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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Feb 10. 2023

꿈을 담은 방

꿈꾸는 나의 작업실


'나만의 공간'이라는 것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 

책상 밑 작은 공간을 아지트로 삼는 어린 아이부터 큰 부를 쌓아 여러 건물을 사들이는 어른까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공간이다.

'자기만의 방'에서는 지극히 사적인 물건, 에피소드, 추억, 여러 감정들이 맞물려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누구나 특별한 나만의 공간을 원하는 것처럼 나도 간절히 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만의 방 = 작업실이다. 나의 꿈을 키우고 제작하는 작업실을.

집안일과 육아의 흔적이 남아있는, 남편과 함께 사용하는 공동의 공간이 아닌 나만을 위한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공간을 원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도 여성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고정적인 소득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그 옛날 19세기의 주장이 여전히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여전히 엄마들은 (꼭 작가를 지망하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내 집 마련도 어려운데 거기에 더해서 작업실까지 가지고 있다면 내 기준에서는 성공한 사람이다. 금수저라서 건물을 얻었든지, 부동산 사업으로 건물을 얻었든지 그런 경제적인 조건이 아니라, 자기 능력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공간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그 공간이 부동산 가치가 있든 말든, 좁든 넓든, 구식이든 신식이든...      




나에게도 나만의 작업 공간을 얻을 수 있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참 좋겠다.

나에게 작업실이 생긴다면... 머리로 이미지를 그려본다. 지극히 현실적인 작업실을 구상할까 아니면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볼까.

아무래도 꿈은 크게 가지는 것이 좋으니까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봐야겠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므로 집과 멀리 떨어져있기보다 붙어있는 것이 좋겠다. 1층은 우리가족이 알콩달콩 살고 있는 집이고, 2층으로 올라가면 나의 작업실이 있다.     

기역자 모양의 기다란 모양의 내부 구조로 되어있는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맞은편에 통 유리창이 보인다. 통유리창으로 햇살이 비쳐 들어온다. 너무 햇빛이 강하면 내가 좋아하는 민트그린색의 체크무늬 커튼을 치면 된다.      



기역자 모양의 가장 머리 부분이 그림을 그리는 작업공간이다. 앉아서 작업하기 편한 책상과 의자, 그리고 사이드에는 차곡차곡 미술 도구들이 줄지어있다.

자주 쓰는 연필, 색연필, 오일파스텔 등 건식 미술도구들이 있는데 그 색과 종류도 다양하다. 붓도 크기와 종류별로 한데 모아 놨다. 옆에는 큰 이젤이 있다.

종이도 종류별로 따로 보관해두는 수납장이 있다. 색색 물감들도 큰 수납공간에 차지하고 있다. 그 외의 다양한 미술 도구들이 있다.

그 옆에는 컴퓨터 책상이 있다. 모니터가 3개나 된다.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책상 주변 벽에는 내가 만든 일러스트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좋은 글귀들이 포스트잇에 붙어있다. 그리고 내가 출간한 그림책들을 전시 해 두었다.     



작업 공간을 지나서 중앙으로 넘어갈 때에는 천장에서부터 내려오는 하늘거리는 하얀 천 가리개를 지나가야한다. 

공간 중앙에는 원목으로 만든 큰 테이블이 있다. 그곳에서는 작업실에 놀러오는 사람들에게 다과와 커피를 내주거나, 앉아서 책을 보거나 멍을 때리는 공간이다. 

중앙에 있는 원목 테이블 우측에는 작은 나무 서가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에세이집을 진열해놓은 서가 옆에는 샛노란 컬러의 안락한 1인 소파가 있고, 이케아 에서 구입한 텍스타일 전등갓의 플로어 스탠드가 서있다. 공간 속 작은 책방이다. 

1인 책방에서 직진을 하면 기역모양의 끝 부분이다. 그 공간은 음식을 간단히 조리해먹을 수 있는 공간이다. 전자레인지와 전기포트가 마련되어있고, 수납공간에는 라면과 쿠키 등 간식거리와 주방 집기들이 있다.      



벽은 하얀색이 기본 바탕이지만 공간에 따라 컬러로 포인트를 준다. 

내 작업 공간은 민트 그린 색과 노란색으로 포인트를 준다. 작은 1인 책방은 편안하고 안락한 느낌의 올리브 그린 색이다. 곳곳에는 큰 화분들이 놓여있고, 그래서 분위기가 삭막하지 않다. 늘 재즈음악이나 악기음악이 흘러나올 것이고, 햇빛으로 인해 따뜻하고 밝을 것이다. 일조량에 따라 컨디션이 많이 달라지므로 햇빛은 나에게 너무 중요하다.낮잠도 자줘야하니까 1인용 간이침대도 둬야할까나... 

아... 상상을 할수록 공간에 자꾸 물건이 채워진다. 사실... 이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너무 투머치이긴 하지만 뭐 어떤가. 나의 상상인데~ 머릿속에 이미 다 만들어진 이 공간! 당장이라도 가고 싶다!!     







사실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목표설정을 작게 하면 된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미술도구들을 놓을 수납공간이 있는 작업실이면 된다.

매월 월세를 내야하므로 작업실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능력을 갖춰야한다. 지금 당장 내가 이룰 가능성이 있는 작은 목표라면 이정도인 것 같다.     



나는 아직 어린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에 두 아이가 자립하기 전까지는 옆에서 서포트를 해줘야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자기를 위한 시간, 돈, 에너지를 쓰는 일에 자유롭지 못하다. 

남편이 돈을 잘 벌어오면 가능한 일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위한 공간을 내 힘으로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나만의 작업실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꿈을 누군가를 의지하며 키운다면 온전히 클 수도 없을 것이다.



남편과 작업실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가보자고 했다. 집 앞에 저렴하게 나온 낡은 상가 건물이 있다. 후보로 두고 다른 곳을 더 알아보기로 했다. 작업실을 얻는다는 것이 살짝 두렵기도 하다. 경제적 부담을 얻는 것이 아닐까... 더 성장할 수 있을까...

무모한 도전을 하기엔 무리이지만, 해보지 않으면 아쉬울 것이 뻔하기에 건물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참으로 쉽지 않다. 꿈이 있는 엄마들은 힘든 길을 꿋꿋이 가야한다. 남이 볼 때는 해낸 것이 별로 없어 보일 수 있다. 아니 스스로도 그래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꿈을 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발짝 앞으로 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이룰 수 있을 지 없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에 꿈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방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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