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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Oct 24. 2022

되고싶었던 것을 되보렵니다.

글쓰기는 처음이라 워크샵 11기 첫번째 주제_ 되고 싶었어

‘되고 싶었어’ 주제가 과거형이다.

되고 싶었어. 그땐 그랬어. 그런데 지금은?

나의 바람이 어떤 시점에 어떤 연유로 변하고 바뀐 적이 있었나...하고 돌아본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어린 아이들에게 흔하게 하는 이 질문은 어릴 적에 많이 들어봤고, 반대로 성인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몇 번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질문을 들을 때나 물을 때, 꼭 뭐가 되고 싶어야만 하고, 꼭 뭐가 되어야만 하는 전제가 깔려있는 거 같아서 늘 이상하게 찝찝하고 불편한 감정이 든다.

우리 아이들처럼 닌자나 요괴가 되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대답을 들으면 이상하게 통쾌하고 즐겁다. 

어째서 이런 신박한 대답을 하지 못했을까?     



신박한 대답은커녕 원하는 것을 속으로 감출 뿐,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이 원하는 답을 해야만 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질문한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듣고 싶은 것 뭐라도 답 하면 될 것 같았다. 진짜 나에 대해 궁금했다면 뭐가 되고 싶은지를 묻기 전에 요즘 너는 뭘 좋아하니? 라고 물어봐줬으면.

그럼 대답할 때 훨씬 부담이 덜하지 않았을까.     


어릴 적부터 이것저것 관심사가 많은 아이였고 지금도 그렇다. 뭘 제대로 알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냥 눈에 멋있는 건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고, 궁금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고, 고학년 때는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었다. 

개그맨도 살짝 있었다. 화가도 되고 싶었고, 만화가도 되고 싶었다.

그런데 꿈을 적는 란에 ‘선생님’을 적었다. 부모님이 원하시는 직업란에는 ‘한의사’가 적혀있었다. 

형식적으로 그럴 듯해 보이는 답을 적어내야 한다는 걸 조금씩 크면서 알았다.

그럴 듯해 보이는 것들이 나와 전혀 상관이 없어도.     




중3 졸업을 앞둔 시점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으면 앞으로 인생은 망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연합고사를 보고나서 처음으로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 혹은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미래가 없이 학교를 다녔고, 수시로 보는 시험과 성적에 나를 규정했다.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도 못하면서 막연한 미래를 시험과 성적으로만 평가했다.

막막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에 무엇이라도 붙잡아야 했고, 

그럼에도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 했다.  

그 깜깜했던 시기에 가장 막막하고 답답했던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대학진학을 위해 담임선생님과 일대일로 면담을 하던 자리. 나에 대해 알지 못할 것 같은 담임선생님과 미래를 이야기해야 하다니. 그저 성적만을 가지고 어떤 것을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대학 원서를 작성해야하기에 어떻게든 답을 내야했다. 형식적인 대답을 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던 나는 결국 형식적인 답을 냈다.     







그 동안의 삶은 어쩌다 주어진 것들로 내 자신을 맞추려고 했다. 그래야만 잘 사는 것 같았기에.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하게 어긋나는 지점이 생긴다. 그것이 뭐라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최선을 다함에도 용기가 생기지 않고, 최선을 다함에도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안에서 자꾸 삐죽삐죽 솟아나는 물음들과 허망한 감정들이 수시로 괴롭혔다. 

그것은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삶을 살아내고 싶은 욕망이고, 무언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찾아내고, 내게 주어진 삶을 성실히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 동안 계속 앓아왔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에 되고 싶었던 것들, 청소년기에 잠시 방황했던 시기들, 그 모든 순간들을 지나오면서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무엇이 되고 싶은 이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나라는 사람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과 개성이 만들어낸 고유한 바람이다.


꼭 큰 공연장에서 멋있게 노래하며 공연을 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니더라도, TV 속의 잘나가는 개그맨이 아니더라도,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유명한 화가나 만화가가 아니더라도, 내 삶의 위치에서 뮤지컬 배우가 될 수도 있고, 개그맨이 될 수도 있고, 화가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로 삶을 채워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들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것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내가 주체가 되어 삶을 살기로 결심만 한다면 말이다.      



지금, 그런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 중에 있다. 결심으로만 그쳐서는 되지 않는다. 

몸소 실행할 때 뜬구름 같은 꿈들이 조금씩 실현 된다는 것을 알았고, 현실에서는 그것이 참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자신을 위한 작은 노력이 위로와 생명력을 준다. 

내 존재에 대한 위로, 그리고 더 잘 살고자하는 진정한 생명력을. 

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해보려고 한다.

 되고 싶은 이유가 어떤 의미인지 하나씩 하나씩 더 알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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