늘을 보니

반가운 둥근달

애써 날 토닥인다


지나간다 

네 안의 파도도

내가 늘 둥근달이 아닌 것처럼

이윽고 지나가고야 만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파도가

나는 다시 둥글어지겠지

그렇게 인생은 흘러가겠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새삼 놀라운 것은, 인생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다. 혹의 나이가 되면 삶이 좀 안정적으로 되는 것 인 줄로만 알았다. 신경 쓸 식구들 많아지고, 책임질 아이가 둘이나 생겨서도 그렇겠지만. 늘 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고달프다. 엄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 늘 고민이 있고, 가끔 즐거운 일이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감한다.


수많은 걱정과 고민을 뒤로하고, 기쁜 일에 집중해본다. 나의 가장 큰 기쁨.


첫째 아이가 낯선 아이들과 이야기를 안 해서 선택적 함구증의 기질을 물려받은 것 같아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학교 입학 날부터 말을 조금 한단다. 처음 있는 일이다. 기특하다고 칭찬을 수십 번 해주었다. 주변에서는 별 걸 다 걱정한다는 얘기를 했지만, 선택적 함구증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 남들과 말을 못 하는 채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두 번째 기쁨. 작년 하반기부터 틈틈이 글 읽고 쓰기에 빠져있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애들 키우면서 일하는 것도 정신이 없는데, 능력도  없이 무슨 글이냐 하며 포기하기를 여러 번이었다. 특히 몇 년 전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 쓴 글 중 하나가 카카오에 노출되었다가 몇천 명의 사람들에게 읽히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고 충격받았다. 브런치팀에게 내 글을 노출시키지 말아 달라는 부탁도 했다. 보이기 싫은 글을 나는 왜 쓰는가?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글들에 공감의 댓글이 없는 것 또한 퍽 신경 쓰였다. 시간이 흘러 작년 여름부터 천천히 나에게 글은 무엇인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를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고수리 작가님과 연이 닿았던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결국 나는 글을 쓰고 싶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행복하다. 브런치에 올리지 않는 글들일 지라도 자식들을 만드는 기분으로 쓰는 중이다.  잘난 자식도, 조금 모자란 자식도 있겠지만. 내가 내 배로 직접 낳은 나의 새끼들 말고 이렇게 많은 자식들이 있다는 것 주변인들에게는 비밀이다.  비밀을 보여줄 기회가 있을지. 부디...


세 번째 기쁨. 글쎄, 이것부터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바로 생각나지 않지만, 골똘히 머리를 굴리다 보면 바로 코 앞에 놓여있던 고민이 잊히기도 한다. 미국 SF계의 일인자라고 불렸던 아이직 아시모프는 렇게 이야기했다.

삶은 즐겁다. 죽음은 평화롭다. 골칫거리는 바로 그 중간과정이다.

Life is pleasant. Death is peaceful. It's the transition that's troublesome.


골칫거리는 누구나 있다. 남은 인생 동안 수많은 골칫거리를 더 만나겠지만 그 안에 파묻혀만 있지 말고, 종종 하늘을 올려다봐야겠다. 그리고 나의 시간들 그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행복을 자주 들여다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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