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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하라 Sep 10. 2021

누구를 위하여 전시는 열리는가

작가가 되기 위한 첫 전시 준비하기


 천안에서 서울로 작업실을 짊어지고 올라온지 1년하고도 반년이 넘었다. 천안에서는 대표님이었는데 서울로 올라오니 작가님이 되었다. 어쩐지 간지럽고 부끄러워져서 곱씹어보고는 했다. 작가님. 작가님이라니.


 그러나 나는 한 번도 개인전을 경험이 없는 예비 작가임을 나는 최근에야 알았다. 그동안 작품을 만들기보다 제품만을 만들어왔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모든 가죽 소품들은 가격부터 붙었다. 작가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 그냥, 공방장이고 사업자고 대표였다.


 작가 노트가 뭔지 올 여름 서류 준비를 하다가 알았다. 암호처럼 의뭉스러운 문장들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이런건가? 이렇게 알쏭달쏭한 글이 붙어야 작품이란 말인가?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문받아 그리게 된 고양이들


 작품이란, 작품의 세계관이란, 작품에 담긴 숨은 메세지란 무엇인가. 생각해본 적 없는 고민거리가 생기면서 머릿속은 고민과 상상으로 어지러워졌다. 하지만 기획을 하고 준비를 하고 도전하는 일은 참 즐거운 일이다. 가끔은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초보 작가임을 낳아주신 부모님과 오늘의 환경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작가로서 성장할 기회라는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이제는 안다.


모델은 다-용도실의 찐빵이, 습작 상대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고, 어떻게 그릴지, 어떤 메세지를 담을지. 그리고 또 어떻게 기획하고 연출할지 고민하는 일은 즐겁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군가 작가 일은 밥벌이하기 힘들고, 누가 시키는 일도 아닌데 왜 자꾸 욕심내냐고 묻는다면 딱 그렇게 대답할 수 있다. 이게 인간의 욕심이라고.


 어쩌면 전시는, 그 전시를 준비하고 만든 작가를 위해 열린다. 나는 나를 위한 전시를 준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누군가나 사업을 위해서가 아닌. 나라는 작가를 위한 전시를. 그러기 위해서 주변 작가님께 많이 배우고 다른 전시도 꾸준히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내 작가 노트는 이제 쓰여지기 시작해서 하얗고 빳빳하지만, 까맣게 채워지고 표지가 손에 감길 만큼 손이 타 부드러워질 것이다. 글을 쓰는 일도 좋아하니 꾸준히 많이 기록해보려고 한다. 초보 작가의 첫 개인전 준비를 응원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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