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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앤 Jan 12. 2022

경력단절 8년 이후...

나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10여년전, 한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여러 키워드를 검색하며 일자리 정보를 찾아보던 어느 하루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 '취준생'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젊고 풋풋했던 20대의 나였다.

그때의 나는 인터넷에 소개되어있는 세상이 전부였고,

미지한 넓은 사회로 나가는 것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




시간은 흘러 흘러...

지금의 나에겐 '경력단절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흘러온 나의 삶의 과정에서 어쩌면 예견된 모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니, 또다시 사회초년생이었던 모습이 된 것만 같았다. 인터넷으로 관심 있는 일자리 키워드를 검색해보며 내가 마주하는 현실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막막한 현실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 동안 나는,

참 많은 부분 달라져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사람으로서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보다 경제규모의 성장과 분배 문제에 몰두해 있는 것 같아요.
... 앞으로의 모두의 큰 과제는 우리가 어떻게 경제적인 문제를 '부차적인 위치'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 가장 사소한 구원 p250, 라종일, 김현진, 알마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의 구절이다.

여전히 인생이라는 것이 어렵고, 남 모를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청춘들을 대표하는 30대의 작가와 70대의 노교수와 주고받은 펜팔 같은 책이다. 인상 깊은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줄을 긋고, 펜으로 댓글을 달며 읽었다.



경제적인 문제를 부차적인 위치로 돌려보내는 일, 그것은 우리 사회 모두가 바라는 모습일까? 더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로 경쟁하는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를 우선으로 두는 것, 그것은 정말 모두가 바라는 바람일까?


나는..?


나는 왜 일을 하려는 걸까.

나는 왜 일을 하고 싶은 걸까.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지원센터 같은 곳의 정보를 보면 사실 지극히 한정적이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업종의 제한이 있다.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아무 일이나 무턱대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서, 돈만 생각하고 일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를 쌓기 위한 이유가 맞지만, 나의 가치는 내가 잘 알고, 내가 잘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가정을 잘 돌보고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또한 나는 나의 세계가 가정에서 사회로 확장되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가진 재능과 능력으로 사회로 나아가고 그것이 도움이 되어 경제력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남은 인생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면 좋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내가 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고 싶다.


사회초년생,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나 자신에 대해서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또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 목표가 뚜렷해졌다. 물론 나이가 많고, 경력이 부족한 나의 입장은 현실에서는 부정적이기만 하지만, 또 시간과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여유롭지 않을 수 있지만... 예전처럼 너무 많이 두려워하지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경력단절의 시간 동안 난 잃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얻었다.

사람으로서 가치를 확인시켜주고, 생명과 가족에 대한 기쁨과 사랑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데 적극적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실사회에서 나의 위치와 나의 능력이 하위 레벨 일지 모르나 내가 그동안 얻은 가치들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여전히 부족하고, 공부도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하지만... 무엇을 하든지 흔들리지 않게 붙잡을 수 있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신앙으로 나의 30대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인 건, 건강한 나 자신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또 깨닫고 있는 중이다. 너무나 쉽게 내 건강을 간과하고 놓고 살았다.

신경안정제와 우울증 약을 먹으며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다. 그동안 간과해서 비정상적인 된 내 몸을 보살피고 있다.


올봄부터는 나 자신으로서, 엄마로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또 경제인으로서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할 것이다.

날마다 새롭게, 하루하루를 은혜로, 모든 날이 평범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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