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사라진 반쪽
최근 회사 동료분들과 밥을 먹다가 이중국적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팀장님이 갑자기 '우리 팀엔 이중국적자 없지?'하고 물었다. 그러자 어떤 분이 1초만에 '네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생각했다. '나 이중국적자였는데...!'
성인이 되기 이전 나는 이중국적자였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한때 일본 여권을 보유했고 이후에는 쭉 한국 여권을 가졌다. 성인이 될 때 즈음 하나의 국적만을 선택해야 했고, 오래 산 한국을 택했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뭘 잘 알아보고 국적을 선택한 것 같지만 사실 그 당시 아무 기억도 없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삶을 살아서 일본 국적이 자동으로 포기된 건가? 서류를 제출하거나 대사관을 가거나 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으나 난 단일 국적자,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태까지 한국 국적을 선택한 것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내 반쪽은 한국, 반쪽은 일본인데 왜 한쪽 국적만 선택’해야’하며, 더군다나 엄마가 배 아파서 우릴 낳았는데? 문득 이중국적 관련 법이 궁금해져서 검색창을 뒤졌다. 요즘 핫한 정보검색처로 떠오르고 있는 나무위키엔 복수국적에 대한 정보가 나열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우리나라는 선천적 이중국적자(국제 결혼한 부부의 자녀)에게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었다! 대신 전제가 있는데, 22세가 되기 이전에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해야한다. 병역의무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아니?... 난 저런 안내를 받은 적이 없는데 머선일이야?’ 갑자기 알권리를 잃은 기분에 열이 받았다. 난 이중국적을 보유할 생각도 못한 채 한국 국적을 택한건가? 일본 대사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일본이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국적을 납득하긴 했지만 아쉬운 기분은 여전히 떨칠 수 없다.
이중국적을 인정한다는 것은 부모 양국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라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법이 다르며, 한 나라에서 오래 산다면 이중국적이 무슨 의미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한해서는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 사람을 만든 정체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