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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Sep 13. 2020

넷플릭스 CEO, '재택근무 절대반대'

나의 재택 근무 경험을 담아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재택 근무에는 이렇다 할 그 어떤 장점도 없다(I don’t see any positives)." 라는 의견을 밝혔다.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려면 구성원이 둘러앉아 토론을 해야하는데, 재택근무를 하면 모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회사를 스포츠팀에 빗대어 "감독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선수가 체육관에 얼마나 머무르느냐’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얼마나 잘 뛰는지’만이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해 봐라. 엘리트 선수가 되려면 일단 체육관에 꽤 오랜(quite a bit) 시간 머물러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고 한다.


기사에 언급된 헤이스팅스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공통적으로 직원들 간의 대면, 우연한 만남, 잡담 등에서 얻는 창의성을 강조한다. 직접 만나서 동료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위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나의 재택 근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에 입사한 나는 그룹 연수를 재택으로 진행했다. '다같이 모여서 몸을 부딪치며 교육을 받아야 소속감이 생기는데...'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재택 근무는 장단점을 모두 가졌다. 장점은 통근 시간이 없다는 점, 쉬는시간에는 카메라와 오디오를 끄고 침대에 누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역시 단점이 훨씬 컸다.


재택근무의 단점은 협업과정에서 장애가 생긴다는 점, 만남만큼의 친밀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 일과 삶이 분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악명높은 교육답게 하루에도 몇 개씩 과제가 주어졌다. 혼자서 진행하는 과제는 오히려 좋았다. 집구석에서 조용히 과제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토론과정에서 오디오가 겹치기 일쑤였다. 오디오가 겹치면 말을 멈췄고 서로 양보하다가 시간이 가기도 했다. 격렬한 토론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자 손을 들고 발언을 하자는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 하지만 손을 들고 말을 한다 해도 시스템 상황에 따른 딜레이로 인해 찰나의 반응과 아이디어들이 휘발됐다. 보통 아이디에이션을 하다보면 아이디어에서 또다른 의견이 파생되고 파생되고...의 반복인데, 재택은 이게 구현되기가 어려웠다.


가장 아쉬운 건 친밀도였다. 아무리 화면으로 얼굴을 보고있다고 해도 렌즈 속의 얼굴일 뿐이고 상체만 볼 수 있다(이게 웃기다. 서로의 하반신을 볼수 없다...ㅋ). 몸을 보려고 대면 근무를 하는 건 아니지만(오해하지 말기를) 서로의 전체 모습을 보지 못하니까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대화를 나눠도 대면만남만큼의 인간성이 없다. 친밀도가 높지 않으니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더라도 말하기를 주저하게 된다. 짜잘한 아이디어를 말하기 민망하니까. 쉬면서 잡담 나누기도 어렵다보니 일은 하는데 어딘가 공허한 느낌도 들었다. 일만하면 되지 친밀감이 뭐가 중요하냐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결국 일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합' 아닌가. 잡담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리프레쉬를 해야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게 불가능했다. 너무너무 답답답답했다.


마지막으로 한 공간에서 일(work)도 하고 삶(life)도 살다보니 이 두 개가 분리가 안됐다. 일반적인 근무 패턴에서는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나면 work에 온점이 찍히고 life가 시작된다. 즉 시공간의 분리가 생긴다. 그러나 재택근무에서는 공간적으로 일과 삶이 분리가 되지 않다보니 시간적으로도 분리가 되지 않는다. life의 시간이 와도 일을 골똘히 생각하게 되고 work 시간이 와도 벙쪄있게 된다.


재택근무에 대해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 기사가 나의 답답한 마음을 긁어줬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온 세상이 재택이 좋다고 말하는 와중에 혼자 목소리를 내는 헤이스팅스도 참 멋지다. 나였으면 못그랬을거야... 냉정한 넷플릭스의 생존체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재택에 대한 그의 발언에는 동의한다. 뭐, 난 이제 재택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에 나와있는 게 낫다.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일과 삶이 분리되는 느낌이 드니까. 하지만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재택근무는 비대면의 시대가 확장되다보면 피할 수없는 패러다임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재택근무의 미래가 궁금해지긴 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0585760?fbclid=IwAR0CVCSZJ_E_N9rbyMVWQplzS9c90dgIS75_WO219TCihSUsR9Iplj7YS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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